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을 처형하기 전
태형은 지민을 지하감옥에 가두고 고문을 했다.
[으아아악!!]
[어서 말해.]
무섭게 말하는 태형의 눈엔 생기가 없었다.
설마, 믿었던 호위대장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살인범이었다니....
[대체 왜 그런 거야.]
[뭐 때문에 죽인 거냐고?!!!]
[하아...하...]
[글쎄....하아...내가...왜,그랬을까...?]
[끝까지 말 안 하겠다는 거냐.]
[그나저나...너,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나?]
태형을 비웃는 듯이 말하는 지민에
태형은 화가 났다.
누구때문에 난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는데,
웃는다고?
[내 그 입을 찢어야 말을 듣겠나?]
[어디 한 번 찢어보시지?]
[근데 어쩌나?]
[넌 못할 텐데.]
[박지민!!!]
처음이었다.
태형이 그렇게 화를 낸 것도,
지민의 이름을 부른 것도.
[넌 몰랐겠지...?!]
[지금까지 별장에서 그렇게 편하게 살았으니.]
[그거 알아?]
[네가, 그리고 왕족, 귀족들이 그렇게 호의호식하는 동안!!]
[백성들이 어떻게 삶을 버텨왔는지.]
[하루 먹을 음식? 아니?]
[하루 먹을 물도 부족해서 며칠을 살다 죽어버렸어.]
[그런 상태로 네놈들이 끌고가 버렸는데, 너 같으면 제정신에 살 수 있겠어?!]
[그런데도 그 개같은 놈들은 자기 사리사욕 채우는데만 급급해서...?!!]
지민의 울분터진 말에
태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죽인 거야.]
[거지같은 왕족, 귀족들이 없어야...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이 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재대로 돌아갈 테니까?!!]
[감옥에 가두세요.]
[집행일은 내가 고민해보지.]
[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태형이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태형아...!]
[아...여주야...]
[어떻게...됐어?]
[뭐가 말이야?]
[그...살인범...말이야.]
[아...곧 처형시킬 거야.]
처형?!!
말도 안 돼...단장님이 처형이라니....
그건...안 돼...절대.
[처...형?]
[어, 왜...?]
[처형은...좀 아닌 것...같아서.]
여주의 말에 태형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뭐..?]
[그 사람이 왜...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야...]
[그리고 살생은...]
[그 놈은 내 부모님을 죽인 원수야?!!]
태형이 소리를 지르자, 여주가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
[ㅌ...태형아...]
[아...미안..]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어...]
[아냐...나도, 네 마음 이해 못한 건 맞으니까...]
태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는 난감했다.
자신은 태형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동료인 지민이 죽는 건 원하지 않는다.
애초에 자신은 의사이니, 더더욱.
[여주야....]
[응?]
[이제 가봐야하지 않아..?]
[더 있다간 다른 사람들이 네 존재를 눈치챌 거야...]
[응..]
[내가 데려다 주진 못하겠다...]
[아무래도 눈에 띄일 테니까.]
[알았어..]
[그럼 나 가볼게...]
[너도 힘내...]
[어, 잘 가.]
오늘따라 태형이가 차가운 것 같아...
그럴 수 밖에 없겠지...아마.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여주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성을 빠져나왔다.
여주가 산으로 몰래 빠져나가려던 찰나에,
여주와 윤기가 마주쳤다.

[뭐야, 이제야 나오는 거냐?]
[네? 네....뭐.]
[근데 부단장님은 왜 여기에....]
[참, 너 박지민 봤냐?]
[그게....]
여주가 머뭇거리자 윤기는 여주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너 뭐 알고 있는 거 있지.]
[네?]
[말해, 당장.]
[그게....]
여주는 고개를 숙이고 괜히 치맛자락만 움켜쥐었다.
여주의 눈가가 촉촉해진지는 오래였다.
[빨리, 말해.]
[나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왔으니까..]
[그게...지민 씨가...]
[들켜서..처형을....]
여주는 나오는 눈물에 더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벅찬 감정에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윤기 또한 예상했다는 듯 뒤로 돌아
여주가 보지 못하게 소리를 꾹 참아가며 울었다.
그렇게 운지 얼마나 지났을까, 윤기가 말을 꺼냈다.
[가자.]
[네? 어딜...]
[어디긴 어디야.]
[비밀기지지.]
[지민 씨는...!]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우리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어.]
[그렇지만, 뭐라도....]
[그러다 혁명단의 존재를 들키기라도 하면.]
[......]
[그리고 우리 혁명단원 모두가 처음 들어올 때 약속한 일이야.]
[혁명을 위한 죽음에 억울함 따윈 없을 거라고.]
[오히려 명예스러울 거라고.]
[그러니 난 그 놈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거야.]
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귀중한 목숨을 명예를 위해 버리겠다고...?
하지만, 뭐라고 대꾸할 수 없었다.
겉으로 크게 티는 안 났지만,
윤기는 지금 엄청나게 슬플 테니까.
그 누구보다도 원망스럽고 억울하고
분노했을 테니까....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오지 말았으면 하는 지민의 처형일이 오고야 말았다.
광장에는 거대한 단두대가 서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대체 또 무슨 일인가 하고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혁명단원들도 눈에 띄지 않게
망토를 뒤집어 쓴 채로 저 멀리서 지켜봤다.
드디어 밧줄에 포박된 지민이 끌려나왔다.
집행자가 지민을 단두대에 올리고
씌어져있던 두건을 벗겼다.
그리고 뒤에는 태형과 몇몇 귀족들이 서있었다.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를 주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날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내 죽음이...!!]
[시작이 될 테니까.]
.
.
.
.
.
.
.
.
.
.
.
콰아아아앙!!!
.
.
.
.
.
.
.
.
.
.
.
지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민의 목을 향해 거대한 칼날이 떨어졌고...
지민은 단숨에 나가 떨어졌다.
사방으로 지민의 피가 튀었고,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읏....!]
여주가 놀라자, 윤기는 큰 손으로 여주의 눈을 가려 주었다.
끔찍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도 그렇지만,
자신이 흘리고 있던 눈물도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꼭...해낼게..]
[네가 원했던 대로...]
[이 나라를 바꿔줄 게...꼭.]
윤기는 피가 나도록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자신이 꼭 혁명을 해내리라고.
복수해 주겠노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