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조각집]

사랑이란 감정_

  




김석진이였다. 귀여운 햄찌 프사를 해놓고 학교 끝났어? 라는 말을 보냈는데 아까 그 일은 잊고 칼답 해버렸다. 웅! 이제 계단 내려가고 이써. 평소 내 말투가 어눌한데, 카톡 말투까지 어눌하니 슬슬 김석진이 나를 무슨 애로 생각할지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톡을 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음산한 기운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김석진이 서있었다.



" 아, 깜짝이야... "

" 많이 놀랐어? 미안... "

또 김석진이다. 아직 학굔데, 좀만 이따 오지... 애들의 따가운 시선은 아직 안 가셨다고..! 그래도....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까!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 ㅇ, 아니 괜찮아. "

" 다행이다. "

" 근데 왜 부른거야? "

" 오늘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

" 영... 화? "

" 혹시... 싫어? "

" 아니아니 좋아, 빨리 가자. "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김석진과 영화를 보는 날이 다 오다니. 나같이 평범한 애가 어디가 좋아서...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다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김석진은 오늘따라 왜 더 잘생겨보이지. 얘가 좋아하는 애는 진짜 행복하겠다.... 

" 여주야, 나 화장실 갔다올게. "

" 응, 갔다 와. "

김석진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폰을 뒤적이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마침 인스타에 알람이 울려 들어가보니 웬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 이거 뭐야... 또, 김석진 때문에 마녀사냥을 당한다. 진짜 마녀가 아닌데도 하는 마녀사냥. 별거 아닌 일에도 꼬투리를 잡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이슬고 대전 |


야야 나 오늘 ㄱㅅㅈ이랑 8반 ㅁㅇㅈ랑 영화관 들어가는 거 봄..... ㄱㅅㅈ이 겁나 들이대던데 ㅁㅇㅈ 여우짓 무슨 일ㅋㅋㅋㅋ

@유주_M1n

- 헐?? 민여주ㅋㅋㅋ  그 여우년 내가 그럴 줄 알았지
  - ㅇㅈ 미리 알아봤다니까ㅋㅋ
  - ㅋㅋㅋㅋㅋ 나도 알아봄ㅋ

- 대박ㅋㅋ 여우 아니고 구미호 아님?? 어딜 우리 석지니를 홀려;
  - 구미호 딱이다ㅋㅋ
  - ㅇㅈ?




..... 에휴 내 팔자가 그럼 그렇지, 채념하며 길거리에 풀썩_ 쪼그려 앉았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건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서 그런건지.....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 김석진에게 향하려는데 내 눈앞에 손이 나타났다.

" 여주야, 괜찮아? "

고개를 들어보니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김석진이 있었다. 아마 대전을 본 거겠지. 그래도 괜찮냐는 말에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빨리 훌훌 털어버리는 편이 나을테니까.

" 괜찮아...! 별 것도 아닌 일이야... "

" ...... 미안..... 미안해, 여주야. "

" ㅇ, 어 아니야. 이게 왜 네 탓이겠어. "

그렇다, 이건 김석진의 잘못이 아니였다. 그저 나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욕한 것이지 결고 김석진이 잘못한 건 없었다. 뭣도 모르고 뒤에서 떠들어대는 키보드 워리어들 보다 다 무시하고 오히려 김석진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 석진아, "

처음으로 내가 김석진의 이름을 성을 때고 말했다.

" 나 너 좋아하는데. "

" ..... 나도 민여주. "

김석진도 나를 좋아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넘어졌을 때도, 작년에 체육대회 때 음료수를 사준 일도. 돌아보니 다 김석진이 나를 좋아했다는 증거였다. 이제와서 깨닳은 내가 한심하고 바보같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 김석진,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



그렇게 나의 사랑이란 감정은 마무리 되었다. 아직도 나를 대하는 시선이 익숙하지 않고 나를 비꼬는 애들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김석진이 있어서.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이라고 생각한 때도 많았었다. 하지만 김석진과 있을 때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행복한 것이다, 김석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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