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이야기 요약! >>
연구실에서 혼자 있던 플리를 계단으로 밀어버린 해리
이후 해리는 자취를 감추었고, 플리는 병원에서 회복하게 된다.
그때, 병문안을 온 노아는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보여주며
사과하게 된다. 이로 인해 학교에 퍼진 플리에 대한
헛소문은 잠잠해진다.
노아는 떠나기 전 플리에게 MT 때 찍은 사진을 건네고,
이를 본 플리는 은호에 대한 자신의 마음에 의문을 갖는다.
드디어! 플리가 퇴원하는 날
은호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데!?!?!
# 은호의 차 안
“플리야,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거 어때?”
은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뭐…?”
플리는 놀라 창밖을 보던 시선을
은호에게 휙 돌렸다.
“어제 해리 일로 경찰이 학교에 왔어”
“그날 이후로 학교도 안 나와서 행방을 모른대”
플리는 은호의 말을 듣고,
긴장이 감돌았다.
“경찰이 해리가 네 집에”
“다시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플리는 은호의 말을 듣고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문 뒤에 있던 해리,
자신에게 다가오던 서늘한 눈빛,
계단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 ( ‘다시 해리가 찾아오면 어쩌지?’ ) )
라는 생각에 플리는
점점 얼굴이 창백해졌다.
"플리야…!!"
은호의 부름에
플리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괜찮아? 표정이 안 좋은데”
“아 미안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플리는 괜찮은 척 연기했다.
더 이상 은호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만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지내자”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플리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고민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아... ”
플리는 망설이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동시에 파란 불로 바뀌어
은호는 핸들을 크게 돌렸다.
# 은호의 집
은호의 집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베이지 소파와
옆에 따뜻한 조명이 보였다.
플리는 어색하게
신발을 벗었다.
“여기가 거실, 소파 뒤가 침실”
“반대편엔 내 작업실, 그리고 화장실이야”
은호는 플리의 짐을 침실로 옮기며 말했다.
“지내는 동안 네가 침실쓰면 돼”
“그리고… 이거, 편한 옷이야”
“갈아입고 나와”
현관 앞에 쭈뼛 서 있는 플리에게
은호는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주었다.
플리는 고맙다고 말하며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 * *
은호의 옷은 플리에겐 너무나 컸다.
플리는 흘러내리는 옷을 주섬주섬
잡아 거실로 나갔다.
“은호야… 이거 엄청 큰데??”
은호는 플리를 보더니 먹던 물을 뿜었다.
플리에게까지 물이 튀진 않았지만
괜히 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질질 끌리는 바지 끝,
어정쩡한 걸음걸이,
살짝 상기된 볼
“귀엽다”
은호는 플리에게 다가와
소매 끝을 잡으며 말했다.
은호와 가까워진 거리에
플리는 시선을 피해 TV 쪽을 바라봤다.
“와! TV 되게 크다..!!”
“ㄴ… 나 넥플 봐도 돼?”
TV를 가리킨 플리의 손가락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응 근데, 잠깐만”
은호는 작게 대답하고는
플리 앞에 앉았다.
끌리는 바지 끝단을
천천히 접어 올렸다.
어색한 분위기에
소파로 피하려던 플리는
발목이 잡혔다.
발목에 스치는 은호의 손길이
플리를 더 뚝딱거리게 만들었다.
“플리야, 떡볶이 시킬까?”
“퇴원 기념으로”
은호는 다 접었는지
불쑥 일어나 플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그러자!!”
플리는 황급히 자리를 피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트레이닝 바지처럼 빨개진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 * *
플리는 넥플에서 아무거나 눌러 틀었고,
은호도 플리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화면 속 영화는 스릴러 같았다.
그런데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로맨스로 바뀌었다.
그러다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 나왔다.
플리는 괜히 은호를
힐끔힐끔 보게 되었다.
은호는 영화가 아닌 플리를 보고 있었다.
뚫어져라 보더니 점점 플리에게 가까워졌다.
플리는 은호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점점 빨리 뛰었다.
( ( ‘설마…’ ) )
플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꽉 감았다.
입술을 살짝 내민 채로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플리가 조심스레 눈을 떴을 땐
앞에 보인 건 거실 창에 비친 플리의 모습만 보였다.
“감사합니다~”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은호가 배달 온 떡볶이를 받고 있었다.
(( ‘지금 나 혼자, 뭘 생각한 거지…?’ ))
플리는 뒤늦게 밀려온 민망함에
소파 쿠션에 머리를 파묻었다.
“김플리, 뭐해!”
“빨리와 떡볶이 식어!!!”
플리는 은호의 부름에
작게 으응 대답하곤
식탁으로 걸어갔다.
은호는 플리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 밤 10시, 거실 소파
두 사람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며
나쵸와 팝콘을 먹고 있다.
먹을 때마다 자꾸 스치는
서로의 손이 더욱 긴장되게 했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갈 때쯤
은호는 나쵸를 집으려다
우연히 플리를 봤다.
플리는 영화에 집중하느라
입에 뭐가 묻었는지도 모르고
오물거렸다.
“플리야, 입에 치즈 소스 묻었어”
은호는 본인 입술을 톡톡치며 말했다.
