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아.. 쫌 ㅜㅠ 마중 나오지 말랬지!

에필로그 17 (마지막화)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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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석양이 지고 있었다. 멀리 물결이 석양에 반짝이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바닷가 데크의 데이베드에 앉아있는 여주의 머리칼을 가볍게 날려주었다.

이곳은 세부의 프라이빗한 풀빌라..

다음 계절에 오랜만에 발매하는 개인 엘범을 가족들과 조촐한 축하를 하기위해 태형이 여주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왔다.  

아직 자켓 촬영도, 뮤비 촬영도 시작하기 전으로 음원 녹음까지만 마친 상태였다. 이제 곧 스케줄이 물밀듯이 시작되면 뮤비 촬영을 시작으로 활동기를 마칠 때까지 가족들이랑 보낼 시간은 한동안 없을 것이기 때문에 여주와 태형은 가족들과 며칠간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일찍 부터 남준이 대여해준 요트에서 스노쿨링과 수영을 실컨 즐긴 여주네 가족들은 돌아와서 느긋하게 쉬고 해가 질 무렵에야 태형이만의 특별한 청음회를 열었다. 
월드스타가 된 남준은 지민과 함께 월드투어를 돌며 1여년 동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청음회에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하지 못한 남준은 이곳에 휴가 올 때마다 요트를 대여받던 요트선장님을 태형이에게 소개하고,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편히 쉴 수 있도록 요트를 대여해줬다. 덕분에 태형은 처가댁 식구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참 쉬고 나온 석진과 지수 여주와 아이들은 데크에 있던 안락의자와 데이베드에 각자만의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서 태형이 음악을 틀기만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가지고 온 장난감들을 데이베드에 펼쳐놓고 놀고 있었고, 지수는 편안하게 데이베드 위에 무릎을 세우고 기대 앉아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한 여주는 태형이에게 눈짓을 보냈다.

여주와 눈빛을 주고 받은 태형은 곧 핸드폰에 담겨 있던 음악을 틀었다.








바닷가 데크의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은 석진은 눈을 감고 음악을 음미했다. 여주가 좋아하던 태형이 특유의 느긋하고 낮은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을 듣는 석진의 입가에는 기분이 좋은 듯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야, 태형아~ 이게 이번 타이틀 곡이야..?"



한참 음악을 듣던 석진이 말했다.



"네네! 살짝 리듬감이 있어서 간단한 안무도 할 꺼에요~"



식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태형은 신이났다. 



"나, 태형이 댄스팀이랑 안무 준비하는 거 봤는데, 
 완전 자유로운 게, 진짜 태형이스럽다고나 할까...?

 전부 다 네 아이디어인 거지...? "



데크에 있던 여주는 서서 혼자 리듬을 타고 있던 태형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태형의 리듬에 합류한 여주는 둘이 마주보고는 함께 그루브를 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에이.. 이건 영업 비밀인데, 
 다 안무가 샘이랑 이야기나누면서 짠 거지.. ㅎㅎㅎ

 느릿한 안무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더라고... "



태형이 작게 속삭이자 여주가 싱긋 웃었다.



"엄마는 어때요?"



여주는 뒤돌아 지수를 바라봤다. 지수도 음악에 집중한 듯 눈을 감고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나도 좋다 ㅎㅎㅎ"


 
지수가 조용히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자 석진이 일어나 다가더니 함께 춤을 추자는 듯 손을 내밀었다. 석진은 지수 허리에 손을 얹고는 블루스를 추듯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마치 자유로운 플룻 연주에 맞춰 리듬을 타듯 데크에 서있는 사람들 사이를 살랑이며 지나갔다.

장난감을 갖고 놀던 수아는 여주와 태형, 지수와 석진이 춤을 추는 것을 보더니, 슬그머니 수현이의 손을 붙잡고 데이베드에서 내려왔다. 그렇고는 곧장 수현이와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태형아~ 얘네 좀 봐.. ㅎㅎㅎ"



살며시 여주가 속삭이자 태형이는 조용히 핸드폰의 카메라를 켜고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앨범에 실릴 느릿한 음악들이 연달아 흘러나오고 한참 춤을 추던 지수는 쉬겠다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석진은 적절한 타이밍을 잡았다는 듯 잠시 들어가 뭔가를 꺼내왔다.



"어..? 아빠, 이게 뭐야..?"



여주가 석진에게 물었다.



"이거, 태형이 축하주지...^^ 
 오늘 마시려고 내가 작년에 담궈둔 거 가져왔다."



