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뷔 : étoile

1: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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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정말 보고 싶었어. 너희 모두에게 연락하고 싶었는데, 프랑스어를 못해서 못 했어."

난해한 단어들. 그 밑 오목조목 쓰여있는 한국어. 오랜만이야, 정말 보고 싶었어. 내가 연락하고 싶었는데, 내가 연락하고 싶었는데 프랑스어를 못해서 연락을 못했어. 얘는 아직도 날 프랑스인으로 알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에 턱을 괴고 곰곰이, 또는 골똘히 생각을 시작했다. 아마 그때였지, 우리 만난 게?

작은 달동네. 더 작은 너. 그리고 그 뒤에 숨어도 다 가려질 듯 더더욱 작은 나. 태형은 작은 달동네에서 태어나 또래인 아이 하나 없이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작은 달동네에 심장이 있었다면 그곳을 차지하고 있을 중학교, 그 옆 고등학교. 이름도 촌스러웠다. 달동네 중학교. 열네 살 입학하던 날에는 알지도 못하는 열여섯 중 삼 선배와 입학식 사진을 찍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 일은 태형뿐이었다. 중 이는 없었다. 중 삼, 그 선배뿐이었다.

어느덧 중 삼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태형에게 첫 친구가 생겼다. 중학교 이 학년 첫 친구라는 것도 우습다. 하지만 적어도 태형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늘 책으로만 이상적인 친구의 모습을 봐왔고 제 주변 아는 어르신들에게서 이상적인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달동네 토박이 김태형은 서울서 전학 온 중 이 남자애 전정국에게 빠져들기 전까지는 이상적이던 그들의 뒷모습은 원치 않았다. 믿고 따랐던 그들의 배신, 비열함, 찌질함을 맛보고 싶지 않았다.

태형은 나름 예쁘게, 아니 정말 예쁘게 생겼다. 낭창한 허리, 고운 다리, 기려하고 기다란 손가락. 그중 단언컨대 제일 곱고 또 고왔던 것은 태형의 이목구비였다. 제 아비를 닮아 짙은 이목구비, 제 어미를 닮은 말간 눈망울.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앵둣빛 입술, 장밋빛 손마디가 매력적이었다.

정국은 늘 항상 어두운 기운을 몰고 다녔다. 어렸던 그때 그 시절만 해도 친구는, 제 또래 아이들은 원래 다 그런 줄 알았다. 가파른 산 비탈길 따라 올라가면 겨우 잡히는 신호를 이용해 인터넷을 들여다볼 때면 중 이에게서만 나타난다는 병이 종종 보였다. 이름도 촌스러웠다. 그렇다고 저의 중학교보다는 아니었다. 중학교를 뜻하는 중에, 이 학년을 표하는 이. 그리고 병. 전정국은 그 병에 빠져살았다.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적어도 태형의 추억 속에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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