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내 남자친구, 그니까 6년 전에 내 곁을 떠난 민윤기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사랑만 했을텐데. 너의 마지막 곁도 지켜주고, 천국 가는거 별거 아니라고 위로까지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고픈 말이 참 많았는데 결국 장례식 마지막 날에나 찾아가서 국화 한송이 주고 온게 끝이였다. 너무 보고 싶은 내 남친 민윤기, 잘 지내고 있니? 혹시라도 거기서 네가 춥거나 외로울까봐 너무 걱정된다.
아무 이유없이 나에게 다가와 환히 웃어주는 너의 모습은 참 예뻤는데.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내 남친 민윤기, 지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라.
.... 윤기의 마지막을 함께한건 내 동생 이여우였다. 왜... 왜, 하필 이여운데. 아무 관계도, 친분도 없지만 이여우가 윤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는 윤기의 마지막도, 장례도 잘 치르지 못했다.
윤기 여친은 나였는데. 신도 참 불공평하시지... 우리 부모님은 항상 이여우만 사랑했다. 늦둥이라는 이유로, 아 사실 늦둥이도 아닌 나이였는데... 이여우 항상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대하셨고 그에 비해 나에게 대해주는 목소리는 정말 차갑고 냉정했다.
내 인생을 버티게 해준 유일한 버팀목 조차 이여우가 뺏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이 뺏어주셨다. 윤기는 부모님이 없다, 내가 집을 나와 겨우 마련한 4평 남짓의 원룸에 윤기와 함께 꼬박 5년을 지내왔다.
정말 힘들었지만 서로 웃으며 티비를 보며 술을 마시고 즐겁게 생활했었다. 그래도 언제 한번 부모님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 윤기가 인사를 가고 싶다고 말해 찾아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가지 말자고 했어야하는데.
오랜만에 집에 가보니 변한건 없었고 부모님의 허리가 4년동안 더 휜 듯했다. 그리고 이여우는 변함없이 명품을 몸에 두르고 본인의 부를 과시하며 살고 있었다. 우리 집은 부자도 아니고,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이였다.이여주는 그때 윤기에게 반한 것 같았다.
동거한지 7년이 조금 넘어갈 시점에 나는 윤기와 결혼을 결심하고 프러포즈를 했다. 윤기가 놀라며 나를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행복한 일만 남아있을 줄 알았다, 정말.
프러포즈를 하고 3개월 쯤 지났었나, 둘이 결혼하기 전에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었었다. 우리 윤기, 너무 말라서 쓰러질까 항상 걱정되었었는데... 그래도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다. 그 날도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비비며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안 믿고 싶었다. 급히 윤기를 깨워 병원에 데려갔다. 많이 아팠을 거라고 하는데 참아준 윤기가 너무 고맙고 미웠다. 아프면 말을 했어야지 바보야. 그래도 윤기는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미안하다고...
사랑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주야. 마지막 말이였다. 윤기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한 마디.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떠났다. 난 아직 못 해줬는데...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윤기의 사진 앞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많이 보고 싶어. 사랑해 민윤기, 아프지 말고 맛난 거 많이 먹고... 그렇게 잘만 지내고 있어줘. 금방 찾아갈게,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