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긴,끝이 아닐거야 다시 만나볼테니까[BL/찬백]

외전 2. 카이춘의 육아일기.

변백현이랑 박찬열이 둘이서 지지고 볶더니 덜컥 애를 가졌다. 그래 둘이 6년만이면.
생각보다 천천히 가진거지. 
박찬열 카페가 들어서고, 어느순간부터 싸돌아댕기더니.
어엥 애인이 생겼단다. 
누굴까, 하고 봤더니 또잉!?! 변백현이었다. 

"종인이 안녕?"

찬열이형이랑 팔짱을 끼고 내 눈앞에 변백현이 나타났다. 
고등학교 선배인 변백현은 어릴때부터 책을 참 좋아했다. 
결국 둘이 눈이 맞아서 사귀더니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다. 
정말 예뻤다. 이름도 예쁘다. 박열매.
나도 취직을 하고, 돈을 벌다보니까 자주는 못갔지만 우월한 유전자에 장점만 쏙쏙 골라와서 다리길이가 말도 안된다. 나보다 긴거같다. 
얼굴은 백현이형을 그냥 갖다 박았다. 임신중일때 고생시키더니 제대로 빨아먹었나봄. 
어쨌든 박열매 돌잔치 사회도 봐주고 박열매 뒤집고 걷고 하는거 이 카이춘도 다 지켜봤다 이말이야. 
그렇게 열매가 두살이 채 되기전에. 막 우당탕 뛰어다니는 박찬열 미니미가 되었을때. 갑자기 두 금슬좋은 부부가 나를 불러냈다. 
그때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나는 기껏해야 하루 애 봐주는건줄 알고 저녁도 싼걸로 골랐다. 5성급 호텔 코스요리를 불렀어야지. 등신.
곱창맛집에 셋이 둘러앉았다.
소주파도 맥주파도 아닌 와인파 백현이형은 오늘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왠일로 찬열이형도 마시지 않았다. 
대창곱창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상추추가로 이모님이 세번 왔다갔다 하셨을때, 찬열이형이 입을 열었다. 

"종인아. 1년정도만, 열매 맡아줄수 있을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방금 입에 넣은 쌈? 흥. 오늘 점심에 먹은것까지 꺼내서 확인할뻔했다. 

"그게 무슨, 콜록, 소리야,?"
"말 그대로야. 열매 1년정도만 맡아서 키워줄 수 있어?"

농담이지? 라고 묻고싶었다. 
근데 둘의 표정이 너무너무 진지했다. 

백현이형이 따라주는 물 한컵 비우고 다시 그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형들.. 애 버려?"

그 말을 하자마자 백현이형이 도끼눈을 뜨고 불판을 엎으려고 하는걸 찬열이형이 필사적으로 말렸다.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갑자기? 애를? 그것도 갓난이를?! 카페 망했어? 아닌데 2호점 낸다고 했는데? 도서관이 망했어?! 아닌데 잘되던데? 뭐야 뭔일인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날 보고 백현이형이 얌전히 쌈을 싸서 입에 넣어줬다.
이번엔 찬열이형이 눈깔이 훽 돌아서 기름 잔뜩인 불판에 물붓겠다는거 백현이형이 잡아다 앉혔다. 

"나 곧 죽어."

그리곤 툭 내뱉었다. 
나는 얼탱이가 없어서 입에 쌈 넣은 그대로 씹던과정을 여과없이 내보였다. 

"수막종이래. 너무 많이 퍼졌고, 시신경도 건드렸고. 곧 운동신경까지 번질거래."
"..수술은요?"

쌈을 씹지도 못하고 그냥 휴지에 뱉어버린 내가 묻자 백현이형이 맑게웃었다. 

"머리 열면 깨어날 확률이 1퍼센트가 안된대. 죽는거 말고. 식물인간으로 살 확률이. 거의 죽는다는거야."

그 말을 듣는데 찬열이 형이 묵묵히 대창을 한번 뒤집었다. 

