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소집일 때도 와서 느꼈지만, 정말 크긴 크구나.. 잘 지낼 수 있을까..? 하 아는 애들 다 떨어진 것 같던데... 아 층은 또 왜 이렇게 높아.. 좋은 애들이면 좋겠다. '
수많은 생각을 가지고 들어선 반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많이 어색했고, 난 그저 조용히 내 자리를 찾기에 바빴다.
' 제발 이번 년도는 조용히 지나가자. 제발.. 남자애들 눈에 띄지 말고, 좀 노는 애들 눈에 띄지 말고.. 적당히 있다가 가야지. '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어떤 애가 말을 걸어왔다.
" 안녕? "
" 아, 응.. 안녕? "
" 내 이름은 지민인데, 너 예쁘다. 이름이 뭐야? "
" ○○○이야. "
" ○○○? 이름 되게 특이하다! "
" 그런 소리 자주 들어 ㅋㅋ "
" 나 혹시 번호 좀 줄 수 있어? "
" 아 응. 여기. "
" 땡큐! 대각선에 앉은 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내보자! "
" 그래. "
정말 착한 애다. 아무 말도 못하고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준 착한 애. 뭐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은 예전의 순수함을 잃은 것 같지만.
조회 시간에 딱 맞춰 들어오신 선생님은 우리 담임 선생님시자 수학 담당 선생님이셨다. 여자분이셨는데 다행히 친절해 보이셨다.
반 애들도 딱히 노는 애는 없어 보이고, 선생님도 좋아 보인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찰나에 '걔 ' 가 내 눈에 띄었다. 이름도 모르고, 말도 걸어보지 않았지만 눈에 띄었다. 고양이상에 짙은 흑발, 눈이 보일락 말락한 길이까지 덮은 머리. 도대체 쟤는 뭐하는 애일까 생각했다. 왠지 눈길이 가서 바라본 ' 걔 ' 를 빼면 딱히 눈에 띄는 애는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별로 관심도 없었고.
' 집 가고 싶다. '
이게 나의 중학교 첫날이었다. 그 때의 ' 걔 ' 가 지금 내 마음을 이렇게 뒤흔들 줄 누가 알았겠나 싶다. 나도 몰랐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