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얘긴,끝이 아닐거야 다시 만나볼테니까[BL/찬백]
외전 3. 작품 속 백현의 글 모음.

핑쿠공뇽현이
2021.01.30조회수 49
'아아, 그이도 나를 떠나간다.
또하나의 무덤이 생겨나고, 또하나의 무덤이 생겨난다. 나의 오랜친구, 나의 예쁜 아기, 나의 평생의 동반자. 모두가 날 떠나간다.
하나는 타살로서, 하나는 사고로서, 하나는 범죄로서.
그리고 나는, 자살로서 나를 떠나고 말겠지.
파리만도 못한 목숨이여, 그리도 쉽게 떠나가는가.
나의 곁에, 남은 파리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파리무덤만이 있을뿐.'
-변백현, 파리무덤.
* * *
6화.
'그의 손길에 차차 무너져내리는 것은 누구일까. 그것이 나인지, 너 자신인지.'
-변백현 파리무덤.
* * *
18화.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낡고 지쳐 삐걱이는 몸은. 타인의 눈빛과 언행. 그리고 행동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가장 큰 타격은. 바로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나는 타살도, 사고도, 자살로도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질병으로 나를 떠난다.
인간은 태어나고, 살아가며, 죽음을 맞는다.
누군가에겐 그 굴레가 아주 길수도 있고, 무척이나 짧을 수도 있다.
삶을 갈망하고 원하는 이들은 그 굴레가 짧을것이고.
삶을 원망하고 신조차 찾지 않는 이들은 길겠지.
나는 어떨까.
나는 사랑이란것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모든것을 짊어지고 책임지며 감내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른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어른이란 언제쯤 될 수 있는걸까.
나의 수평선의 끝엔 내가 불안정한 어른이고 싶다.
어린애로 죽기엔.
나는 너무 늙었고. 나는 너무 물들었으며. 나는 너무 늦었다.
병들어 죽는 파리가 있다는 것을. 나는 내가 죽을때가 되서야 알게되었다.
나의 파리무덤은, 작은 병실과. 작은 침대와. 광활한 어둠이겠지.
나의 파리는. 나라는 파리는. 쉽게 죽음에 발을 들였다.'
-변백현. 파리무덤.
* * *
18화.
'나를 두르는 은하수 속에 가장 따듯한 별이 있다면. 그게 넌 줄 알고 살게.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너인줄 알고 아무말 하지 않을게. 이 밤을 위해서.'
-변백현. 나의 밤에 가장 빛나는 사람아.
* * *
19화.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그 꽃은 언제나 아름다웠고, 언제나 향기로웠다.
그 꽃은 언제나 꽃의 주인에게 말했다.
'나를 떠나지 말아요.'
꽃의 주인은 꽃에게 작게 속삭였다.
'너는 내 인생인걸.'
아주아주 작게.
'당신은, 내가 떠나면 슬퍼하실 건가요?'
꽃도 속삭였다. 어쩌면 소년보다도 더 작게.
'슬픔을 넘어선 슬픔을 만나게 될거야. 마치 죽음을 넘어선 사람처럼.'
꽃은 살풋 미소지었다.
'너는, 내가 떠나면 슬퍼할거니?'
'당신은, 공기가 사라지면 슬픈가요? 그리운가요?'
꽃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미소를 띄며 말했다.
'공기가 사라지면. 죽고말겠죠. 나의 공기, 나의 사랑, 나의 소원. 나의 하늘. 나의 전부. 영원함을 약속한건 나이지만, 사랑을 약속한건 당신이죠. 그래서 난 슬퍼하지 않아요. 그리워 하지도 않아요.'
꽃은 아주 예쁘다.
'다만, 당신이 외롭지않게, 언제나 함께할거에요. 공기처럼.'
소년은 꽃을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었다.
'영원을 약속한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을텐데. 어떻게 나를 따라올거야?'
'내가 시들지 않는건 당신의 사랑덕분이고. 당신의 애정이 있기에 할 수 있는거에요. 당신과 사랑을 약속했으니 난 시들지 않아요. 난 당신에게 영원을 약속했으니 당신이 죽지 않는한 죽지 않아요. 그거에요. 단지. 정말. 딱 그뿐이에요. 사랑.'
소년은 꽃의 잎이 아닌 가지를 만졌다.
'잎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남는다면. 그땐 정말 당신을 찾아가는거에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변백현. 시들지 않는 꽃.
* * *
19화.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사람아. 나를 사랑에 두눈 멀게하고. 사랑에 두 귀가 멀게한 사람아. 저 멀리있는. 저 높이있는 행복을 바라보던 나를. 날아오를수 있게 해준 사람아.
나의 눈물로 그린 수채화는 비록 얼룩졌지만, 그 수채화는 나의 인생이고, 사랑이고, 삶이었으니. 나에게 물감이던 사람아. 텅텅비어 아프기만 했던 나를. 색으로 채워준 사람아. 흑백거리 가운데 서있는 나의 손을 잡아, 험한길은 먼저 나서서 헤쳐주고. 보드라운 길은 가장 먼저 걷게한 사람아. 그대 덕에 발바닥에 굳은살은 물론이거니와 풀에 베여 생긴 아주 작은 생채기도 없게한 사람아. 나는 그대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내가 비록 그대에게 해준것이 없다고 하여도. 나는 내 마음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떠나면. 검은밤을 수놓는 은하수를 머리에 두르고. 향기로운 꽃이 그대를 감싸고. 부드러운 바람이 그대의 손을 맞잡는. 그런 밤이 되겠습니다.
나의 수평선은 오로지 그대의 것이었음을.
나의 수평선은 오로지 그대였음을.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한 것이. 그대당신임을.
죽어서도 기억하고, 지옥불에 떨어져도, 천당 의자에 앉아도.
기억할것입니다.
나를 두르는 은하수 속에 가장 따듯한 별이 있다면. 그게 넌 줄 알고 살게.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너인줄 알고 아무말 하지 않을게. 이 밤을 위해서.
-변백현. 나의 밤에 가장 빛나는 사람아.
* * *
20화.
우리 이제 분분히 헤어집시다.
나는 잎이 지는 꽃.
낙화는 나의 죽음.
잎이 뚝뚝 지며
죽어가는 나를 위해.
우리 이제, 분분히 헤어집시다.
-낙화. 변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