"아니 그럼. 치료는요. 뭐라도 해야지. 애가 이제 두살인데. 엄마면, 부모면 뭐라도 해야지!!"
"종인아. 내 이름이 뭐야?"
"변백현이지 뭐야."
"나 엄마고 얘 남편이기 전에 변백현이잖아. 그래서 그래. 무책임 할 수도 있는데. 난 내가 거기서 갇혀사는거. 싫어. 무서워."
"형이 무서운게 어딨어. 형이 무서운건 도서관 무너지는거랑 박찬열이랑 이혼하는거 밖에 없잖아."
"도서관은 새로 지으면 되고, 박찬열이 이혼하자 그러면 어차피 도장 안찍을거라 못해."
"아니 그게 문제야?"
"너 차갑고 딱딱한 침대에서 머리 다빠지고 창백하게 죽을래, 니가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죽을래? 난 후자 할래. 이미 아파 종인아. 나 여기서 더 못버텨."

백현이형도, 박열매도 걱정되지 않았다. 
박찬열이 걱정됬다. 
이 말을 가장 먼저, 직접. 더 직설적으로 들은 박찬열은 어떨까.

"내 건강보다, 열매를 먼저 선택하겠다는 말도 되는거 아니니 종인아? 엄마가 병실에서 죽어가는걸, 자식한테 내보이는걸. 누가 달가워하겠어. 엄마가 아파하는걸 어느 자식이 태평하게 바라보겠어. 아직 열매 어리잖아. 그애한테 트라우마 주고싶지 않아."

찬열이형이 대창을 장에 찍어서 입 앞까지 대령해주자 아기새처럼 입을 벌려 받아먹은 백현이 형이 촉촉한 입술을 찬열이형 뺨에 찍었다. 
그 염병천병에 빡쳤다가도 일단 진정했다. 

"부탁할게. 나 죽을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맡아줘."
"양육비 꼬박꼬박 보내야해요."

그러면 백현이형이 또다시 맑게 웃으며 끄덕였다. 
곱창집에서 나오자 찬열이형이 차에 태웠다. 

"뭐야. 나 왜 차야. 내려줘요."

차에타봐를 경험한 내가 창문을 쾅쾅 두들기자 백현이형이 밖에서 창문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박찬열을 홀린 그 예쁜 미소로.
찬열이형은 그저 허허 웃으면서 백현이형 손을 가져다 호호 불어줬다. 
쫄았다가도 눈꼴시려서 벨트나 맸다. 
저 형 욕쟁이에 성격 더러운거 찬열이형도 결혼해서나 알았겠지.
좀, 아니 좀 많이 과장이지만 어쨌든 백현이형은 화나면 진짜 광견이 되어서 정말 무섭다. 도서부 광견 그 선배가 다시금 보여서 나는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곤 날 얌전히 집에 내려놨다. 
그러더니 트렁크를 열어 박스들과 가방들을 내렸다. 

"이..게 뭐야?"

착착 빠르게 꺼낸 찬열이형이 아파트 비밀번호 누르라고 눈으로 재촉했다. 

"나 추워."
"차에 가디건 있어. 차에 있을래?"

이사람들.. 작정하고 왔구만?

육아용품을 집에 내려둔 찬백이 내 집 냉장고를 열더니 갑자기 백현이형이 폭주했다. 
대체 뭐쳐먹고 사냐고. 
그러더니 악독한 사모님처럼 돈봉투 식탁 한가운데에 척 내려놓더니,

"내새끼 굶기면 죽음뿐."

이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말은 그렇게해도 찬열이형 카페 잘되가서 내 생활비까지 같이 넣어줌. 개이득!*^^*

집이 내 욕심으로 커서 빈방은 하나 있었다. 
거길 쓸고닦고 박열매 육아용품들을 들여놨다. 
아기전용 물티슈에 소독물티슈도 있길래 참 극성이다.. 싶었는데 막상 애가 쓸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극성으로 닦았다. 

그러더니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이제 박열매 아니고, 변열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