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긴,끝이 아닐거야 다시 만나볼테니까[BL/찬백]
외전 2. 카이춘의 육아일기. (-박열매 아부지의 편지

핑쿠공뇽현이
2021.01.29조회수 44
아니 사실 울었다.
엄마의 곁으로 가 엄마의 가슴팍에 꼭 쥐고 온 종이를 올려두고. 여즉 따듯한 손을 잡고 눈을 꼭 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찬열형은 고개를 들지 못했고, 백현이형의 꽃은 이슬만 떨구었다.
손끝까지 피가 돌지 않아 점점 창백해지는 손을 꽉 움켜쥐고 백현이형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옷을 적셨다.
차마 말로 담기 참담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한 가정의 이별을 이리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던가.
열매는 집으로 돌아올때 까지도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열매는 나와 천천히 짐을 싸며 내게 어떤 상자를 보여줬다.
"열매 이게 뭐야?"
"편지. 엄마 주려고."
고사리손으로 빨강노랑 색연필로 쓴 엄마에게 주는 편지.
"열매는, 엄마랑 같이 살고싶었어. 그래서 엄마 만나면 주려고, 엄마아빠랑 같이 살게되면 보여주려고 열매가 썼는데. 엄마가 안왔어."
삐뚤빼뚤 정성스레 적어넣은 글씨가 애처롭다.
"열매야. 이제.. 이제 엄마 못봐."
"왜? 왜 못봐?"
아이는 죽음의 냄새를 맡는다.
* * *
찬열이형이 열매를 데리러 왔다. 그리고 이 일기장이 넘어가겠지. 에잉.. 내가 얼마나 열심히 쓴건데! 무려 2년이나!
변열매는 신나게 궁둥이를 흔들며 카이춘과 헤어질 생각을 한다.
어이없어. 서운하다 변열매.
찬열이형이 마지막 짐까지 트렁크에 싣고, 문을 닫았다.
"열매. 아빠 손."
"카이춘 안넝~ 그동안 고마워떠. 열매 없다구 밤에 울면 안된다아~~"
나는 씁쓸하게 변열매가 카시트에 타고 아파트를 나가는걸 지켜봤다.
카이춘 잊어버리면 납치할거야 변열매.
* * *
종인이한테 전달받은 육아일기를 펼치자 열매의 성장과정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넘어져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일, 예방접종을 한 일, 친구랑 싸워서 운 일.
귀엽게도 이런걸 써왔다니.
열매 응가기저귀 갈며 키운 종인이에게 고맙다.
"열매 이 날 울었어?"
"웅. 열매 머리 박살나서 없어지는 줄 알아떠."
* * *
평화로울줄 알았다.
우리 둘만 있어도 행복할줄 알았다.
나에게도, 열매에게도. 이별은 준비가 안되있었나보다.
너의 빈자리는 너의 부재는.
남겨진 우리 둘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나보다.
밤마다 네 향이 배여 빠지지 않은 침구에서 엄마 보고싶다면 우는 열매가 있다.
종인이 집에서 한번도 울지 않았다던데. 여기와서 다 쏟아내나보다.
울고싶지 않았는데.
나도 곁에서 같이 울었다.
나도 보고싶다 열매야.
우리 어떡하지.
* * *
열매가 엄마가 보고싶다며 안겼다.
엄마한테 주고싶은게 있다면서.
그래서 네가 있는곳으로 가자했다.
네가 안치된 그곳으로.
* * *
오늘은 납골당에 갔다.
유리문 위로 열매가 손을 가져다대고, 울었다.
왜 열매 보러 안오냐고. 가엽은 내새끼.
유리케이스를 열어주자 그 속으로 열매가 준비해온 선물을 넣었다.
열매가 열심히도 쓴 편지들.
나 안읽었어 백현아. 열매가 너 준다고 쓴거여서. 하나하나 펴봐. 무슨내용인지 알려줘. 알겠지?
* * *
열매는 매일 빌어. 너를 보고싶다고. 제발 꿈에라도 나와달라고. 언제쯤 여기서 울지 않을까. 작은열매는 밤에만 우는데. 큰열매는 왜 여기만 오면 울어. 왜 나 울려 백현아.
사실 백현아, 큰열매가 빌어. 열매는 울지 않아.
큰열매가 밤마다 울어. 너를 보고싶다고. 제발 살아달라고. 너는 살아있는데. 너는 어느곳에도 살아있는데.
보고싶다 현아. 내 백현아.
다시는 누군가에게 찬아- 찬열아- 하는 다정하고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 그건 네게만 허락된 것이니까.
다시는 누군가에게 안기고, 누군가를 안지 못할거야. 난 너의 삶이고, 너의 시간이고, 너니까.
내가 너 자체니까.
나는 누구에게도 너의 사랑을 나눠주지 않을거야.
욕심껏 내가 품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