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아.. 쫌 ㅜㅠ 마중 나오지 말랬지!

17-4 시상식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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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 집이다..^^"



시상식이 끝나고 새벽 여주와 태형이는 협찬받았던 옷들을 만납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아와 민지는 시상식 참여를 위해 친정에 가 있었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없는 집이 오랜만에 고요했다. 



"여주야, 같이 목욕할래..? 내가 머리 감겨줄까...?"



태형은 샵에서 스프레이로 단단하게 고정해준 여주의 머릿결을 살짝 스다듬었다.


"그럴까..? 
 요즘은 수아랑 씻느라 둘이 목욕한지 오래되었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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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메이크업을 지우고 따듯한 탕 속에 들어가니 여주는 몸이 풀리며 피로가 조금씩 가시는 것이 느껴졌다. 먼저 탕 속에 들어와있던 태형은 이미 머리를 한번 감은 듯 물에 젖은 강아지가 되어있었다. 여주는 아까 시상식에서의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모습과 달리, 긴장이 훅 풀려있는 태형이를 보니 뭔가 안심이 드는 것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여주야 너, 무슨 생각해...? "


"응..? 아니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그제서야 자신의 표정을 자각한 여주가 부끄러운 듯 세수를 연거푸했다.



"무슨 생각인데...? 응? 말해봐~~"



태형은 장난치듯 발가락으로 여주의 볼을 살짝 찔렀다.



"어쭈..? 말 안해줄껀데...? 김태형 메롱~"


"여주 너어...?"



여주가 태형이 발을 낚아채서 간지르자 태형이 웃으면서 잠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태형은 여주가 방심한 사이 발을 잡더니 여주를 똑같이 간지렀다. 첨벙첨벙 목욕탕 물이 몇 번 넘치고 나서야 소란은 잠잠해졌다. 태형이 품에 꽉 잡힌 여주는 둘이 장난 치는 이순간이 무척이나 좋다고 생각되었다.



"뭔데..? 빨리 얘기해봐~"


"아니 오늘 그냥.. 되게 멋있어서... 그게 좀.."


"멋있어서...그게 그리고 좀?"


"음.. 그게 좀 그랬는데, 이렇게 세팅된 거 다 지우고 있으니까 다시 좋아서.. ㅎㅎ"


"왜, 나 오늘 스타일 좀 별로였어...? 안 어울렸어..?"



태형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아니고... 

 니가 날아가버릴 것 같다랄까... 
 너무 멋있어서 뭔가 딴사람같았어.. 

 그래서 그랬는데, 
 지금 내앞에서 맨얼굴로 웃고 장난치는 너 보니까 
 
 괜한 생각이었다 싶어서.. ㅎㅎㅎ "


"아이 뭐야... ㅋㅋ "



여주를 안고 있던 태형이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날아가긴 어딜 날아가.. 
 난 김여주씨 밖에 없는데...
 
 난 김여주씨가 바쁜 날 내버려두고 날아갈까봐 걱정인데..."



여주를 꼬옥 안은 태형이 여주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우리 오늘 서로 날아가지 않게 꼭 안고 잘까.. ㅎㅎ"



태형의 말에 여주의 볼이 붉어졌다.



"아우 야... 진짜 부끄럽게..
 너 아직도 셋째 생각이지...?"


"아.. 들켰다..."



태형은 민망한 듯 허허허 웃었다. 


에효.... 


여주는 낮은 한숨을 쉬고는 미소를 지었다. 



"목욕물 식기 전에 나가자, 
 꼭 끌어안고만 자든, 뜨밤을 보내던 일단 나가자.."


"어..? 어 그래?? 알았오"



여주가 나가자 태형은 쭐래쭐래 얼른 샤워가운 챙겨입고는 뒤따나섰다. 시상식은 정신없고 어색했지만, 여기있는 김태형은 나만 바라보는 내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주는 왠지 기분이 흐믓하고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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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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