걘 아니야

드러난 그림자

 

은호가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해서

플리는 오랜만에 동방에 왔다.

동방 구석에 앉아 과제를 하고 있지만,

내용은 늘지 않고 커서만 깜빡이고 있다.


귀에 자꾸 들려오는 소리 때문이었다.


 


“내 말이 맞지?”

“저 선배 양다리 같다고 말한 거”

“어쩐지 MT 때 엄청 붙어있더라”



작게 속삭여서 들리진 않았지만,

분명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애써 무시한 채 노트북만 응시했다.


“ㅋㅋ선배, 이거 진짜예요?”

“야, 진짜 물어보면 어떡햌ㅋㅋㅋ”


후배가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며

키득거리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MT 때 나에게 무례한 질문을 했던

후배라 적당히 넘기려 했지만

나는 게시물을 보자마자 당황했다.


“이게 무슨…”

[ㄱㅍㄹ 실체]

[ㄱㅍㄹ 바람 증거]

[ ㅇㅇ학과 ㄱㅍㄹ 바람 목격담 ]

[ㄱㅍㄹ 바람 상대 얼굴 공개]

 

등의 자극적인 제목과

나로 특정되는 사진 등이

마구잡이로 퍼져있었다.

“와~ 진짜 선배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불여우시다? ㅋㅋㅋ”

후배는 나를 놀리듯 자신이

보여주던 폰을 휙 가져갔다.

고개를 들어 후배를 바라봤을 때,

동방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해있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못 하는 거 보니까 진짠가 봐;;”

“봐봐 노아 오빠가 아깝다고 했잖아”

“노아 오빠에 은호 오빠까지

완전 욕심쟁이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문을 피해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photo


“악!!”

“플리 선배?”

동방을 급하게 나오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나는 누군지 확인할 새도 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눈앞에 보인 벤치에 앉아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찰ㅡ칵

그 순간, 또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다시 들려왔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환청처럼 찰칵 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손으로 귀를 막으며,

몸부림쳤다.

 

‘그만 제발 그만해…!’

 

점점 호흡은 가빠지고

시야는 흐려져 갔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나를 담요로 덮었다.

그 덕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너 아무도 못 봐”

“괜찮아 플리야”

담요 속에서 들리는

잔잔한 목소리

그리고 따뜻한 토닥임

 

 

나는 서서히 진정되었고,

그제야 옆에 은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좀 괜찮아졌어?”

 

 

담요를 걷고 나오는 나에게

은호가 물었다.

 

 

“봉구한테 들었어”

"게시물 너무 신경..."

 

“은호야…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네가 곤란…”

 

 

 

“네 잘못 아니야”

“나 때문이야 그거”

 

“근데 이번에 안 물러날 거야”

“지킬 거야 내가”

은호의 단호한 말투 속에서

무언가 다짐이 느껴졌다.

 

나는 당장 은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든든해 보였다.

 

징ㅡ징ㅡ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 플리야,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

노아 오빠의 메시지였다.

 

 

 


 

** 예준의 카페 **

 

 


노아는 동아리 일을 핑계로

플리에게 연락했다.

 

 

제출한 보고서는 이미 다 썼지만,

이걸 핑계로 플리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거절당할 줄 알았지만,

플리는 흔쾌히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답변했다.

 

 

 

'플리도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걸까?'

 

 

 

나는 플리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플리야! 여기야!”

나는 카페로 들어오는 플리를 보고

반가움에 손을 흔들었다.

그런 플리를 보며

예전에 이 카페에 같이 왔던

아 그건 플리가 아니지...

 

"이거 오빠가 올린 거야?"

 

 


"미안 플리야, 내가 바쁜데 시간..."

"응?? 뭘 올려??"

 

 

 

 

반가워하는 나와 반대로

플리는 차가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이 게시물 오빠가 작성한 거냐고”

 

 

플리가 보여준 여러 개의 게시물을

읽고 너무 황당했다.

 

 

 

“이게 다 뭐야…?”

 

“이게 최초로 올라온 글이야”

“지금 이 게시물에 있는 사진들”

“그리고 다음 게시물에 있는 이 사진…”

“혹시 오빠가 MT 때 찍은 사진이 이거야…?”

 


플리의 목소리는 우는 것처럼 떨렸다.

 

플리가 보여준 사진에는

 

나와 팔짱을 낀 플리의 뒷모습,

비슷한 시간대에 도은호와 플리가

나란히 걷는 모습,

MT에서 도은호가 플리에게 기대어있는 모습,

마지막으로 바다 배경으로 도은호와

플리가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이었다.

 

모자이크가 약해서

누군지 다 알 정도였다.

 

 

 

“그게 실은…”

 

 

맞다.

나도 플리를 찍었다.

사실 활동 보고서에 첨부할 사진을 찍으려던 건데

카메라 속 플리가 자꾸 눈에 밟혔다.

나랑 있을 때와 달리 웃고 있는 플리가

그립고,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찍었다.


하지만, 게시물은 내가 아니다.


“너를 찍은 건 맞아…”

“그런데, 게시물 올린 건 내가 아니야”

“내가 찍은 사진 전부 보여줄게”

 

 

나는 플리에게 내 폰을 건넸다.

플리는 한동안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더니

차갑던 표정이 조금은 나아졌다.




“오빠 말대로, 오빠가 찍은 사진들…”

“게시물 사진들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사진 같아”

“그리고 오빠 계정으로 올린 글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시켜줘서 고마워”

 


 

플리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어서 플리는

 

“활동 보고서는… 내가 썼던 자료 보내줄게”

 


라고 말하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플리야…!”

 

나는 아쉬운 마음에 플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플리는 뒤돌아 말했다.

 

내 사진 지워줘.”
“부탁할게.”

나는 잡았던 플리의 옷깃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멀어지는 플리를

붙잡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하…”

 

나는 망연자실해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플리가 보여준 게시물을

다시 찾아봤다.

‘내가 아는 곳 같은데…’

나는 여러 사진을

넘기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씁 아무리 봐도 배경이 카페같…’

사진 속 카페.

지금 내가 와있는 이 카페였다.

 

‘서…설마’

 

확대된 사진 속

조금 익숙한 실루엣,

흐리지만 날카로운 눈매

 

해리…?

 

나와 팔짱 낀 사진의 여자는

플리가 아닌 해리였다.

놀란 나는 다른 게시물도 확인해보았다.

플리 바람 목격담이라며

작성된 게시물 사진들도

전부 해리였다.


“말도 안 돼…”

“설마… 홍해리 네가…?”

나는 소문의 근원을 찾은 것 같았다.

 

 

 

 

 

 

 

 

 

 

 


<쿠키>

 

같은 시각 플리가 카페에서

나간 것을 본 예준은...

 

 

 

 

[ 야야 도은호!!! ]


[ 지금 카페에서 플리랑 금발 남자랑

이야기하다가 플리 방금 나감!!!! ]


[ 비상 비상!! 플리 표정 안 좋음!!!! ]

 

 


도파민에 절여져 은호에게 문자 중이었다고 한다.😉

 

 

 

 

 

 

 

 

 

💙💜🩷❤️🖤🤍

 

 

쿠키에 깜짝 등장한 예준이

어떠셨나요?

 

도파민 중독자 예준이가 생각나

집어넣어 봤어요 ㅎ^-^ㅎ

 

 곧 구독자 60명되는데

미리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