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 간섭해요

3. 삼각관계(?)

W. 말랑이래요





태현은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얘는 또 뭐야.. 지금 제 앞에 앉아 여주를 부축하고 있는 남자는 재수 없게도 모든게 자기보다 뛰어난 것 같았다. 키도 존나 커 얼굴도 존나게 잘생겼어.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을 찾을 수가 없네

태현은 그렇게 속으로 상대방을 곱씹으며 안주도 같이 씹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에요?"

"...보시다시피"

"근데 누구세요? 남자친구?"

오호라. 남자친구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여주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순간 입꼬리가 올라갈 뻔했지만 완벽하게 표정관리를 해낸 태현이 입을 열었다.

"아직 아무 사이 아닌데요"

아직?... 자기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남자를 무시하고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 저 남자 때문에 여주 떠보긴 글렀네. 태현이 폰을 들어 택시를 부르려던 참이였다.

"아 진짜 김여주 왜 이렇게 취했어-"

"우응..어어! 오빠!"

"일어나 얼른"

"오지 말라니까 왜 와써.."

? 존나 누구세요. 태현이와 휴닝카이가 벙찐 채 앞에 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뭔데.. 저렇게 길쭉하고 간지나냐

그냥 편한 옷에 회색 후드집업을 걸치고 볼캡 하나 쓴 것 뿐인데 간지가 철철 나다 못 해 쏟아지고 있었다.

인상을 쓰며 연준을 올려다본 태현이 순간 번쩍 떠오르는 기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선배 안녕하세요. 저 여주 친구 태현인데 기억 나세요?"

"여주 친구요?"

꿀꺽. 괜한 긴장감에 침을 삼킨 태현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맞아 최수빈이 저 형 때문에 고생했던 것 같은데 애들 때리는 거 막느라. 최범규도 몇 번 쳐맞은 거 본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억울한건 지금 저 형이 여주를 보는 눈빛도 나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거다. 아주 그냥 꿀이 떨어지네..

"...미안한데 기억이 안 나는데요"

"그럴수도 있죠."

"그쪽도..태워다 드릴까요?"

"괜찮아요 저는 집이 바로 앞이라"

물론 구라였다. 이렇게 어색한데 태워다주긴 무슨..태현이 여주쪽을 바라보다 이내 지갑을 들고 계산을 하려 일어났다. 그 때 휴닝이의 품에 기대 자고 있전 여주가 벌떡 일어나 태현이를 막았다.

"내가 살게 내가!"

"..됐어 내가 마시자고 한거잖아"

"아니이- 내가 살게 쓰읍!"

아..김여주 왜 이렇게 취했어 존나 귀엽게.

바로 앞에 있는 여주를 끌어 안고 싶지만 참았다. 아까부터 자꾸 자기가 결제 하겠다며 들이대는 카드를 빼앗았다.

"알았어 알았어 네 카드로 결제할게"

그에 만족한 여주가 비틀거리며 짐을 챙기려 뒤를 돌아보자마자 내 카드로 계산을 한 뒤 여주를 챙겼다. 왜 이렇게 취했어 진짜-. 그나저나 뒷통수가 따가웠다. 왜 이렇게 따갑나 했더니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지는지 나를 노려보는 남자 두 명이였다.

"남자친구도 아니라면서 오바 하는 거 아닌가"

"그쪽은 뭐 여주 남친이라도 돼요?"

"알 필요 없잖아요"

묘하게, 아니 그냥 대놓고 분위기가 살벌 해졌다.

저 새끼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멱살이라도 잡고 싶지만 지금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주가 더 중요했다.

여주야 가ㅈ..

? 어디갔어

***

"너는 내일 술 깨면 혼날 줄 알아.. 외간 남자 앞에서 누가 그렇게 많이 마시래"

"아 머리야.. 나도 이렇게까지 많이 마실 줄 몰랐어.."

"삼각 관계라도 돼? 저기 남자 두 명"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너 보는 눈이 다 똑같구만"

아니라니까..오빠는 내 마음도 몰라줘...

안전벨트를 꼬옥 쥐며 거의 반쯤 감긴 눈과 함께 헛소리를 중얼 거리는 여주를 슬쩍 본 연준이 신호가 빨간 불인걸 틈 타 후드 집업을 벗어 여주에게 덮어줬다.

여주 집 앞에 차를 주차한 뒤 연준이는 분주했다. 잠에 들어버린 여주를 어르고 달래며 힘겹게 집으로 들어갔다. 여주를 화장실로 보내 씻으라 한 뒤 익숙하게 꿀물을 탔다. 여주가 취할 때마다 늘 하던 짓이였다.

그 때 식탁에 있는지 모르고 툭 친 여주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라 폰을 주워 들은 연준이 얼떨결에 화면이 켜진 카톡 내용을 보게 됐다.

..뭐야 최범규?

순식간에 짜증이 확 몰려왔지만 참았다.

도대체 언제 마주친거고 언제 연락을 한 거야.

때마침 다 씻고 나온 여주가 머리를 부여잡고 나왔다.

"지금 몇 시야 오빠.."

"여주야 이리와봐"

"...왜?"

흠칫 놀란 여주가 천천히 연준이에게 다가갔다. 팔짱을 끼고 앉아 바닥을 보고 있던 연준이 팔을 뻗어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 범규 만났어?"

"아.. 응 만났어 학교에서"

"어땠어"

"어떠긴 뭘 어때- 그냥 아무렇지도 않았지"

"그럼 이건 뭐야"

연준이 여주의 폰을 들이 밀었다. 엥? 뭐야아아?!!

깜짝 놀란 여주가 몇 번이고 카톡 내용을 확인했다. 내가 저런 카톡을 보냈다고? 내가?

범규의 답장까지 확인한 여주가 울상이 되었다. 나 어떡해 오빠.. 쪽팔려서 어떻게 살아.. 그러자 연준이 작게 웃으며 얼른 들어가 자라고 말했다. 말은 잘 듣는 여주가 오빠도 얼른 가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여주야,이제는 마음 고생 그만하자. 그렇게 생각한 연준이 천천히 차 키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____________________



늦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