무심코 은호를 본 플리는
다른 건 보이지 않고 은호의 입술만
크게 확대되어 보였다.
“...으응 고마워”
플리는 얼버무리곤
휴지로 입을 톡톡 닦았다.
하지만, 소스는 그대로였다.
“나 봐봐”
보다 못한 은호가 플리에게 다가갔다.
엄지손으로 플리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더니 본인 입으로 가져갔다.
“됐다”
은호는 무심하게 말한 뒤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렇지 않은 은호의 행동에
플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심장이 지구 한 바퀴를 돈 것처럼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 *
둘은 날이 새도록 해리포터를 보다가
소파에 서로를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은호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옅은 햇빛에 먼저 눈을 떴다.
비몽사몽한 시야 사이로
플리의 얼굴이 보였다.
긴 속눈썹, 아기 같은 코
그리고 봉숭아 같은 입술…
은호는 자신도 모르게
플리 입술에 손이 올라갔다.
( ( ‘와… 나 지금 뭐 하는’ ) )
자신에 행동에 놀랐는지
황급히 손을 내렸다.
플리를 조심스럽게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다 다시 플리의 입술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어제 입술이 닿았던 엄지손가락이
괜히 저릿했다.
( ( ‘안돼 정신 차려’ ) )
은호는 손으로 머리를
세차게 털며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니
자신의 마음처럼
어지러운 환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의 흔적이었다.
# 은호 집에서 지낸 지 며칠 후
“으아…”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플리
침대 옆 거울에 비친
부스스한 모습이 보았다.
깁스 때문에 씻기 불편했지만,
낑낑거리며 겨우 씻고 나왔다.
“후 이제야 상쾌하네”
플리는 살짝 젖은 머리를 털며
거실로 나왔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간 곳엔
계란말이가 있었다.
모양은 좀 엉망이었지만,
뿌려진 하트모양의 케첩은 선명했다.
[ 저녁은 같이 먹자 :D ]
그 옆에 은호가 남긴
작은 쪽지가 있었다.
플리는 쪽지를 보며 싱긋 웃은 뒤
계란말이를 한 입 크게 먹었다.
* * *
식사를 마친 플리는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밀린 논문 작성과 후배들 논문 첨삭까지
하나씩 처리해나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이 다 되었다.
플리는 하품하곤 노트북을 닫았다.
기운이 빠진 채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넥플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로맨스 영화를 클릭했다.
로맨스보단 액션을 좋아하던
플리지만, 요즘엔 왠지
몽글거리고 오글거리는
로맨스가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영화 속 여주가
플리 자신과 겹쳐 보였다.
짝사랑하는 남주의 행동에
크게 의미 부여하고,
설레하고,
기대하는 모습이 꼭 자신 같았다.
여주가 자주 짓는 표정이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뭐가 생각난 듯 플리는
짐가방에서 노아가 준 MT 사진을 꺼냈다.
사진 속 자기 얼굴과
일시 정지된 여주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똑같네…?”
플리는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은호 좋아하는구나”
“진짜 좋아하네…?”
플리가 오랜 연애를 마치고 느낀 점은
나를 잃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뭔지,
누군갈 좋아하는 느낌이 뭔지,
그럴 때 어떤 행동, 표정을 짓는지
잘 기억이 안 났기 때문이다.
항상 노아에게 맞춰 연애를
했기 때문이었다.
플리는 그동안 은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정의하지 못했다.
이별에 대한 외로움 때문에,
그냥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은호에게 설레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알았다.
자신이 은호를 좋아한다는 걸.
플리는 은호의 작업실을 바라봤다.
가끔 새벽에 깨면 문틈으로
비치던 작업실 불빛이 그려졌다.
살며시 작업실에 들어가
피아노 건반을 조심스럽게 눌렀다.
그리고 은호와 얼마 전
같이 피아노를
연주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 공기, 분위기, 온도를 생각하며
마음 가는 대로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 * *
한참 피아노를 연주하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8시.
곧 은호가 올 시간이었다.
플리는 다시 거실로 나가
은호를 기다렸다.
그 어느 때보다 몽글한 기분으로
영화 속 여주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 밤 10시
“플리야, 나 왔...”
은호는 들어오며
소파에 잠든 플리를 보고
목소리를 멈추었다.
식탁엔 플리가 해놓은
계란말이가 있었다.
각 잡힌 모양은 예뻤지만,
케첩 데코는 엉망이었다.
[ 계란은 내가 낫지? :p]
플리의 쪽지를 보곤
은호는 절로 미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다 이내 표정을 굳혔다.
( (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 )
은호는 쪽지를 내려놓고
플리를 살며시 안아
침실에 눕혔다.
“으응...”
그때,
플리가 무언갈 말하는 것 같았다.
“미안, 깼어?”
“ㅈ...조아해”
웅얼거리는 플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은호는 플리 얼굴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댔다.
"응? 뭐라고 플리야?"
“좋아해…"
"?!?!"
💙💜🩷❤️🖤🤍
안녕하세요. 왓치미쀼뀨입니다.
최근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심란하여
덕질을 쉬게 되면서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연재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긴 공백을 갖게 되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다시 평플을 다짐하며 돌아왔습니다.
11월 10일에 발매된 2번째 싱글 앨범
플레이브플부우도 많이 들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