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의 반응식은 아직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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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의 방정식은 아직 미완성



“우리과에서 진짜 잘생긴 놈 하나, 딱 하나 있어”


남자에게 관심도 안 주던 선배가 입을 열었다. 나야 워낙 조용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가볍게 흘려듣고 있었다.

“아니 근데 그걸 너네학번 여자애가 차갔대”

“23학번이요?? 아니 뭐..신경 쓸 일은 없죠..”

“김석진이라고 알아? 그 선배가 우리과에서 가장 낫다는 선배인데 그ㄱ”

“김..석진..아..김석진???????”


그닥 놀랍지는 않았다. 빼빼하고 가끔가다 마주치면 동그란 얼굴에 이목구비가 비율 좋게 박혀있었다. 근데 워낙 차갑게 생겨서 여자친구는 절대 절대 없을 것 같더만, 결국 그런 사람들은 다 여자친구가 있다.


“뭐 아는 사람이야? 뭘그렇게 놀래?“


“선배님이 추천해주신 그 랩실, 랩장이던데요.”


“아닐텐데? 복전하시고 *에환공연구실 소속이실텐데?“

*에환공: 에너지환경공학과


“여자친구따라서 다시 화학과소속으로 바꿨나봐요“


선배와 한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카페를 나와 연구실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시침은 8시를 향해달려가고 있었다. 주위엔 아직 돌아가는 내 실험기구, 널브러진 실험대가 보였다.

내가 실험을 하는 이유도 무얼 위해 이러고 있는지도 아직 꿈을 찾지 못 한 나는 내 질문에 답 할 시간도 없이 반응종료알람이 울렸다.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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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잠깐 이리로 와볼래?, 너 실험 반응 다 한거 어디 폐기물에 버려?”


“기타 폐기물에 버려요. 실리카입자를 제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거라 어떤 불순물이 생성되었을진 몰라서요”


“반응기질이랑 용매 뭐 사용하는지 말해볼래?“


”DIW, 에탄올, 암모니아수 그리고 전구체로 TEOS사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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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잠깐만 앉아볼래?”


석진의 표정은 실시간을 안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있었다. 사실 내가 처음 학부연구생으로 들어왔을 땐 석진은 없었다. 듣기론 에환공소속이였다는데 왜 다시 화학소속으로 바꿨는진 아직도 모른다. 난 처음 내 실험과제를 받았을 때 내 윗선은 외국인조교님이셨다. 실험 방법, 이론, 세척 방법 및 폐기 방법만 짧게 듣고 바로 내 실험은 나 혼자 진행하는게 몸에 이미 익숙했다.


“암모니아수와 에탄올을 사용하는데 왜 기타일까? 유기산으로 버려야지, 폐기물 버리는게 가장 위험해. 너 심지어 밤늦게까지 실험 혼자하고 주말에 혼자 실험하다가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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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또 한 번 연구실 문이 열렸다.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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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녁 먹으러 가자! 뭐야? 여주도 있었네?”


둘의 뒷모습은 아까까지 혼나던 내 입장을 너무나도 번거롭게 만들었다. 혼난것도 아니지. 그냥 주의였고 좋게생각하면 걱정이겠지만 좋게 생각할 순 없는 상황으로 난 한 번의 주의를 들었다. 


”뭐..아무튼 그것만 조금 조심해주고 주말에 실험할 일 있으면 조교나 나한테 연락 따로 주고. 실험 열심히 해라“



그 말을 끝으로 연구실을 나갔다. 둘은 서로를 웃으며 바라보며 저녁을 뭘 먹을지, 뭘 보며 먹을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 앞에서 사라졌다. 저런 사랑을 보면 가끔 난 어떤 사랑을 해왔던건지, 마음 한켠으로 부럽기도 하다.



“거봐..여자친구랑 같은 소속이고 싶어서 들어왔나보네, 

실험이나 얼른 마치고 집가서 맥주나 마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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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아까 여주랑 무슨 이야기 한거야?”


“그냥 위험하게 실험하는 것 같아서 좀 도와줬어”


“걔가 위험한거랑 오빠랑 무슨 상관인데?”


“너는 나랑 같이 실험하고, 다른 얘 하나는 생명과학과 교수님이랑 박사님들이랑 실험하고, 여주 쟤는 혼자 다 하잖아“


수지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석진을 바라보았다. 석진은 뭐가 문제냐는 듯 투덜거리며 수지에게 말했다.


”나 이제 랩장이야. 교수님한테 실망안겨드리고 싶지 않아..이렇게라도 해서 사고 안 났으면 하니까 이러는거야“


“그럼 알지 알지. 근데 왜 하필 쟤냐고. 이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