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쉴새없이 달려
겨우 태형의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의 정원에 도착하니,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이 즐비했다.
시체들 중엔
혁명단 군들도 호위기사들도 있었다.
[시체가....]
여기에 시체가 이렇게 많다는 건..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는 얘긴가...
[안 돼..ㅌ..태형이가...!!]
여주는 흩날리는 치맛자락을 붙들고
별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제발, 죽어있지만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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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안 왕국의 국왕, 김태형.]
윤기는 의자에 태연히 앉아있는
태형의 얼굴에 총을 겨눴다.
하지만, 태형은 그들을 바라만 할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있을 수 있는 거지?
인간이라면,
적어도 양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자라면,
저렇게 있을 순 없는 거 아닌가?

[미안하다.]
순간, 총을 들고 있던 윤기의 손이 움찔거렸다.
방금, 설마 방금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한건가..?
이제서야?
대체 뭘 바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사과한다 한들
바뀌는 건 없다.
우리가 바라는 건
바로 너, 김태형의
죽음뿐이니까.
[난, 너흴....]
탕!
그가 말을 하려던 찰나에,
그의 미간에 총을 쐈다.
태형이 총에 맞자,
그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건 간에,
그런 건 필요 없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거야.
드디어.
윤기가 총을 내려놓자
방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여주가 들어왔다.
[태형....?!!]
여주가 태형의 모습을 보자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네가...어떻게...아윽...!]
자신도 모르게 나있던 상처에
그제서야 통증을 느낀 윤기였다.
[태...태형이를...]
[쓰읍...여긴 어떻게 왔냐고 묻잖아....?!]
[살리려고요...?!!]
[다친 사람, 죽어가는 사람...!!!]
[윤기 씨랑 태형이를.....흐읍..끅...]
여주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식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착하디 착한
내 소중한 인연을.
[근데....끄윽...내가...흐으...]
너무 늦어버렸다.
그때,
내가 고민만 하지 말고 바로 왔었더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가려는 태형을
막았었더라면..
아마, 태형이는 죽지 않았을 거다.
내 탓이다....
[울지 마.]
[그치만....흐읍...]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소중한 사람을 눈 앞에서 잃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건 알지만...
흐르는 눈물이, 내 감정이
오로지 내 슬픔 만을 생각했다.
윤기는 피 묻은 옷을 털어내더니
여주를 안아주었다.
[뭐..하는, 거예요...]
[울지, 말라고..]
[당신이 죽였잖아, 요....흐읍..]
[그치....아으...!]
[다친...거예요?!]
[그게...]
여주는 윤기를 벽에 기대어 앉히고는
복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바로, 김태형한테 갈 줄 알았는데...]
[가장, 살 가능성이 높은..사람부터 치료하는 게..]
[의사들이 지켜야할 원칙이니까..]
[저 놈을 죽인 건...]
[말하지 마요, 나도 아주 조금은 각오했었지만..]
[준비는 못했고..]
[당신을 용서한 것도...아니니까.]
여주는 떨리는 목소리와 팔로 윤기를 치료했다.
윤기는 그런 여주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은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인데
왜이리 죄책감이 드는 건지..
윤기의 치료를 끝낸 여주는
태형에게로 다가갔다.
태형은 눈도 감지 못한채 쓰러져있었다.
[대체 왜....]
널 이렇게 만든 그들이 원망스럽다.
널 왕족으로 태어나게 한 하늘이 원망스럽다.
널 잡지 못한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미안해...내가...흐읍...끄윽...]
여주는 눈물진 얼굴을 푹 숙인 채
태형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곳에서만큼은...행복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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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단 덕분에
그동안 사리사욕을 채우던 모든 귀족들과 왕족들이 죽거나 도망쳤다.
정벌에 끌려갔던 남자들도
모두는 아니지만
무사히 집으로 귀환했다.
물론, 재환도.
비루안 왕국은 더이상 왕국이 아니다.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이 된 민주 국가가 되었다.
나라를 대표할 사람은 모두 투표로 결정되었고,
처음으로 대표가 된 사람은
윤기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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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그래, 소식은.]

[아직입니다, 아무도 보거나 들은 사람이 없답니다.]
[하...]
그날 이후
여주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여주가 살았던 백작 가도 모두 허물어져
병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식을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다고 할뿐이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내 얼굴을 다신 보고 싶어하진 않겠지.]
사랑하는 이를 죽인 나를..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선 잘 행복했으면 좋겠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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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백작 가를 허문 뒤,
아직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딴 곳에
병원을 차려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다.
여주의 부모님과 재환과 함께.
[여주야, 이제 좀 쉬어.]
[어제도 하루종일 일했잖아.]
[괜찮아요, 좋은 걸요ㅎ]
[근데 정말 그 사람들은 안 봐도 되겠어?]
[누구요?]
[왜 혁명단 사람들 있잖아.]
[아, 괜찮아요.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그 사람들도 분명 이해할 거예요.]
[그렇구나.]
[어? 여주야 하늘 좀 봐봐ㅎ]
재환이 무수한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가리켰고,
이내 여주가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

[예쁘다, 그지?]
[예쁘네요..ㅎ]
왜 예쁜 것만 보면,
자꾸 태형이 네가 생각날까...?
슬프게도..
언젠가,
이 아름다운 밤하늘을
나 혼자가 아닌, 너와 함께
다시 보게 될 날을 고대하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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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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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렇게 뉴 오브 문이 완결이 났네요...!
그동안 많이 미흡한 작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외전도 있으니까 구취는 안돼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