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이별의 아픔을 잊으려 애썼다.
혼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카페도 가면서
남이 아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 옆에는 은호가 함께 있었다.
내가 안 좋은 생각을 할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나타나
내 곁에서 있어 주곤 했다.
때로는 말없이, 때로는 장난도 치면서.
덕분에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고,
은호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오빠와의 기억을, 아픔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금방 새 학기가 찾아왔다.
나에겐 졸업 전 마지막 학기였다.
그래서 여유롭게 수업 들을 줄 알았는데…
교수님 부탁으로 수업 조교에,
신입생 멘토링까지 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내가 맡은 신입생들은 총 5명.
그 친구들과 같이 학교를 돌아다닐 때면
가끔 오빠와 데이트했던 장소를 마주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멈칫하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쁘게 살다 보니 더 이상
노아 오빠 생각은 나지 않았다.
어느덧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오늘은 중간고사를 보는 날이다.
“자!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1학년들에게 시험지를 배부한 뒤 말했다.
…
…
…
“플리선배!!!”
시험이 끝나고
멘티들이 나를 불러세웠다.
“저희 밥 사주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끌려왔다.
아무래도 후배들에게 밥 잘 사주는 선배로
소문이 난 게 분명했다…
“아 맞다! 선배!”
“동아리 MT 가실 거예요?”
내 앞자리에 앉은 멘티가 물었다.
“동아리? 너희도 작곡동아리 가입했어?”
“네!! 선배랑 친해지려고 저희 다 가입했어요!!”
신입생의 대답에
예전의 내가 떠올라
피식 웃었다.
‘나도 오빠와 친해지려고 가입했었는데…’
“아~ 선배!! 같이 MT가요!!”
신입생들은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초롱초롱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어… 그게…”
나는 적당히 둘러댈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실은 해리와 오빠를 마주할 자신도 없고
헤어진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
시선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말 못 한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선배 바쁘시잖아”
그때 조용히 밥을 먹던 한 아이가 말했다.
“선배 조교도 하시고, 멘토링도 하시고
엄청 바쁘셔서 가시기 힘드실 것 같은데..”
“아 맞네… 죄송해요 선배ㅠㅠ”
“아… 괜찮아ㅎㅎ”
나는 난감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 친구 이름이 뭐더라…’
‘봉식? 아니 봉구? 였던 것 같은데’
** 한적한 동해 **
“와!! 바다다!!!!”
“플리 선배 같이 물놀이해요!!!!”
“하… 젠쟝…”
그렇다 나는 MT에 왔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며칠 전부터 도은호가
MT 가자며 쫓아다녔다.

“야! 김플리 MT…”
“싫어”
“아니 마지막 학기니까…”
“놉, 싫어, 네버”
그래도 나름 잘 방어했었는데…
내가 피곤한 틈을 타
연구실로 찾아와서는
은호는 계속 쫑알거렸고,
결.국 나는
“아오 간다 가!!!!!”
“ㅋㅋㅋ 오키~”
간다고 말해버렸다.
그 덕에 나는 또 신입생들을
통솔하기에 바빴지만,
그래도 좋았다.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이상했고, 설렜다.
“플리야”
짐 정리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아…”
다름 아닌 노아 오빠였다.
다행히 해리는 오지 않았지만,
오빠는 동아리 회장이라 MT에서
만날 줄 알았다.
이래서, 오기 싫었다고!!! 도은호!!!
“내가 도와줄까?”
“아니, 괜찮아 오빠”
“아이스박스 무겁잖아.”
“나랑 같이 들자”
“아니, 나 혼자 들 수 있…”
나는 아이스박스를 힘껏 들어 올렸다.
생각지도 못한 무거운 무게에 그만 휘청였다.
“야야, 조심!”
나를 잡아 준 건 오빠가 아닌
은호였다.
“줘, 내가 들게.”
“숙소로 옮기면 되지?”
은호는 그 무거운 걸 한 손으로 휙 들더니
숙소로 향했다.
나머지 짐을 다 옮기고
우리도 신입생들과 같이 물놀이했다.
내가 바다에 발을 담그자마자
“와!!! 멘토 선배 빠뜨리자!!!!”
신입생들은 나에게 달려들어
내 팔다리를 잡아 바다로 휙 던졌다.
“으악!!!!!”
던져진 곳이 꽤 깊었다.
발끝이 바닥에 닿지 않아 허우적거리던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 쑤욱 위로 올렸다.
“아오, 무거워;;”
“음파!!! 와… 진짜 죽을 뻔…!”
물 위로 간신히 올라와 눈을 떴을 때
바로 앞에 은호의 얼굴이 있었다.
뚝뚝ㅡ
머리카락에서 어깨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은호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가까웠다.
"김플리, 괜찮아??"
주변이 조용해지고,
은호의 숨소리와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렸다.
“선배!!”
나는 후배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야야, 조심하라니까”
내가 급하게 뒷걸음질 치다 파도에 휘청이자,
은호가 내 허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은호의 손이 닿은 순간,
나는 심장이 '쿵'하고 뛰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야, 나 괘…괜찮거든??”
나는 민망해 은호를 밀치고,
신입생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한참 놀다 보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펜션에서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플리 선배, 제가 구울게요”
“응? 아니야 그 봉식이?맞지?”
“봉구요”
봉구는 내 손에 든 집게를 가져가며 말했다.
“오늘 하루 종일 저희 돌보느라”
“힘드셨죠? 조금 쉬세요”
“아니야 재미있었어!”
“그리고 원래 MT는 선배들이 다 하는 거야!”
“봉구도 얼른 가서 고기 먹어. 내가 마저 구울게!”
“야야, 신입생 비켜”
내가 봉구에게서 집게를 뺏으려 할 때,
은호가 낚아채며 말했다.
“신입생은 가서 고기 먹어”
“형이 고기 맛있게 구워줄게”
은호는 집게를 얼굴 쪽으로 들며
봉구에게 윙크했다.
“웩”
봉구는 은호를 놀리듯 말했고,
나는 은호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
잠만 누가 귀여워?
도은호가?
내가 진짜 미쳤나;;
볼까지 빨개지는 걸 보니
더위를 먹은 게 분명하다.
“야! 그럴 거까진 없잖아!”
은호가 봉구을 향해 소리쳤고,
그걸 들은 우리는 다 같이 빵 터졌다.
나는 노아 오빠의 존재를 잊은 채
MT를 즐기고 있었다.
찰ㅡ칵
“재미있어 보이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
🎉드디어, 적극적인 은호가 나옵니다🎉
오랜만에 업로드라 분량이 넘쳤어요
재미있게 봐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