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증오하던 남편이 기억을 잃었다

03. 우리가 같은 마음이길

photo

03

우리가 같은 마음이길
















 ''하... 시X...''







 승철이는 욕을 하며 방문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역겨웠다. 본인의 첫사랑, 아니 마지막 사랑 아이리스. 그녀와 같은 얼굴을 한 그 여자는 마치 본인이 아이리스인 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아리...''








 본인은 아리의 죽음에 동참한 주제 아리를 그리 차디찬 시체로 만든 주제 같잖게 아리의 행동을 따라한다. 그 이유는 뻔했다. 로즈 황녀는 본인을 사랑했으니까. 물론 옛날일이었지만 꽤나 유명했다.







 ''아리 난 너뿐이야...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해... 내가 너와 혼인할 일을 얼마나 꿈꿔왔는데...''







 승철이는 돌아오지 않을걸 알면서 하염없이 아리만을 불렀다. 그렇게하지 않으면 로즈의 모습에서 아리가 겹쳐보이니까.







 ''후...''







 승철이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비틀거리며 본인의 방으로 향했다. 술을 즐겨마시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술이 없으면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술만 마시면 아른거리는 아이리스를 봐야지 미치지 않을것만 같아서.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보이면 미칠것만 같던 그녀의 모습이 오늘은 미치도록 필요했다.








photo









 “……”






 나는 그의 말을 들은 직후 아무것도 안하고 방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며칠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일까…? 갑작스럽게 배가 고파왔다.






 “…저녁시간은 지났을려나?”






 침대에서 나와 문을 조금 열었다. 복도는 어두웠고 사용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굶주린 배를 잡고 천천히 방을 나섰다. 낯선 곳을, 그리고 내게 옹호적인 사람이 하나 없는 그곳을 혼자 다니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었지만.






 “아무도… 없나요…?”






 좀 걷다보니 밝은 빛이 나는 방이 하나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빛을 따라 걸었고 문틈으로는 그가 보였다.






 “하…”






 잔뜩 엉망이된 승철이가 보였다.






 “승…철아…?”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선 그의 이름이 나왔다. 다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그와 눈이 마주쳤다.






 “헙…. 아… 그, 그게…”






 내게 욕하며 소리칠 줄 알았던 그가 내게 다급하게 달려왔다.





photo
 “아이… 아이리스!!”

 “ㅁ,뭐?”






 그는 나를 잡아당겨 방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내 등 뒤에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승철이는 내가 벗어나지 못하게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순간 강한 술냄새가 훅 번졌다.






 ”술…마셨어?“

 ”응, 아리. 너무 보고싶었어. 사랑해, 사랑해 아리…“

 ”나도… 사랑해 승철ㅇ…“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맞추었다. 위스키 맛이 뒤엉켰다. 그날 위스키가 그리 달달한 술인줄 처음 알았다.






photo
 ”난 너와 영원을 함께하고 싶었어. 아리… 그러나 넌…“






 그는 잔뜩 취해 뭉개진 어투로 말을 천천히 이어갔다.






 ”내게서 영원히 사라졌어. 그리고 난 너의 앙숙의 딸과 결혼했지. 근데 아리… 앙숙의 딸이 어쩌면 널 불행하게 만든 사람 중 하나 아니였을까? 하하…“






 그는 숨을 크게 한번 쉬더니 나를 본인이 누워있던 쇼파로 데리고 가 꼭 끌어 안았다. 그는 내 목에 입을 한번 맞추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photo
 ”있지 아리… 난 너밖에 없어… 그래서… 내… 아내도 모질게 굴고 싶었는데… 하… 너무… 그녀가 너무 너와 닮았잖아… 아이리스… 나의 아이리스 난 어쩌면 좋을까…?“

 ”승철아… 난 죽지 않았어… 나야, 내가 너의 아내야“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날 밤이 시작되었다.

















photo















  다음날 아침,







 ''으음...''






 눈을 떠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승철이의 방이었고 나는 그의 침대에서 눈을 떴지만 어디에도 승철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갔나...?''






 나는 차갑게 식은 내 옆자리를 만지며 피식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첫날밤인데 나 일어나는거까지는 봐주지... 야박하게...''






 그래도 좋았다. 어제 그와의 깊은 오해를 풀고 이제 정말 나는 그의 여자가 그는 나의 남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빌어먹을 내 왕궁만 우리의 손으로 무너트리면 완벽하다.






 ''하... 이렇게 이 세상이 완벽해도 되는건가?''







 나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승철이의 향이 훅 번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을 내 몸에 두르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 하루가 정말 완벽하다 생각했다.

 그가 내게 돌아오지 않는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