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상황 파악을 마치자마자 범규와 함께 공원으로 뛰어갔다. 아이씨 어쩐지 둘이서 심각하게 나간다 했더니!.. 김예림 만나러 갈 줄 누가 알았겠냐고
공원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수진이와 연준 오빠가 웬일로 주먹을 안 쓰고 멀쩡히 서서 대화 중이였다. 그쪽으로걸어가니 수진이가 깜짝 놀라며 우리를 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준 오빠는,

"다른 소리 할 거 없고. 경찰서 가자"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경찰서를 가요"
"그럼 여기서 존나게 쳐맞을래?"
"선배님!.."
"카톡 보니까 지랄도 가지가지로 했던데. 뭘 믿고 그러냐 너? 최범규가 나한테 입 다물고 얘기 안 하니까 다행이다 싶었어? 시발 입이 있으면 대답을 해봐"
"..."
말로 후두려 패네..
김예림은 주먹을 꽉 쥐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였다. 오빠는 진심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은 모양새를 보니.. 어지간히 빡쳤나보다.
"연준 오빠. 여기서 뭐 해 진짜.."

"아, 이거 놔 봐 저 새끼 뭐라는지 대답 좀 들어보게"
연준 오빠를 붙잡자 이거 놓으라면서 김예림을 노려보는 눈은 거두지 않았다. 솔직히 이쯤되면 쟤도 미안하다고 하는 게 정상인ㄷ..
"범규야 나는 한번도 아니였어?"

"무슨 말이야"
"한번이라도 나 봐준 적 있었냐고"
"아니?"
단 한 번도 없었어. 범규는 단호했다. 김예림이 그 말에 몸을 부들 부들 떨더니 우는 것 같았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우니까 존나 우리가 가해자 같네;
"네 마음만 생각하지 말고 너 때문에 범규 아팠던 거, 상처 받았던 거 평생 마음에 담고 반성해"
"..."
"그리고 너 최범규 좋아했던 거.. 그거 지랄이야 너"
좋아하면 너처럼 안 해.
이번에도 김예림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까지 사과 하지도 않았다. 저렇게 열등감에 찌들어져서 어떡하냐 쟤.. 괜한 불쌍함과 미련한 동정이 생겼다.
연준 오빠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물론 범규의 의해 금방 내려졌지만. 우린 김예림을 등지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몰라 쟤 이제 1도 신경 안 써
***
"아 머리야..."
잠에서 깨 주변을 둘러보니 내 옆에서 꼭 붙어 자는 범규가 보였다. 어제 집에 들어오자마자 술이고 뭐고 피곤해 다같이 뻗어버렸다. 곤히 잘 자고 있는 범규의 이불을 정리해준 뒤 거실로 나오니 소파에서 자고 있는 수진이와
바닥에 널부러져 자는 연준 오빠와 수빈이가 보였다.
"뭐야 이불도 안 덮고 자..감기 걸리게"
옆에 있는 범규의 패딩과 내 패딩을 대충 덮어주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려 상의를 들췄더니
마침 잠에서 깬 범규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남의 집에서 하자고?"
"미친, 그런 거 아니라고!"
어우 짜증나 또 놀려 또. 서둘러 옷을 갈아 입으니 범규도 주섬주섬 일어나 내 허리를 감쌌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빈이의 옷을 곱게 개어 정리를 하니 범규가 입을 열었다.
"집에 갈 거야?"
"응. 얼른 가야지 너도 옷 갈아입어"
"나랑 데이트는 안 해?"
"어?"
아니; 그렇게 훅 들어오시면 심장이 설레서 뛰쳐 나갑니다.. 얼굴이 빨개져 대답을 못 하니 범규가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애들 깨우자 이제"
***
집에 와서 조금 더 잤다가 슬슬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범규랑! 데이트라니! 그동안 엄청 많이 했었지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카톡-!
['데리러 갈게 거의 다 왔어']
연락을 보자마자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집 앞으로 나오니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범규가 보였다.

"..어, 몰래 주려고 했는데. 미리 나와 있었네?"
"뭐야? 꽃다발이야?.."
"오는 길에 꽃집이 생겼길래"
"우와-.. 진짜 예쁘다. 고마워 범규야"
꽃다발을 들고 오다 나와 눈이 마주쳐 머쓱해 하는 범규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건내 받은 꽃을 소중하게 잡고 나란히 걸었다.
"요즘 너무 다정해 최범규"
"...싫어?"
"싫지는 않은데 불안해"
"뭐가"
"너무 좋아서 불안해"
장난 반 진심 반인 내 말에 걸음을 멈춘 범규가 내 두 볼을 감쌌다. 으응? 갑작스러운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떠 올려다보다 그대로 입을 맞춰오는 범규에 눈을 감았다.
길지 않은 입맞춤이지만 충분히 설레였다. 괜히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니 내 손에 깍지를 끼며 다시 걷는 범규와 발을 맞췄다.

"불안한 것도 많아 김여주"
"..밖에서 이렇게 뽀뽀하면 어떡해"
"집에서만 하기엔 너가 너무 예쁘잖아"
"왜 이렇게 능글 맞아졌어 최범규"
"그것도 너 때문이야"
꼭 맞잡은 손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왜 주책 맞게 연애 초반처럼 설레냐.. 히히
그 때였다.

"..어 뭐야, 여주야 어디가?"
태현이였다. 와 깜짝아 동네에서 학교 애를 다 보네.
태현이도 놀란 듯 나와 범규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선 내 손에 들린 꽃을 보더니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 했다.
"아- 데이트 하는구나"
"으응.. 너는 어디 가?"
"나도 여자친구 만나러"
여자친구라는 말이 왜이리 다행스럽게 느껴지는지..
괜히 범규의 눈치를 봤다가 한숨 돌렸다.
"아 여자친구! 얼른 가 봐 다음에 또 보자"
"..응, 다음에 또 봐"
태현이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런데도 범규의 경계는 풀리지 않았는지 이미 저만치 걸어간 태현이를 노려보는 범규였다.

"다음에 또 보긴 뭘 봐"
"그런가? 그래도 학교 다니면서 보긴 보겠지"
"쟤랑 친하게 지내지마"
"그런 사이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태현이랑 무슨 일어날지 누가 알아
그 이후로 태현이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마주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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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마지막인줄 알았죠?
시즌 2로 금방 돌아올게요
원래는 시즌 2 할 생각 없었는데..
전개 상 어쩔 수 없었네요(변명)
그동안 풋풋했던 고딩 범규와 여주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