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 르셸
"무슨, 무슨 짓이에요? 이게 대체···."
여주가 뭐라고 말을 하든 석진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순백의 하얀 드레스를 따라 조용히 눈동자를 굴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손, 가녀린 팔, 조금 앙상한 어깨, 트여진 가슴께와 목부근을 순서대로 천천히 감상했다. 하얗고 뽀얀 살결이 드레스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그 진득하고 뜨거운 시선에 여주가 잽싸게 팔을 들어 가슴위로 엑스자를 그렸다. 보여지는 모든 곳이 수치심에 빨갛게 물들어갔다. 그제서야 석진은 여주의 눈을 마주하고,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뭘?"
문을 막아서고 있던 몸을 떼고 순식간에 문을 잠갔다. 그와 동시에 석진은 입가에 진한 호선을 띄웠다. 덜덜 떨리는 몸이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석진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여주가 주춤 거리며 뒷걸음질쳤다.
"친애하는 나의···. 친구가 말도 없이 결혼을 한다네."
"······."
"누구보다 축하 해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내 앞으로 온 초대장은 없더라고."
"···그, 건···."
"그래서 깜짝 놀려켜주러 왔어. 그런데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아 유감이야."
"···.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제가 따로 찾아갈게요. 우선 빨리, 나가주세요. 제발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요."
"왜. 찔려?"
"-아니요, 아니에요! 찔릴 거 없어요. 제가 왜요?"
"아니ㅡ. 찔려야지. 넌 아직 나와의 빚이 남았잖아."
석진이 여주의 턱을 감싸 자신의 눈높이에 맞게 올렸다.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이리저리 끌려오는 몸이 하찮았다.
"안 그래?"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여주의 힘으로 석진을 떨쳐낼 수 있을리 없었다. 그 힘 때문인지, 무력감인지 아니면 이 남자에 대한 두려움인지. 사정없이 떨어지는 눈물로 예쁘게 완성된 화장이 번져갔다.
"여주야."
석진이 번진 화장 위를 뭉근하게 눌렀다. 헝클어진 머리카락도 정리해주었다. 퍽 다정한 손길과 달리 말투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이게 네 도망이라면, 넌 잘못 생각한 거야."
"···. 갚을게요. 애초에 안 갚을 생각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래, 갚아. 그런데 그 빚은 내 옆에서 갚는 게 조건이었어."
"······."
"저 남자가 널 지켜줄 수 있을까. 응? 정말로 너의 구원이 되어줄까ㅡ."
그런 일은 없지. 왜냐면, 내가 그렇게 둘 생각이 없으니까.
"그깟 결혼으로 나한테 도망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마
"
석진이 이를 악 물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그만한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억누르고 또 억누르면서.
"이여주."
명심해. 이건 나를 더 자극하는 꼴이야. 가지지 못해 안달난 새끼한테, 다른 놈 곁에서 걷고 웃는 게 도망이라니ㅡ. 정말 우습고 멍청하기 짝이 없지.
여주는 맞닿는 몸과 뜨거운 열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숨을 삼켰다. 가까워질수록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석진이 파르르 떨리는 눈 위로 짧게 입을 맞추고 멀어져갔다.
"결혼 축하해."
어떤 표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멀어져갔다.
절대 진심일 수 없는 말로 마무리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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