< 나의 일기 >

Ep. 6 할 말이 있는데, 해야 하는데




20XX년. 9월의 끝자락


——


“ .. 하 진짜 싫다 “

“ 불평하지 말고 걷기나 해. “

” 그러는 너는 아까부터 안 움직이고 있잖아 “

” .. 아니거든 “



내가 왜 강태현과 같이 수업을 듣는 건지 진짜 이해가 안 간다.

갑자기 합동 체육시간에 체육쌤께서 등산을 하겠다고 하셔서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산을 올랐다.

합동도 어이가 없는데 여기서 등산은 반칙이지.

그냥 아프다고 빠져서 공부나 할 걸.. 난 진짜 한시가 급하다고

이번에도 수학을 탈환하지 못하면,



“ ..? 왜? ”

“ .. 아니야. ”



아니 생각하지 말자. 상상만으로도 괴로운 일인데 애써 상상해봤자 뭐 좋을 게 있나

그렇게 하나 둘씩 올라가니 중간지점까지 갈 수 있었다.



“ 자 다들 조금 쉬고 주변 좀 돌아보고 있어라 “

” 네.. “



애들은 반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후 각자 친한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때,

탁,



” ..? 강태현? ”

“ 저기 가보자 “

” 싫어. 너나 가 “

” 저기 엄청 큰 정좌 있단 말이야. 거기서 쉬어 “

” … “



하긴 난 혼자 쉬는 게 편하긴 하니까.. 뭐 한 번 가보기나 해볼까

그렇게 나와 강태현은 숲속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진짜로 들어가니 엄청 큰 정좌가 있었고 체육복 상의를 깔아 그 위에 앉았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참 잘 들렸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으로 들어가서 사는구나 싶었다.



“ 원래는 숲 엄청 싫어했는데 이렇게 있으니까 마냥 또 싫진 않네 “

” 난 숲이 제일 좋아. ”

“ 의외네. 왜? ”

“ 공기가 맑아서.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잖아 ”

“ 그렇긴 해 ”



그때,

툭,



“ 설마 비야..? ”

“ 이런, 망했네 “

” 하.. 숲은 역시 최악이야 “



비 오면 진흙 다 묻을텐데.. 진짜 숲은 역시 늘 내게 별로다. 선생님께 급히 연락을 드렸더니 비가 그칠 때까지 우선 여기에 있으라고 하셨다.

체육복 상의 벗어서 추운데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거야..



“ 안 추워? ”

“ 아니. 엄청 추워 ”

“ … ”



그때,

스윽,



“ 자, 입어 ”

“ 뭔 소리야. 너 입어 ”

“ 누구랑 다르게 몸에 열이 많아서 괜찮거든? ”

“ 허.. 이게 ”

“ 얼른 입으라고 ”

“ … ”



결국 강태현의 상의를 입었고 진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강태현한테서 나던 딸기냄새가 이거였구나



“ 뭘 자꾸 킁킁대냐. 변태 같아 “

” 허.. 내가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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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뭐야. 또 왜 그렇게 쳐다봐 ”

“ .. 그냥 “

” … “



금방이라도 눈알이 튀어날 것 같이 큰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니 더욱 부담스러웠다. 왠지 얼굴도 빨개지는 것 같고.. 난 애써 고개를 돌렸다.



“ 김여주. ”

“ 왜. ”

“ 나 한 번만 봐봐. ”

“ 아 그냥 이 상태로 말해.. ”

“ .. 여주야 ”

“ ..!! 뭐라고..? “



스윽,



“ 뭐가? ”

“ 분명.. 여주라고 불렀잖아. ”

“ 그게 네 이름이니까 ”

“ … ”



처음이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다정히 부른 건. 난생 처음이었다. 왠지 모를 울컥하는 마음에 난 급히 고개를 숙였다. 강태현을 쳐다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 나 말 할 거 있어. 너한테 ”

“ .. 뭔데 “



스윽,

강태현은 내게 귓속말을 하였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와서

절대로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내리던 비가 그쳤고 정말로 고요한 적막이 나와 강태현 사이를 둘러쌓다.



“ 정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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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내가 설마 이런 걸로 거짓말을 치겠냐 “

“ … “



믿을 수 없었다. 대체 언제부터..? 왜..?


그때,



“ 야! 너희 두 놈 연애질하지 말고 얼른 내려와!! ”

“ ..!! 네..!! ”



선생님의 호통에 깜짝 놀라 그대로 일어나버렸고 자연스럽게 강태현과 그 산을 내려갔다. 하.. 이런

너무 놀라서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일까

분명 꽤 많이 원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지금 이 일기를 쓰는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나도 할 말이 있는데, 아니 해야할 것만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