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엘베 같이 타는 옆집 오빠
좁디 좁은 실눈의 시야에서 보인건 태형오빠였음. 나도 처음엔 내가 착각한줄 알았지만 결코 착각이 아니었음. 물론 그자리에서 아는척을 할 수 있는 대단한 깡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멈칫하지도 못하고 그저 똑같이 걸어갈 뿐이었음. 살짝 속도를 높여서 걷긴 했지만. 속도를 높여서 조금 빠르기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진게 느껴짐. 시험만 끝나면 내가 체력왕 된다 진짜. 숨이 거칠어지니 입김도 쉴세 없이 공기 중으로 흩어짐.
엘베에 타서 그 사이에 빨개진 손을 호호 불며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봄. 추워서 그런지 얼굴의 볼과 코가 제법 빨개졌음. 그리고 잠깐 생각에 빠졌는데, 아까 눈이 마주칠뻔한 옆집오빠가 잊혀지지가 않았음. 원래 내가 평소에 느끼고 생각했던 오빠의 이미지는 그게 맞는데. 다른 일진들이나 양아치들처럼 학생인 주재에 길가에서 담배나 피우고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맞는데. 그런데 이번에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자 왠지 뒷통수를 맞은것처럼 자꾸만 멍해지는게 느껴져 나 자신이 조금 낯설게 느껴짐.
자꾸만 피어오르는 아까 그 모습을 잊으려 고개를 3번 흔들고 다시 엘베 거울 속의 내 눈을 봄. 이런거 생각해서 뭐해. 얼른 집 들어가서 씻고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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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다를것 없이 그냥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친구들이랑 자습시간에 떠들다가 걸려서 혼나고, 밥 먹고, 그중 다른게 있었다면 아침에 옆집오빠와 같은 시간에 엘베를 타지 않았다는 것과 단축수업을 했다는 것이었음. 시험기간인데 단축수업이 왠말이냐 하겠지만 진도가 다 나갔기 때문에 우리는 완전 꿀이었음. 다들 급식을 먹고 종례가 끝나자마자 도서관이나 스카에서 공부를 하러간다고 했지만 나는 가지 않음.
한창 시험기간인 지금 도서관이나 스카에는 모두 사람이 꽉꽉 차있기 분명하기 때문에. 단축수업이라 괜찮을거라고 해도 지정석 때문에 어차피 가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허탕만 치고 올게 뻔하기 때문임. 그래서 나는 머리를 좀 씀. 어차피 시험기간이라 선생님들께서는 학교에 계실거고, 그러면 학교 문은 열려있는거임. 이때 학교에서 나가지 않고 잘만 숨어있으면 아무도 모를거란 말임. 숨을 수 있는 장소는 여러곳이 있겠지만, 나만의 공간 중앙계단 옥상 쪽으로 감.
그동안 그곳에 담요랑 방석도 혹시 몰라 가져다 놓았는데 역시 청소도 감시도 안하는지 그냥 그대로 있는걸 보고 정말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확신함. 가방을 계단 손잡이에 대충 걸어두고 낡아빠진 낮은 책상 앞으로 가서 앉음. 물론 내가 가져다 놓은 방석을 깔고 담요도 덮고. 필통과 책을 꺼내서 공부를 시작함.
확실히 혼자 있어서 그런지 집중도 잘되고 공부 내용들도 머릿속에 쏙쏙 박힘. 2시간 정도 지나니 몸이 살짝 뻐근해서 잠깐 일어나 계단을 몇번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함. 다시 앉아서 공부에 집중하려던 그때.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림. 중앙계단이니 아직 퇴근하지 않으신 선생님일 수도 있지만 교무실은 1, 2층에만 있기 때문에 계단 오르는 소리가 이렇게 선명하게 들릴 수가 없음. 지금까지 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도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하면 선생님들께서도 조금은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여러 대처방법들을 다급하게 떠올리고 있었음. 계단소리는 더 가까워지고 잠시 머릿속이 새하얘졌는데.

“엇..어,어 뭐야..여주 안녕…?“
쓰고 있던 안경을 살짝 내리며 태형오빠가 인사를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