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엘베 같이 타는 옆집 오빠

매일 엘베 같이 타는 옆집 오빠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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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엘베 같이 타는 옆집 오빠















교문 앞에 서 있던 태형오빠가 한쪽 어깨에 가방을 맨채로 성큼성큼 우리 쪽으로 걸어옴. 친구는 살짝 무서웠는지 끼고 있던 팔짱에 힘을 조금 더 줌. 우리가 인사를 하니까 오빠도 인사를 받아주고는 말을 함.





“여주야, 봉지에 있던 메모지 혹시 못 봤어…?”





나는 자연스럽게 내 오른쪽 손에 달랑거리며 들고 있던 봉지로 시선을 옮김. 그리고 내가 계속 주머니에 넣어 뒀던 그 메모지가 머릿속이 떠오름. 그 메모지에 오빠가 도대체 뭐라고 적었길래 그랬던걸까 하고 내가 잠깐 멈춰있으니까 오빠는 목소리를 조금 작게 하고는 교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었는데… 라고 중얼거림.



내가 살짝 곤란해진게 느껴졌는지 친구는 힘을 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수상한 표정과 함께 웃으면서 나를 보내줌. 오빠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내 가방을 자연스럽게 가져가 손에 쥐고는 걸어감. 나도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함.






“아, 제가 메모지 읽어보려고 할때 선생님이 들어오셔서..죄송해요…”

“응? 아냐ㅋㅋ 아까 보니까 잘자던데 역시 아침에 많이 피곤했지?”

“조금..? 오빠가 더 피곤하셨을것 같은데..저 때문에 아침부터 학교도 늦으시고…”

“난 괜찮아ㅋㅋ 원래도 지각 안 하던건 아니니까. 너가 많이 다쳐서 좀..”

“전 진짜 멀쩡해요! 병원 같이 가주신 덕분에 아마 이틀이면 다 나을거에요.”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걷다보니 아파트 정문에 다다름. 그리고 역시 엘베를 타고 올라가 집으로 들어감.




방에 들어와서 손을 씻고 가방도 정리한 후 책상 의자에 앉음. 오빠가 준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도 새걸로 다시 붙임. 그리고 아까 학교에서 읽지 못했던 그 메모지를 주머니에서 꺼내와 펼쳐 읽어봄. 노란 메모지에 파란색인 조금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음.




’여주야 반창고 자주 갈아주고 약도 틈틈히 발라.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서 기다릴게.’





부모님•친구가 아닌 사람에게 챙김을 받은 느낌이 왠지 낯설게 느껴져서 한동안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음. 
근데 이 느낌 나쁘지 않은것 같아.


















🛗














아까 학교 교문 앞에서 헤어져야 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옴. 잘 들어갔냐면서. 근데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음. 혼자 있는걸 싫어하는것 같았는데 바로 나를 놔주고 혼자 집으로 가는 뒷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는것 같아서. 아까는 분명 괜찮다고 했지만 절대 괜찮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음. 나 역시 친구에게 혼자 집 가서 어떡하냐고 미안하다고 보냄. 그리고 돌아오는 답장엔 태형오빠와 잘 해보라는 내용의 글이었음. 또 한명한테 들켰네. 아니 잠깐, 이걸 들켰다고 말하기엔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해볼 수록 이상했음. 분명 몇주 전까지만해도 우리는 그저 옆집에 사는 이웃주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선후배 사이가 아니었나? 심지어 나는 지금까지 옆집오빠가 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혼란스러워짐.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옆집오빠의 이미지는 학교에 꽤 잘 나오는 양아치 느낌인데 이렇게 갑자기 자주 마주치게 되니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함. 특히 친구들과 있을때 마주치는건 더더욱. 




생각 정리를 좀 하고자 엄마한테는 잠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채, 집 밖으로 나옴. 아파트 놀이터 뒤쪽에 있는 자그마한 산책로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음. 날씨도 확실히 많이 추워졌기 때문에 패딩 주머니에 속을 꼭 넣고. 숨을 쉴때마다 나오는 입김이 잡생각들처럼 공기 밖으로 나오는걸 보니 마음도 조금 편해지고 머릿속도 비워진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고 걷고 있었음. 그런데 저 멀리 그림자 때문에 어두운 길가에 누가봐도 일진들이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것 같은거임. 너무 무서워서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췄는데, 멈추면 뭐하냐고. 이 길 말고는 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없었음. 그래서 최대한 고개를 내리고 패딩 모자까지 쓰고 걸음.




걸을때 마다 그 무리와 점점 가까워 지고, 바람 때문에 담배 연기와 담배냄새까지 진해지는게 느껴짐. 저절로 찌뿌려지는 인상에 최대한 저 사람들 눈에 보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눈을 꼭 감고 지나감. 지나갈때 나도 모르게 실눈을 살짝 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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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눈을 뜬 그 좁은 시야에서 옆집오빠가 눈에 들어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