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XT - 좋은 꿈 꾸세요
어느새 눈 앞엔 달력의 끝 페이지, 12월.
창 밖으로 눈 덮인 거리를 보고 있으면 항상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해 겨울이 생각나곤 한다.
몇 년 전,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
너의 손을 잡고 있자면 뭐든 두려울 게 없었다.
“ 눈이 꽤 많이 온다, 그치? ”
“ .. 정말이네. ”
“ 왜? 기분이 안 좋아? ”
“ .. ㅋㅋ 아니? 좋은데. ”

“ 그럼 다행이다, 내가 진짜 사랑해! ”
“ 갑자기? ㅋㅋ 나도 사랑해. ”
그는 정말 다정했었다. 너무 심하게 착해서 왜 이렇게 착해빠졌냐는 말도 해 봤다. 그래도 그는 밝게 웃으며 대답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년 12월 쯤, 그가 투병을 시작했다.
처음 그가 소식을 전할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가, 그렇게 됐다니.
부쩍 마른 그의 몸을 보며 다짐했다. 끝까지 이 사람의 곁을 지켜주자고.
“ 범규야, 몸은 좀 어때? ”
“ .. 아파. ”
“ 아.. 어? 밖에 눈 온다! “

” .. 이게 내 마지막 눈이겠다. “
” .. 그런 말 하지 마. “
그 땐 정말 확 울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는 나보다 더 큰 죄책감과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을 걸 잘 아니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떨궜고, 곧 볼을 따라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 .. 미안해 혜원아. “
” 뭐가 미안하냐고, 어? “
” … “
” 후.. 너가 나보다 힘들잖아, 그런 말 하지 마. “
“ .. 알겠어, 안 그럴게. ”
큰 죄책감 때문인지, 얼마 후 그는 나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내 곁을 떠났다. 그를 붙잡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기에 한동안을 매일같이 울었다. 그와 찍은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겨있던 와중,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도 나는 새로운 연인을 만들지 않았고, 마음 구석 한켠에 아직도 그를 품고 있었다.
“ .. 홍혜원, 너 힘든 거 알겠는데 이제 기운 좀 내. ”
“ .. 내가 어떻게 그래, 걔를 놔누고. ”
“ 하.. 그래. 걔도 당연히 사정이 있었겠지만.. ”
그래도 현실은 나를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뭐,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또 각박한 삶에 치여가던 와중, 나 마저 큰 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다 큰 트럭에 치여 병원으로 실려간 그 날,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 방 안 침대였다.
“ 뭐야.. 왜 나는 여기 있어? 죽을뻔한 거 아니었나? “
시간을 확인하려 겨우 몸을 세우고 핸드폰을 켰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날짜는 충격적이었다.
” .. 2020년 12월 24일? “
정말 어이없다. 내가 1년 전으로 돌아왔다고?
그나저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2020년은 범규가 아프기 바로 직전, 당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어 여주야!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
그의 목소리가 핸드폰 넘어 들리자, 말문이 턱 막히고 눈물부터 흘렀다.
“ 범규야, 몸은 좀 어때? ”
“ .. 잠시만, 너 울어? ”
“ .. 아니야 ㅋㅋ “
“ 음 .. 알겠어. 그나저나 우리 크리스마스에는 뭐 할래? ”
그가 들뜬 목소리로 계획을 천천히 이야기하는데,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지금은 그에게 뭐든지 해 주어야 할 때였다.
그와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 모든 게 완벽했다.
” 혜원아. “
” 응? “

” 우리 이렇게 계속 잘 만나서, 꼭 끝까지 함께하자. “
” .. 당연하지. “
너무 기쁜 말인데, 상황을 알기에 무작정 웃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빨리 지나갔고, 새해는 왔다.
어김없이 찾아온 그 순간, 그의 투병 시작이었다.
미래를 알기에 지금 당장 해 주고 싶은 말.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는 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 .. 범규야. ”
“ 응. ”
“ 많이 속상하지? 너무 갑작스럽다. “
” .. 응, 아무래도 착잡하긴 하지. “
” 진짜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
” 응, 뭔데? “
” 혹시나 너가 나를 위해서 이별을 택한다 해도, 너무 마음아파 하지 마. “
” .. 안 그래, 내가 너를.. “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우선 웃어 보였다. 굳이 부담감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 우리 만약에 멀어진다고 해도, 절대 나는 너 안 잊을 테니까, 항상 행복해. 알았지? ”
“ 당연하지, 나도 너 평생 못 잊어. 너가 내 삶에 반쪽이니까. “
” .. 미안하고, 사랑해. “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전화기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더 힘들 그에게 실례라고 생각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가 이별 통보를 한 날, 난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 .. 혜원아! 정신이 좀 들어? ”
“ .. 어. ”
“ 다행이다.. 너 여기서 일주일 동안 누워있었어. ”
병원 천장과 친구의 얼굴이 동시에 보이는 순간, 또 눈물이 흘렀다. 역시 또 돌아온 건가, 이제 정말 끝인건가.
“ .. 울어? ”
“ 아니.. 별 거 아니야. ”
몇 일 뒤, 오랜만에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게에 출근했다. 나는 일주일 새 이렇게 많은 경험을 했는데, 이 곳은 변한 게 없었다.
“ 혜원아! 이제 괜찮아? “
” 아 사장님..! 네 다행이죠 뭐. “
” 아이구 .. 고생 많이 했네, 근데 하나 말해줄 게 있어! “
” 네? “
” 너 항상 알바 혼자 한다고 심심해했잖아, 한명 더 왔다. ”
“ .. 진짜요? ”
“ 어어.. 저기 주방에 있어! 가 봐. ”
“ .. 저기, 안녕하세요! “

“ 안녕하.. ”
“ … ”
“ .. 혜원이? “
그토록 찾던 그를, 1년만에 다시 만났다.
특별한 장소나 방법도 아닌, 이런 걸 보고 운명이라고 하는건가, 그의 얼굴을 보자 눈물부터 났다.
“ 진짜 오랜만.. 흐흑.. “
” .. 울지 마. “
그가 달려와서 날 안았을 때,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의 품이 얼마만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 혜원아.. 내가 미안해.. 내가 다.. “
나를 한 때 제일 힘들게 했던 그가, 사과를 전했다.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그의 사과는, 진심이었다.
” .. 됐어, 다시 만났잖아. “
” .. 그래, 고마워. “
” 너 이제 그 약속 지켜, 평생 함께하자는 거. “
“ 당연하지.. 사랑해. ”
메리 크리스마스 _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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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ෆ⸒⸒⸜( ˶’ᵕ‘˶)⸝
일단 드디어 크리스마스네요..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올해도 이제 다 갔네요.. 이번 해는 특히 시간이 더 빨리 간 것 같아요ㅋㅋㅋ
우선 글에 대해 말하자면, 시간 이동을 하니까 꽤 맞춰서 쓰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감안하고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렇게 보니까 너무 짧은 것 같기도 하고.. 무진장 기대만 드린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도 !! 특별히 준비한 만큼 글 읽으시고 마음이 따뜻해지셨으면 좋겠네요 ❤️🔥
올해가 얼마 안 남은 만큼 연말 잘 보내시고 !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항상 감사해요 독자분들 ! 메리 크리스마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