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에 오른 태형이는 영화에 나왔던 장면처럼 분장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과 함께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고 난 뒤 어쩔 수 없이 미리 약속된 무대에 오르던 모습을 재연한 것이었다.
태형이는 마치 연기를 하듯 영화 속 캐릭터의 표정을 지으며 덤덤하게 노래를 불렀고 뒤로는 영화 속 장면들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져서 미치 뮤직비디오처럼 지나갔다. 태형이 특유의 덤덤한 표정은 오히려 노래를 더 서글프고 슬프게 느껴지게 했다.
태형이가 스텐드 마이크에 가만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여주는 묘하게 느껴졌다. 태형이가 나왔던 영화 속 모습이 떠오르면서 애틋하기도 하고,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미시감이 들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알고 있던 태형이 아닌, 가수이자 어느덧 연기자의 모습까지 갖춘 뷔의 모습이었다.
노래 중반부 남준이 랩을 하면서 나오자 조명밖으로 벗어나자 태형은 긴장했을 때의 평소처럼 고개를 숙이며 아랫입술을 살짝 핥았다. 여주는 그 모습을 보자 왠지 미시감이 사라지며 안도감이 들었다.
뭐랄까..
내 옆에 앉아있던 태형이가 저 사람이 맞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공연이 끝나고 태형이가 분장을 지우고 다시 원래 입고 왔던 턱시도로 갈아입고 옆자리로 돌아왔을 때 여주는 때에 따라 바뀌는 태형이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 남편... 대단한 사람이구나...
. . .
이윽고 신인상 발표...!
"신인상의 주인공은, 바로 뷔, 김태형님입니다. "
와아...!
태형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벌떡 일어섰다. 입을 가리고 깜짝 놀란 태형이를 여주는 가만히 안아주었다.
"태형아 축하해!!! "
축하를 해주는 여주는 가슴이 두근두근하였다. 태형이 옆에 축하해주는 여주를 와락 안았을 때 여주는 두근거리는 태형이의 심장이 느껴졌다.
자신을 안고 움직이지 못하는 태형이에게 여주가 살짝 속삭였다.
"우리 남편 너무 잘했어.. 얼른 가서 상받고 와"
여주는 태형이를 서둘러 무대로 보냈다. 잠깐 마주 본 서로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환희로 인해 눈가가 글성글성했다.
태형은 주변의 배우들과 감독님들께 인사를 한 뒤, 시상대에 올랐다.
"부족한 저를 일끌어주신 감독님과, 많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던 선배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저를 응원해주던 저희 와이프와 수아, 부모님, 장모장인 어른과도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주는 태형이의 모습이 멋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태형이가 멀어지는 것 같은 그런 불안함이 마음 속 한켠 떠올랐다.
자리로 돌아온 태형은 너무 좋아하면서 자신의 트로피를 여주에게 건넸고, 여주는 이런 불안함을 애써 누르며 태형을 축하해주었다.
뭐랄까 이 불안함은....
함께 영상을 찍으며 소박하게 지내던 태형이가 이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버릴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 맘을 알리가 없는 태형은 연신 벙글벙글 웃으며 주변의 축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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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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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