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아.. 쫌 ㅜㅠ 마중 나오지 말랬지!

#16-2 엄마 데리러 가기

수아는 엄마한테 간다니까 신이 나서는 차 안에서 룰루 랄라였다. 



"지금 엄마 데리러 거야..? 엄마 회사로 가는 거야?"



카시트에 앉은 수아는 신이 나는 듯 발을 버둥거리며 흔들었다. 



"어어.. 이제... 저기가 엄마 회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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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운전하는 차는 어느덧 높은 빌딩 숲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리고 수아야,  여기는 외할아버지도 다녔던 회사다..? "



석진과 다른 회사를 다녔던 여주는 얼마전 아빠가 다녔던 회사로 이직했다. 아무래도 육아관련 복지가 좋다보니 엄마이자 직장인으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석진은 여주가 자신이 다녔던 회사로 옮긴다고 하자 무척 좋아했었다. 어쨋건 육아관련 제도들은 자신이 다닐 때보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니 더 나으리라 싶었다. 한편으로는 굳이 회사를 다니겠다고 하는 여주가 일을 그만 두고 쉬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집안에 월급쟁이 한 명은 있어야한다며 굳이 직장을 다니는 여주를 석진은 결국 존중해주기로 했다.



.    .    .


"아빠아빠, 엄마 여기 있어?"


"어, 여기가 엄마 회사인데..  이제 어쩐다..?"



태형은 일단 건물 근처 골목에 차를 세웠다. 
아직 여주에게 답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골목에는 사람이 많아지고,
여주에게 연락은 없고, 태형은 약간 초조해졌다. 



"아빠 이제 엄마 오는 거야? 아니면, 엄마 지금 일하고 있어?"


"응응~ 엄마 아직 일하고 있겠지? 
 저 큰 건물 안에 엄마가 있어.."


"우와... 엄마 몇 층에 있어?? 되게 높다"


"어? 몇 층..?? 그러니까, 몇 층이더라?"



별다른 약속도 없이 불쑥 나온 태형은 지금 여주의 부서 이름도 살짝 헷갈리기 시작했다... 부서도 모르는데 당연히 몇 층인 지는 알 수도 없고, 사실 딱히 물어본 적도 없었다. 

수아에게 뭐라도 대충 말해보려 건물을 쳐다보았지만 유리로 감싸져있는 건물은 몇층짜리인지도 감도 안잡혔다. 

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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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에게 몇 층이라고 해야할 지 태형이 고민하던 시간,
회의 때문에 메세지를 늦게 확인한 여주는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직 일이 남아있는데... 어쩌지...?
 왠일로 회사까지 오고... 수아랑 집에서 힘들었나...?'



사무실 벽면에 걸린 시계를 보니 이제 곧 6시.... 태형이는 내가 오늘 칼퇴근 하는 줄 알텐데...



"많이 기다렸을 텐데...아, 어떡하지...? 
 더 기다리면 들어갈 때 차도 더 막힐텐데..."



갑작스런 방문에 골치가 아프면서도, 

수아가 나를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니,
마음 한 켠이 따듯해지고 애틋해지는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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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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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