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 간섭해요

1. 재회

W. 말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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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아저씨 다 됐네. 어때 살만 하냐?"

"군인한테 그러는 거 아니에요 형- 존나 나가고 싶어요"

"휴가 나오면 제때 제때 연락 좀 해 임마, 서운하다"

오랜만에 모인 술자리였다. 수빈이 연준 오빠 그리고 나.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 붙어 있었는데..쩝, 추억이지 뭐. 휴가를 나온 수빈이는 헬쑥해져 있었다. 수진이와 잠깐 사귀다가 헤어진 후 바로 군대로 도망,아니 입대 해버렸다. 어째 군대 가서 키가 더 커진 것 같단 말이야.. 그 때 차가운 술병이 내 볼에 닿았다. 앗 차가!

"아 뭐야! 오빠 차가워"

"집중해 우리한테. 혼자 다른 생각 하기야? 우리 오랜만에 만난건데"

"미안 미안"

연준 오빠는 학교에 들어간 뒤 1학년 2학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군대에 들어갔다 나온 후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놀랍게도 자퇴를 한 뒤 카페 사장이 되었다.

인생 참 모르는 거야 공부도 열심히 하더니.. 25살에 카페 사장이 될 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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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걔 이번에 복학한대"

"누구"

"네 전남친"

"내 전남친이 한 둘이냐?"

"아 걔 있잖아 최범규-!"


***


이래서 과CC를 하면 안되는 거다. 전남친과 같은 학교 같은 과? 망한거지 그냥.. 범규와는 단순한 이유로 헤어졌다.

군대+취업 준비가 이유였다. 그래도 함께 붙어있던 정이 있던터라 나쁘게 헤어지진 않았다. 친구로 남기로 했던 것 같은데.. 개뿔, 누가 전남친이랑 친구로 지내겠냐고요 그것도 몇 년동안 붙어있었던 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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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씨, 어디 아파요?.. 안색이 안 좋네"

"아..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집중 할게요"

대한민국은 저어어엉말로 좁다. 고3 때 자퇴하고 잠수타던 애가 어떻게 같은 회사 상사로 만나냐고. 태현이는 알고보니 아주 아주 대단한 사람이였다.

"담배 피우러 가실래요?"

"아아 네! 잠시만요 저 이것만 마무리 하고"

허겁지겁 파일 저장을 하고 태현이를 따라 나섰다.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꺼내자마자 무표정이였던 태현이의 표정이 곧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담배고 뭐고 내 얼굴부터 살피는 태현이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나 안 아프거든? 너 일 안 하고 내 얼굴만 보고 있었냐?"

"...안 아프면 다행이야. 오늘 일 쉬엄쉬엄 해 업무도 줄여줄게"

"됐네요 사원이 무슨 힘이 있다고 나같은 인턴에게 업무량을 정해"

사실 태현이라면 할 수 있다. 고 3 때 잠수 탔던 이유.

지금 현 회장님의 아들인 태현이 회사를 물려 받으려 인수인계 받으러 해외로 유학 간거였고 군대를 전역 한 뒤 바로 회사로 들어와 팀장으로 프리패스 할 수 있었으나 완강하게 거절하는 태현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원부터 차근차근 승진하는 방식으로 이 회사에 있는거라고 얼마 전에 들었다.

아니 존나 구준표냐고! 신은 너무 불공평해

"어쨌든 쉬면서 하라고. 아무도 너한테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퇴근이나 시켜주세요"

"퇴근 할래?"

미쳤냐! 이거 권력남용이야. 내 말이 웃긴 듯 담배를 태우던 태현이 베시시 웃었다. 그나저나 이따 학교 들려야 되는데..최범규 마주치면 어떡하지 하아, 사실 일 하는 내내 걱정하던 게 이거였다.

헤어진 이후로 다행히 군대에 간 범규 때문에 한번도 마주친 적 없는데..나도 인턴 경력을 쌓으려 잠깐 휴학을 한 거라 인턴 생활이 끝나면 어!차!피 최범규를 마주칠 수 밖에 없긴 했다. 그래 부딪히지 뭐. 꿇릴 거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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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다 준다 할 때 말 듣지. 왜 그렇게 고집이 세"

"미안해서 그렇지. 나 진짜 버스타고 가면 금방인데"

"됐어. 학교가 어디랬지?"

주소를 말해주니 부드럽게 엑셀을 밟고 출발하는 태현이였다. 가서 서류 제출 하고.. 잠깐 동아리 애들 얼굴도 보고.. 교수님들 한테 인사 하고 그러고 오면 되겠다.

"태현아 나 내려주고 바로 가도 돼. 오늘 진짜 여러모로 고마워"

"별 게 다 고맙네. 고마우면 나중에 밥 사"

"이씨, 너 그럴려고 나 태워준거지"

학교에 도착한 뒤 차에서 내리자 태현이도 따라 내렸다.

엥 너는 왜 내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커피 사게. 짧은 한 마디와 함께 지갑을 챙기며 내 옆에 서는 태현이였다.

어쩌다 보니 나란히 걷게 된 우리는 학교 내부에 있는 카페까지 들어가게 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내가 먼저 카드를 내밀자 태현이가 뭐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돌아봤다.

괜히 태현이를 밀어내며 계산을 마치자 태현이가 바람 빠지게 웃으며 말 했다.

"다 컸네 김여주"

"웃기시네. 커피나 마셔"

"이따 술이나 마실래?"

"어? 술?"

..음, 그래! 어차피 내일 주말이니까 뭐. 고개를 끄덕이자 태현이가 그럼 자기는 차 놓고 오겠다며 손 인사를 해준 뒤 카페를 나갔다. 나도 이제 슬슬 일어나볼까-

자리에서 일어나자 누군가 내 앞에 서서 길을 막았다.

뭐야 어떤 새끼,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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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누구야.. 잘 지냈어 김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