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래도 괜찮다. 아니 괜찮지 않았다.
몇 년간 내 삶의 일부였던
너에게 내가 지워진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다.
생각보다 더 지옥같았고, 아픈 나날이었으니깐.
[그녀의 이야기]
너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나는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있었어.
날 만나러 오다가 그렇게도 나쁜 차량 한 대에 치어버린 너를 내 눈으로 본 순간, 의식불명인 너가 깨어나고 너를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러다 너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 본 순간 너의 입에서 가장 처음 나온 말은 “쟤 누구야”였어 기억나? 그 한 마디를 들은 순간 너무 아렸지만, 차라리 다행이었어 왜냐면, 너한테서 기억도 잃게 할 만큼 너무 큰 상처를 준 내가 어쩌면 너에게서 사라지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우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2년을 보냈지.
그래서 널 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어. 그것도 대학교에서 말이야.
그 수많은 대학교들 속 수많은 학과 중에서 왜 난 너를 마주하고 있는 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널 처음 마주친 날, 사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눈물이 났고,
심장이 빨리 뛰었고,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내 눈은 계속 너를 쫓았거든.
너와 같은 동아리가 되는 바람에 2시간 동안 옆 옆자리에 있던 날은 말도 안되게 손이 떨렸다? 옆에 있던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넌 이미 다른 사람을 아니 내 친구를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학생회에 그 친구 말이야. 너가 학생회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듣고 지원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널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아 내려놓았던 펜을 한참이나 원망했어. 넌 그 아이를 참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 너가 나한테 언제나 지어 주던 표정이나 미소가 다 그 아이를 향해 있었으니깐.
나는 그 날 집에 가서 하루종일 울었어. 어쩔 수가 없었어. 나는 너를 2년 동안 지우지 못했고, 너와 함께 했던 날들의 기억이 여전히 내 머리에 있고, 나는 널 좋아했으니깐. 참 웃겨 이렇게나 후회를 할 거면, 너 병원에 있을 동안 매일매일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고 미안하다고 하고, 새로운 기억들을 쌓을 걸 그게 뭐가 힘들다고 내가 도망갔을까 하고 참 많이 후회했어.
난 무슨 오기였을까 그렇게 며칠을 울고 나니, 좀 마음이 시원해진건지 이제 널 잊었다고 생각했어. 이 정도면 벌 받았다고, 2년 동안 혼자 힘들어한 거면 이제 괜찮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이제 그만 혼자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나를 좋아한다는 학교 선배와 연애를 시작했지. 분명 처음엔 너무 좋았는데 말이야,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설렜는데 말이야. 그래, 그러지 말았어야 했더라. 그 사람과 어딜 가든 너의 모습이 겹쳐보였고, 그 사람과 무얼 하든 네 생각이 났어, 넌 아마 지금 그 여자 아이를 보며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겠지. 그렇겠지 그래. 그래서 나의 새벽은 항상 추웠고, 외로웠고, 결국 끝은 눈물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너랑 그 아이가 사귀다 헤어졌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참 복잡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너가 괜찮을지 참 많이 걱정되었거든. 너 원래 사람 한 번 좋아하면 너무 좋아해서 상처를 쉽게 받으니깐 그걸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돼.
그렇게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을 때 쯤 우연히 너랑 내가 같이 동아리 행사 준비를 하게 되었더라고. 그래서 그때 생각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만은 너랑 얘기 할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말해 볼 거라고.
처음엔 너무 어색하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내 감정 내가 못 숨길까봐 다가가지도 못했는데 다행히 어느새 너와 나는 약간씩 가까워졌고, 행사가 끝날때쯤엔 그래도 장난정도는 많이 치는 사이가 되었으니깐. 그걸로 난 많이 만족했어.
그러다 그 아이가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더라고. 그 친구는 참 예쁜 아이야. 그래서 그런지 그냥 내가 더 못나보이더라. 그래, 그 때 그 아이를 보는 너의 표정은 참 씁쓸해보였어. 내가 걱정했던 것 보다 더 넌 아파보였고, 애써 괜찮은 척하려고 하는 거 같았어. 넌 표정에 모든게 다 드러나서 나는 그냥 너의 얼굴만 보면 다 알아. 너도 알잖아.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뒷풀이때였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어. 이제 혼자서 널 바라보는 것도 나 혼자 마음 아파하는 것도, 너가 계속해서 그 아이 얘기를 나에게 하는 것도 지쳐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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