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나 화학과 이수지! 너 이름이 뭐야? 엄청 이쁘게 생겼다..“
아까부터 운동장 가운데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쌓여 이야기를 나누던 내 또래 사람이였다. 난 애꿎은 운동장 바닥만 치며 시간이 가는걸 기다리다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올렸다.

“안녕, 나..이여주라고 해“
”좀 이따 개강총회가기 전에 카페에 들려서 놀다가 다 같이 움직이려고 하는데 너도 올래?“
난 고개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누가누가붙을지 한 명씩 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수지가 먼저 내 손을 잡아 동기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애들아 여긴 우리랑 같은 화학과 이여주!“
”여주야, 얘는 김조연, 애는 박지민, 애는 김태형“
누가 누군지 그렇게 말해도 난 기억을 하지 못 한다. 그냥 대충 끄덕거리고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다 같이 카페로 향했다.
딸랑-
시끌거리는 카페 안은 이제 막 입학한 것 같은 나와 같은 신입생들이 북적였다. 자리를 두리번 거리며 찾는데 한 남자애가 자신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겠다고 외치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창으로 본 그의 모습은 입에 담배를 물곤 하얀 연기를 내뱉는 모습이였다. 담배 피는 모습을 보고 있자 수지가 그런 나에게 입을 열었다.
”혹시 흡연해?“
”하는데 담배 냄새 옮길까봐, 괜찮아.“
”성격도 착하다. 괜찮아 지민이도 나가서 피는데 둘이 친해지고 와 봐“
수지의 손길에 의해 난 밖으로 나가 주머니 속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직 날이 풀리지 않았는지 금세 코가 빨개져 코 안 쪽이 따가울 따름이였다.

“뭐야, 너 담배도 펴?”
화들짝 놀라 지민을 쳐다보았다. 난 담배 연기를 한 번 내뿜고 입을열었다.
”성인인데 필 수 있지. 너도 피잖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좋아서“
”내가 담배 피는게 너한테 왜 좋지?“

“담배 친구 생겨서 좋지. 아무도 안 펴 저 무리에서”
지민이 살짝 머금은 웃음이 괜히 찔려 날 놀라게했다. 난 재빨리 담배를 끄고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옆으로 수지가 앉았고 흡연을 하는 나와 지민의 자리는 바깥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둘이 많이 친해졌어?”
그러자 지민은 날 바라보며 답했다.
“우리 비밀 친구 하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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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저녁이 다가와 개강총회가 시작할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집도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학년끼리 다 모여서 그 넓은 술집을 모두 채웠다.

“이여주, 너 여기 앉아라.”
“자자! 신입생 여러분, 모두 환영해요!! 저는 학회장 김조현이라고 해요! 서론 없이 모두 마시고 죽자!!!”
난 그때부터 계속 술게임과 술에 적셔져 정신이 혼미해질때까지 퍼마셨다. 지민은 그런 날 걱정한걸까, 갑자기 앞에 선배에게 무슨 질문을 하더니 선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
“자자! 애들아 이제 9시여서 2차갈 사람들이랑 기숙사 올라갈 사람으로 나누자!”
그소리에 난 벌떡 일어나 기숙사로 바로 튈 준비를 했다. 지민은 그런 날 가만히 보고선 귀에 대고 말했다.
“먼저 준비한다고 먼저 안 보낸대. 기숙사 올라갈 사람들이랑 같이 올라간다는데 너 기숙사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나랑 산책하면서 술 좀 깨자”
지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기숙사 앞에서 선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난 올라가서 급히 물을 벌컥 벌컥 마셔댔다. 그러곤 옷만 급하게 갈아입고 다시 현관문을 나섰더.
멀리서 보이는 실루엣은 지민이였다. 난 지민에게 손 인사를 건네고 그의 앞에 다가갔다. 아까보다 붉어진 볼과 풀린 눈은 이미 그가 취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너 취했네 취했어. 뭘 멀쩡한 척 나오라고 하냐?”
지민은 흡연구역으로 들어가 담배를 하나 물더니 내게 입을 열었다.

“너 뭐..남자친구는 없냐?”
뜬금없는 질문에 지민을 바라만 보다 입을열었다.
“넌 어째 한 질문 한 질문이 참 신기하다?”
“그래서 있어?”
“아 없어. 있으면 내가 길바닥에서 이러고 있겠어?”
괜히 투덜거리며 지민과 눈이 마주치고 우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누군가에 보이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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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둘이 무슨 사이야? 참..학연, 지연, 흡연이라더니“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까, 내 소문은 금방 퍼졌다. 대학교라는 구석이 딱 그정도이다. 남자를 밝힌다. 이 남자 저 남자 다 꼬시고 다닌다. 처음부터 남자만 따라다닌다 등등 이게 다 내 소문이였다. 수지를 포함한 동기들은 날 점점 멀리했고 단톡방도 그들끼리 판 다른 톡방이 있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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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여주냐고, 오빠.”
“걔 남자에 미친 새X야, 소문도 안 들어? 그것도 2년이나 더 된걸..그런 애를 오빠가 왜 챙기냐고”
수지의 눈을 시뻘게졌다. 진짜 걱정스러운건지, 단순히 질투를 하는건지 뭐가 되었든 진심인건 확실했다.

“수지야, 말은 좀 가려서 하지 그래? 우리 만난 것도 2년이야. 이 정도 했으면 공과사는 구분해야지?“
석진의 말에 수지는 아무말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너무 어린 생각만 하고 공과사도 구별 못 하는 그런 애라는게 금방이라도 들통이 날 것 같았을 것이다.
”오빠, 우리 헤어지자“
수지의 이별에 석진은 수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차마 수진의 손을 잡아줄 수 없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그렇다. 둘의 감정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어떤 경로로 어떻게 변했을지 그 둘 조차도 모른다.
“그래 헤어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