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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그분 맞죠?
━ 야···! 가자.
━ 어? 왜? 아직 입도 안 댔는데!
━ 빨리!!

━ 왜요? 앉아요.
━ ㄴ, 네···?
━ 앉아요. 돈 버릴 거예요?
━ 아···.
‘어차피 내 돈 아닌데.’
━ 그래, 앉아. 나 아직 밥 먹지도 못했어. 그런데 너 왜 그래. 갑자기.
━ 아니야···. 이따 말해줄게.
━ 둘이 동갑이야?
━ 아, 네. 제 같은 과 친구예요.

━ 연하였구나. 안녕, 후배님?
━ 네? 아··· 안녕하세요.
아까는 정말 그렇게 떠나보낸 게 너무 후회했는데, 막상 이렇게 같은 대학에서 게다가 식당에서 내 옆에서 그것도 내 친구, 하라랑 같이 만나게 되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 그런데 왜 피해요?
━ 네? 제가 언제 피했다고···.
━ 그나저나 아까는 너무 미안했어요. 정말 망가진 물건은 없었죠?
━ 선배 아까 여주 만났어요?
━ 아, 길 가다 우연히···.
━ 선배···! 밥이 맛있어요! 얼른 드세요···.
━ 그래? 맛있게 먹어, 후배님.
━ 네···.
━ 여주야, 어디 아파?
━ 어? ㅇ, 아니?
━ 아까 잘만 먹더니만 왜 그렇게 못 먹어.
━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아서. 급하게 먹었나.
━ 그래? 체했나···.
━ 나 먼저 가 있을게. 천천히 먹고 와.
━ 어? 뭐··· 그래. 가 있어. 약 사서 갈게.
━ 됐어, 갈게. 저··· 선배, 먼저 일어날게요.

━ 그래, 가서 좀 쉬어.
━ 네···.
그렇게 나는 재빨리 일어나 정리를 하고는 나왔다. 정말 당황스러워서 먹다가 체했나 속이 좀 안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지···. 하라랑 아는 사이 같던데 자주 만나게 되지는 않겠지? 하··· 복잡해.’
내가 왜 그 선배를 피하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됐다. 좋아해서 그런가 떨리고 숨게 됐다.

━ 박여주!!
하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였다. 곧 하라는 내게 뛰어왔다.
━ 박여주, 네가 아까 말한 사람 지민 선배라며.
━ 어? 지민 선배···?
━ 그래, 아까 그 선배.
━ 그 선배 이름이 지민이구나···.
━ 그럴 때가 아니야 빨리 올라가 봐.
━ 어디를?
━ 현대무용과 연습실.
━ 왜?
━ 지민 선배가 불러.
━ 뭐···? 아니야, 안 갈래.
━ 야! 얼른 가봐. 너 지금 선배 말 무시하겠다는 거야? 너 좋아한다며. 이 언니가 팍팍 밀어줄게.
━ 아니···.
━ 일단 올라가 봐. 지민 선배 너 말대로 정말 좋은 사람이야. 얼른.
━ 아··· 진짜 가기 싫은데···.
하라의 말에, 그리고 선배 말이라 억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가면 어색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할 게 뻔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현대무용과 연습실 앞에 도착했다.
━ 후···.

━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해요,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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