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 간섭해요

6. 삼귀는 사이


W. 말랑이래요




"허억- 흐어.. 언니 죄송한데 실례 좀 할게요"

"..누구신데요"



누구시긴 개뿔. 술 취한 최범규를 들고 헉헉 거리는 여자는 딱 봐도 조연지라는 여자애였다. 당장이라도 쌍욕 박고 꺼지라 하고 싶지만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며 참고 또 참았다. 그나저나 최범규 저렇게 취한건 처음 보는데..



"아니 최범규가 언니 보고 싶다고 하도 지랄을 해서- 진짜 죄송해요 ㅠㅠ"

"..네??"

"아 맞다 오해 하시면 절대로 안되요! 전 그냥 사촌동생이니까!"

"ㅇ.. 알았으니까 얼른 가보세요 범규는 제가 챙길게요"



네 언니 땡큐!  그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범규를 두고 나가버린 연지라는 여자, 아니.. 사촌동생이였다. 잠시만 그니까 다시 한 번 상황 정리를 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오해를 했다는 거고, 괜한 질투심에 태현이랑 연락 한다고 해버린거네?


하, 쪽팔려..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에 머리를 쥐어 잡고 바닥에 주저 앉아 벽에 기대 자고 있는 범규만 내려봤다.
절로 입에서 시발시발 중얼 거리던 내가 정신을 차리고 범규를 일으키려 하니 드디어 일어났는지 눈만 꿈벅 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범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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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일어났어? 여기서 자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자"

"진짜 김여주야?.."

"응 응, 나 맞으니까 얼른 일어나자"

"김여주 아니잖아.. 걔는 나 싫어하는데"



멈칫, 내가? 내가 널 왜 싫어하는데. 범규의 말에 울컥했다. 나는 그런거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 하고 있어 바보새끼야.. 한숨을 푹 쉬던 범규가 다시 눈을 감으려 하길래 얼른 몸을 흔들었다.




"정신차려 최범규! 들어가서 자라고"

"너 김여주도.. 아니자나.. 내가 니 말 들을 줄 아냐?.."

"..풉"



얘가 뭐래. 이 와중에 웃겨보자는 거냐. 잔뜩 취해 혀가 풀린 범규가 귀여웠다. 어휴 이렇게 취하면 어떡해 술찌 놈이. 속으로 잔소리를 하며 열심히 범규를 일으켜 방으로 걸어갔다. 순순히 끌려오는 범규의 눈은 감겨 있었다.

얼떨결에 내 침대에 눕힌 뒤 이불을 범규의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 나는 그럼 어디에서 자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곤히 자는 범규를 바라보다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 3시가 지나있는 상태였다.

으악 내일 출근인데!.. 얼른 자야지.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떼는 순간 내 손목을 잡아 이끄는 힘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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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자"



***



어떻게 옷까지 벗었는지 모르겠다. 서로 정신 없이 엉켜 붙는 탓에 정신은 이미 가출한지 오래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범규의 손길이 달콤해서 죽을 뻔했다. 새벽 내내 뒹굴다 잠든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땐 알람이 울리기 30분 전 범규의 목소리에 잠이 깨었다.



"..잘 잤어?"

"..."



멍- 때리며 범규를 올려다보다 깜짝 놀라 이불로 몸을 꽁꽁 싸맸다. 으악! .. 그런 내 반응에 뒷머리를 멋쩍게 긁으며 바닥에 떨어져있던 내 옷을 전해주는 범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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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근인 것 같길래 밥 좀 차려봤어"

"아, 고 고마워.."

"옷 갈아입고 나와"



쾅-, 문이 닫히자마자 머리를 쥐어 뜯었다. 미친년 개미친년!!... 문득 고개를 숙여 내 몸을 확인 해보니 어젯 밤 범규가 남긴 흔적들이 가득했다. 보고 있으니 민망해 옷을 서둘러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니 범규가 국을 퍼고 있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다 내가 먼저 숟가락을 내려 놓았다. 아.. 죽을까. 입맛도 없고 양심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최범규의 표정에 죽빵 날리고 싶고..



"왜? 맛 없어?"

"..아니"

"근데 왜 안 먹어"

"너 같으면"



밥이 들어 가겠냐?! 참다 못 해 소리를 질렀다. 물론 끄떡없는 범규였지만 괜히 분해 씨익 씨익 거리며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지금 나만 진심 같잖아.. 짜증나 최범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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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안 들어갈건 뭔데"

"너 이 개새,"


끼야.. 말을 끝맺기도 전에 범규가 입을 맞췄다. 깜짝 놀라 물컵을 떨궈 차가운 물이 내 발을 적셨다. 마치 어제의 일일 생생히 기억 난다는 듯이 다정하게 얽히는 혀에 나도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로 입을 떼자 내 허리를 끌어 당겨 자기 품에 가둔 뒤 조금씩 말을 꺼내는 범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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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 너도 그래?"

"..응. 나도 힘들었어"

"힘들어 했다는데 왜 기분이 좋지-"

"기분이 좋기는.."

"여주야, 우리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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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나와 집 앞이야'] - 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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