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최애는 전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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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가 사귀게 된 이후로 맞이하는 첫번째 크리스마스. 아무래도 태형이가 어딜가도 알아보는 유명한 가수가 되었기에 밖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여주야,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는 밖에서 보내자."
"ㅇ,어...? 밖에서 보내자고...?"
당연히 안에서 조용히 보낼 줄 알았었는데, 밖에서 보내자는 태형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러다가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진짜...!
"우리 사귄 이후로 밖에서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해본 적이 없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밖에서 데이트 하는 건 너무 위험해. 혹시 나 때문에 그런 거라면 난 정말로 괜찮아."
집 데이트가 난 정말로 좋다. 둘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연인들처럼 평범하게 즐기는 데이트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나도 태형이랑 밖에서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데이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마음 때문에 태형이를 위험하게 할 순 없었다.

"굳이 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야. 내가 원해서 그래. 평범한 연인들처럼 마음 편하게 밖에서 데이트 해보고 싶어."
태형이의 말에 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동안 태형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조금 위험해도 한 번만이라도 이 위험한 데이트를 해보기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우리. 물론 태형이를 꽁꽁 싸매고서 나왔다. 어르신이 입을만한 올드한 잠바와 파마머리 가발에 뿔테 안경을 끼고 진짜 같은 수염까지 붙이고 나왔다. 그래도 잘생긴 얼굴을 숨길 수가 없어서 주근깨까지 디테일하게 추가했다. 패션까지 완벽 너드남 스타일로 꾸몄다. 너드남에 빼먹을 수 없는 거대한 백팩까지 갖추었다.
"여주야... 이렇게까지 해야 해?"
"쉿...! 그 튀는 목소리도 모기 목소리로 바꿔봐. 목소리만 들어도 나 김태형이에요 라고 알리는 것 같잖아."
물론 여기서 김태형이라는 이름을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들으면 안 되니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뿌우)) ((최대한 모기 목소리로 말하는 중
입술을 대빨 내놓고서는 내말대로 모기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미치도록 귀여웠다. 그래도 연예인은 어쩔 수 없이 연예인인지 이렇게까지 해도 후광이 났다. 이걸 어쩌지 하다가 밝은 태형의 성격까지 숨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길쭉한 키를 조금이라도 숨기기 위해 허리를 살짝 굽히게 하고 최대한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태형이한테 미안하긴 했지만 태형이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너한테 힘들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라는 걸 알아줘."
완정무장을 하고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라떼월드몰으로 갔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인파가 정말로 많았다. 한편으로 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 다니면 덜 눈에 띄니깐 말이다. 화려하고 큰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결코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카메라 속 태형이의 모습은 더 웃겼기 때문이다. 난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크큭... 푸흐흐..."
"여주야 왜 웃어..." ((모기 목소리로 말하는 중
"미안해... 푸흐..."
뿌우-] ((삐짐 하지만 여주의 말 한마디면 바로 풀림
그러면서도 언제쯤 우리가 평범한 모습으로 이런 곳에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겠다. 모두가 멈춘 그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다음으로 향한 곳은 라떼월드몰에서 가장 가까운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다.
스티커 사진 기계 안에 들어가서 태형이의 변장을 잠시 내려두었다. 가발이 얼마나 더웠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많이 더웠지...?"

"아니야, 안 더웠어. 내가 원래 몸에 열이 많잖아, 그래서 땀이 이렇게 많이 난 거야."
그런 태형이를 보니, 정말로 속상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서... 난 스웨터 소매로 태형이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여러가지 포즈를 취해가면서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도, 필터와 꾸미기를 사용해서 웃기게도 찍어보았다. 처음으로 찍는 태형이와의 스티커 사진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얼굴 몰아주기 표정 뭐야. ㅋㅋㅋ"
"원래도 예쁘지만, 네 얼굴만 예쁘게 나오게 하고 싶어서."
"네 표정이 완전 시강이라서 내 얼굴이 보이지도 않잖아." ((웃음 터트림

"내 눈에는 너밖에 안 보이는데."
에필로그_
평범하게 포즈를 지으면서 4개로 나누어져 있는 사진을 찍은 여주와 태형.
인화되서 나온 사진의 4번째 사진에서는 눈웃음을 짓고 있는 여주의 뺨에 입을 맞춘 태형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