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아까 일 하는 내내 안색이 안 좋던데.. 괜찮아?"
"일 할 때 나는 언제 봤대. 괜찮아"
"밥 좀 많이 먹어 너 요즘 수척해"
퇴근 한 이후 태현이와 회사 근처에 들어가 앉자마자 들은 소리였다. 내가 수척 한가.. 그럴수도 있지. 정신이 하도 없어 내 몸 챙길 일이 없었으니까. 굳이 대답을 하지 않고 물컵을 들으니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으아-.. 쏟는 줄 알았네."
"거 봐, 너 무슨 일 있지"
"아니라니까"
"그래 어려운 말이면 굳이 말 안 해도 되는데. 네 몸은 잘 챙기고 다녀 사람 걱정되니까"
"...고마워"
사실은 범규가 자꾸 생각이 나. 뒤늦게라도 후유증이 오는 것 같아. 이별 했을 때보다 더 힘들어..
말 하고 싶은 걸 참고 수저를 놓았다. 꼴이 웃기잖아 고작 이런 일 때문에 힘들어 한다니. 그래서 꾹 참고 버텨보기로 했다. 아직도 걱정스레 날 쳐다보는 태현이에게 살짝 웃어주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물을 마시는 태현이였다.
***

["소개팅 보라니까? 내가 장담하는데 진짜 좋은 애야!"]
"아 군인 안 만나요. 안 해"
["시발.. 슬프게 하네?"]
"넌 왜 나 힘들어 보일때마다 지랄이야!"
["군인 아니니까 만나. 한번만 만나봐,아니 세 번만!"]
"또 귀찮게 해 최수빈"
통화를 끊고 리모컨을 건들이며 재미없는 채널을 돌리니 바닥에 드뤄 누워 티비를 보고 있던 연준 오빠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무시하려던 내 계획이 깨져버렸다. 왜. 짧게 물어보니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오빠였다.

"최수빈이 남소 해준대?"
"응 그렇다는데"
"갈 거야?"
"몰라 아직"
"...아직?"
3연타 질문에 입을 다물고 티비에 시선을 옮겼다. 이 오빠는 집에 언제쯤 가려나.. 혼자 생각하는 도중에 또 한 번 진동 소리가 울렸다. 아오 안 받는다니까 왜 또 전화를-!..
[최범규]
...범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밖으로 뛰쳐 나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후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으니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너무 너무 반가워서 울 뻔했다.

["야-.. 나는 진짜르...모르겠다 너어.. 푸으-"]
"..범규야 술 마셨어?"
["마셨는데 왜 뭐- 또 미워?! 짜증나?!"]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 "
["나야말로 신경 쓰여... 너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야"]
"지금 누구랑 있어? 우리 만나서 얘기ㅎ.."
["지그음..내 옆에 연지.. 연지 있어"]
"..."
하? 뭐 하자는 거야. 황당해 전화를 끊지 않고 가만히 있자 범규가 테이블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오빠 정신 좀 차려봐! 괜찮아?"]
하는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이거 시발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전화를 뚝 끊고 집으로 들어가니 연준 오빠가 어리둥절한 상태로 나를 올려다봤다.

"맛있는 거 사왔, 야 잠시만 너 왜 울어!"
"..흐으- 오빠"
"울지마.. 괜찮아 괜찮아"
오빠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쪽팔리지만 어쩔 수 없다 내 등을 토닥이며 눈물을 닦아주는 오빠의 다정함에 셀 수 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그 와중에 머릿속엔 범규 생각밖에 안 났다.
한참이 지나 진정이 된 나를 재워주고 가겠다며 지랄하는 걸 겨우 말리고 오빠를 돌려 보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연지.. 연지라고 했지. 조연지.. 예쁜가? 얼마나 예쁘길래-
딩-동! 딩-동 딩동 딩동!
"!.. 잠시만요 금방 나가요!"
오밤중에 우리 집은 무슨 일이지? 그 생각을 하며 문을 열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서있었다.
..하, 진상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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