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 상대는 최애님 [TALK]

《SUGA》09. Toy ; 인형보다 더 인형같이 굴어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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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 톡, 톡.

 장마가 끝난지 언젠데 또 다시 비가 한방울 한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창문을 내리치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정확히 민윤기와 그렇게 헤어진지 1주일째였다.





유라) ''후...''






 폰을 껐다가 켰다가를 반복했다. 아무 의미없는 행동도 이젠 지쳤다. 자존심 쎈 민윤기가 먼저 연락할 일은 전혀 없으니까.

하긴, 내가 윤기여도 다시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걔는 나처럼 사랑하지 않으니까.




띵동-




 누군가 누를리 없는 초인종 소리가 적막한 방안에 울렸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시선을 현관으로 돌렸다. 잠깐이지만 윤기였으면 했다.

민윤기일리 없는걸 알지만




 띵동-




 나는 천천히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 초인종은 한번 더 울렸다.



민윤기일리없다



내가 현관앞에 서서 문고리를 돌릴려는 그 순간 현관문을 누군가 강하게 내리치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기) ''나야 민윤기.''





그 말을 들은 나는 현관문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 바로 열면 눈물을 보일까봐 겁났다. 그보다 내가 그를 보고싶어 들린 환청일까봐 그게 더 겁났다.







윤기) "...이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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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민윤기다.



 나는 내 귀까지 울리는 심장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문을 열었다. 문앞엔 비에 젖은 윤기가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윤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가 울어서인지 비에 젖어서인지 모를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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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 "....누나"


유라) ''왜... 왔어?''


윤기) ''.......''


유라) ''나 너 필요없어. 볼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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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이젠 정말 필요없어진거야?''





 윤기는 어이없다는듯 한번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다시 똑바로 날 뚫어지게 응시하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붉은 그의 눈가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유라) ''원하는게 뭔데? 너처럼 자존심만 쎈 ㅅㄲ가 여기까지 자신감 굽히고 온거면 원하는게 있을거 아니야. 결혼이 도구처럼 보이냐고? 그래!! 내겐 결혼이 도구야! 사랑이 장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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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사랑이 장난이면 가차없이 날 이용해. 버리지말고 이용하라고!!!''





고함을 치듯 소리지르던 윤기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윤기)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요 누나''





 그의 말을 들은 난 놀라 굳어버렸다. 윤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털썩 꿇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윤기) ''내가 누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래서 그런거라면 믿어줄거야?''

유라) ''뭐?''

윤기) ''사랑해서 그랬어. 내가 사랑하는 여자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싫었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억지로 나랑 결혼해야하는거 같아서 미웠어.''

유라) ''...미안.''

윤기) ''근데 누나 옆에 딴 놈이 서있을 거라는게 더 ㅈ같더라. 그래서 잡으려고 왔어.''




윤기의 말이 끝나고 우리는 조금 긴 침묵이 흘렀다. 눅눅한 습한 기분과 비소리가 웬지 더 크게 들렸다. 그러나 이중 제일 큰 소리는 내 심장소리였다.


윤기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이내 상처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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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난 너에게 더이상 바랄게 없어.''

유라) ''거짓말.''

윤기) ''나로인해 누나가 채워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유라) "그게 네 운명이여도?"





윤기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기) "내 운명은 이미 네 소유인걸''

유라)  ''......일어나 민윤기''

윤기) ''싫증날때까지 날 가지고 놀아. 널 위해서라면 날 부러뜨려도 좋아. 아, 이미 망가져서 상관없을지도.''

유라) "...넌 감정도 없는 인형이 되고 싶은거야? 장난해? 내가 그걸 원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나는 윤기에게 그만 일어나라고 그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었다. 윤기는 그런 내 손을 덮썩 잡고 자신의 볼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윤기) ''내 감정따윈 뭐가 중요해...그냥... 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줘''

유라) ''후회할거야. 너가 말한것처럼 우린 정상적인 결혼이 아니니까''

윤기) ''괜찮아''






 윤기는 그 한마디 툭 내뱉고 내 왼쪽 손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얼마나 오래 이 차디찬 비 속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내 손바닥에서 입을 땐 윤기는 내 약지를 잘근 물었다.





유라) ''악!''





 윤기는 자신의 잇자국이 난 약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윤기) ''약혼반지는 준비 못해서 미안. 누나 나랑 결혼하자''




 결혼 반지가 있어야하는 그 자리를 말이다.

정말 윤기의 이 다음생에도 다다음생에도, 아니 내 모든 생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청혼일 것이다.





유라) ''됐어, 연애부터해''





 내 말에 윤기는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내 답은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그러다 다시 샤르륵 눈꼬리를 우아하게 접으며 말했다.


눈물에 쩔어있던 그가 그리 화사하게 웃자 내 심장이 다시한번 쿵하고 울렸다. 민윤기가 너무 좋아서 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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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좋아해, 나랑 사귀자.''





 그는 그제서야 자리에 일어났고 나는 나보다 눈높이가 높아진 윤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얼굴은 점점 가까워지고 그의 숨결이 내 입술에 닿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한번더 키스해볼까라는 생각이 곧 내 머리를 휘감았고 내가 까치발을 들려는 순간, 윤기는 내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살며시 감싸고 그대로 윤기는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깨문 내 약지를 어루만지며 말이다.


키스는 또 언제 해봤는지. 그때도 지금도 능숙한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