몇년 전부터 증류주 담그는데 취미를 붙인 석진은 아끼던 증류주를 한 병 가져왔다.



"우와 좋다... 센쓰 짱!ㅎㅎ 내가 잔 가지고 올께~"



여주는 얼른 안으로 들어가 잔을 챙겨나왔다.



"자, 자네부터 한잔 받게나.. ㅎㅎ"



석진은 주인공인 태형의 잔을 먼저 채워주었다. 씁슬한 술은 썩 좋아하지 않는 태형이지만, 다행히 석진이 담근 술은 향이 좋고, 쓴 맛 보다는 깔끔한 맛이어서 몇 잔 정도는 무리없이 마실 수 있었다. 

태형이 곧 석진의 잔을 채워주고, 지수와 여주까지 순서대로 잔을 채웠다. 네사람은 이제는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잔을 부딧쳤다.



"태형아~ 축하해~ 이번 활동 화이팅!"


.    .    .



이제 어두어진 바닷가, 지수는 피곤하다며 자러 들어갔고, 태형이는 오늘은 직접 애들을 재워주겠다며 수아와 수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바닷가 데크에는 석진과 여주 뿐이었다.

섬 위의 건물에서 비추는 불빛이 캄캄해진 물 위로 너울거렸다. 어둑어둑한 풍경 사이로 태형이가 틀어두고 간 잔잔한 블루스가 흐르고 있었다.



"아빠, 우리 예전에는 달랑 두 식구였는데... 
 지금은 진짜 많이 달라졌다. 그치...?"



여주는 어릴 때 생각을 하는 듯 표정이 아련했다.



"으음... 그런가...? ㅎㅎ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 좋다."



석진은 턱을 괴고 여주를 바라봤다. 약간 취기가 오른 석진은 볼이 불그스름했다. 
우리딸 나이 들었네... 석진이 여주의 눈가를 가르키자 여주가 아우 하지마...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여튼 축하한다, 태형이 활동 하는 거 오랜만이잖아...ㅎㅎ"


"응응.... 고마워..."



어느새 데크 문을 열고 태형이가 들어왔다. 피곤한 아이들이 빨리 잠들자, 좀더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데크로 나온 것이었다. 



"이야, 우리 멋있는 사위! 여기 앉아봐..."



취기가 오른 석진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석진은 가장 좋아보이는 안릭의자에 태형을 앉혔다. 



"내가 너네 데리고 팬션 갈 때만 해도 태형이 꼬꼬마였는데..."


"ㅋㅋㅋ 그 땐 우리 둘 다 어렸죠.... "



태형이는 기분이 좋은 듯 웃으며 석진이 건네는 술을 받았다. 



"내가 말이야,
 그때 딱 보고 든 생각이 얘는 크게 되겠구나 했어."


"아니, 아빠는 부끄럽게 무슨 옛날 얘기를 해.."



뜸금없는 아빠의 추억팔이에 여주가 손을 내저었다. 



"그 땐 제가 장난기도 많고.. 좀 그랬는데 
 좋게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 "



태형은 얼른 석진의 잔을 채워주었다. 



"에이, 너 장난기는 지금도 많잖아.. ㅋㅋ"


"그거 말고 그 음악적 아우라가 말이야, 
 나는 태형이에게 딱 느껴졌다니깐..?"


"에..? 진짜로??"



석진은 옛날 생각에 잠겨 둘을 둘러보았다. 



"그럼 아버님이 원래 사람보는 눈이 좀 있으시잖아..?"


"그치?? 역시 날 알아주는 건 태형아, 너밖에 없다..."


"뭐야.. 둘이 이 쿵짝은....? 여전하네..."



셋은 먼동이 트도록 오랫동안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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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진정입니다.

오래된 팬픽인데,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앗.. 완결을 안찍었더라고요...?

그냥 끝내기엔 산넘고 물건너 온 시간이 너무 많아서...

마무리로 마지막 편 올려봤어요...



그동안 마지막 편으로 많은 장면들을 떠올려봤는데...
새로운 에피소드보단 이게 좋을 것 같더라고요.



긴 세월동안 잠깐이라도 함께해주신 여러분 다들 너무 고맙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그려보려 했던 석진과 여주의 부녀관계와, 여주와 태형이의 성장기가 재미있었길 빕니다. 


이제 [아ㅜㅠ 쫌 마중 나오지 말랬지] 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른 작에서 뵈어요!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