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아.. 쫌 ㅜㅠ 마중 나오지 말랬지!

#16-5 그대와 블루스

.    .    .


둘째라서인지, 여주가 진통을 참다가 가서인지, 첫째에 비해 출산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래도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에 아빠와 엄마도 만나고, 수아와 화이팅도 나눌 수 있어서 여주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분만실 안에서는 잠시동안 여주와 태형의 진땀나는 고군분투가 있었다. 고난의 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다행히 아기도 산모도 건강하게 마무리 되었다. 


.    .    .



그 날 저녁..

여주는 첫째 출산 때와는 달리 다리가 후들거려서 침대에서 내려가기도 하기 싫었다. 아기도 아직 데려오지 못 했다. 아빠와 엄마가 고생했다고 할 때도, 수아가 엄마 힘들었지 하고 안아줄 때도 여주는 침대를 벗어나질 않았다. 

점심 전에 출산했는데도 여주가 걷질 않자 의사가 걱정하며 진찰을 다녀갔고, 태형은 이후 여주에게 걷어보자고 이야기했지만 여주는 통 걷질 않으려했다. 


"의사선생님이 빨리 걸으라던데...
 여주야 아직 많이 힘들어...?"

태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태형은 의사가 가고 나서부터 은근히 잔소리를 하며 여주를 독촉하고 있었다. 



"너 자꾸 보채지마.. 오늘 애기 낳았는데, 
 나 엄청 힘들단 말이야....!!"



여주가 빽 신경질을 내고 나자 태형은 금새 미안해졌다. 


힘들어하는 여주를 위해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태형은 음악도 살짝 틀어놓고 조명도 어두운 간접조명으로 바꿨다. 
 

[BGM - V "크리스마스 트리"]




"그럼 좀 쉬어... 너 진짜 너무 고생했어..
 고마워, 여주야.. 우리 아이를 낳아줘서.."



태형은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아 이야기하며, 여주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잠시 누워있던 여주는 화가 풀렸는지, 낑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 힘들긴 한데, 근데 심심해...

 졸린 건 아니야.
 아까 낮에 한참 잤잖아... "



마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태형이 작년에 발매했던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럼 부인, 저랑 블루스 한 곡 어떻겠습니까?"



태형이 손을 내밀었다. 



"아니... 생뚱맞게... 무슨..."



여주는 태형이가 어떻게든 날 걷게 만들려고 하는 구나 싶으면서도, 사랑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며 손내미는 태형이가 나쁘지 않았다. 



"살살만 움직여보자... 응..? 여주야~"



태형이 말에 여주가 결국은 낑낑거리며 침대를 내려왔다. 



"걷긴 싫으니까 나 가만히 서 있을 꺼야.. 
 아직 너무 아프단 말이야.."


"네네.. 마드모아젤... ㅎㅎ 
 그럼 저랑 가만히 서서 춤 추실까요..?"



태형이 다시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여주가 살며시 손을 잡았다. 여주의 다리가 후들거리자 태형은 얼른 잠깐 안아줬다. 

여주가 침대 옆에 서자 태형은 가만히 몸만 좌우로 움직이며 음악에 맞춰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여주는 따듯한 태형이 품에 폭 안겨서 리듬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형이의 품에 안기자 체취가 훅 느껴지면서 여주는 그제서야 새벽부터 옆에서 전전긍긍하며 자리를 지켰던 태형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태형아, 나는 네 품이 참 좋아... "



여주는 태형의 허리에 가만히 팔을 감았다.



"그러고 보니 , 태형아 너도 오늘 하루종일 힘들었겠네.."
 

"그렇지.. 뭐... 나도 그래서 너 낮잠 잘 때 옆에서 잤어..."


"아 진짜...?"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여주는 잠결에 보았던 피곤에 지쳐 잠들어있던 태형이 모습이 슬그머니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너도 오늘 내 옆에서 힘든 시간 보냈구나... 



"그런데  여주야, 너 괜찮아..? 생각보다 잘 움직인다...?"



태형이는 어느새 발을 움직이고 있는 여주에게 말했다.



"누구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종종 블루스를 췄더니 
 몸이 자동으로 움직여지네요. ㅎㅎㅎ"



여주는 기분도 좀 나아진 듯 씩 웃었다. 태형의 얼굴을 바라보자, 어두운 조명에 그림자진 태형이 눈가가 살짝 반짝거렸다.



"뭐야.. 너 울어...?"


"아니.. 그게 그냥 좋다.. 이렇게 너랑 있어서..."



여주가 살며시 태형이 눈에 눈물을 닦아주자 태형은 쪽 하고 입을 맞췄다. 태형은 야주를 달래듯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 노래 끝나면, 아기도 데리고 오자..
 수아처럼 첫날 부터 데리고 자야지..."


"그럼~ 그러자... 엄마 품에 콕 안아줘야지... "


"이제 우리 네 식구네... 
 이제 한동안 애들 키우느라 전쟁이려나.."


"우리 육아만랩 김태형씨 믿고 나는 아기 낳았는데... 
 혹시 육아전쟁이 예감되시나요..?"


"모르지, 수아가 똘똘해서 동생이랑 잘 지낼지도...?"


"난 상상이 안간다.. ㅎㅎㅎ 
 어떻게 될지... 상황이 우리를 이끌어주겠지 모..."


"그래 미리 걱정해서 뭐해.. 그냥 가보는 거지..! 그치?"


"응.. ㅎㅎ"



여주는 태형의 말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그렇게 음악이 끝날 때까지 속닥이며 블루스를 췄다. 


photo


에피소드 16 .

=======


*본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2)


- V "Christmas tree" 가사 - 

photo

지난 에피소드(#15) 때에는 
태형이가 여주에게 반한 이유를 이야기했었는데요...

마치 이 노래가 지난 에피소드의 답가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렇습니다...

공부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듣는데,
가사를 듣다보니까

이 노래에 둘이 블루스를 추는 장면이 생각이 나서,
글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히히히히...


모든 시작은 Christmas tree에서 부터... 

이번 에피소드도 모두들 즐감하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