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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해요, 후배님?
이번에도 정말 놀랐다. 놀라 뒤를 돌아보니 지민 선배님이 웃으며 나를 보고 계셨다.
━ 왜 그렇게 놀라요.
━ 아··· 그냥 좀 놀랐어요···.
━ 이거. 소화제예요. 체한 거 같길래.
━ 어··· 감사합니다···.
━ 눈 보고 말해야죠. 어디 보고 말해요. 나 봐요.
부끄럽고 어색하기만 해서 손은 받고 있는데, 땅에다 대고 감사하다고 했다. 선배의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선배 눈을 쳐다봤다.

━ 박여주 후배님, 나 좋아하나?
━ 네?! 아니요?!
━ 깜짝이야···. 이렇게 목소리 큰 줄 몰랐네.
━ 아··· 아니에요. 아무튼···.
━ 귀엽네요, 후배님. 앞으로 자주 봐요.
━ 자주···요?
━ 응, 자주. 내려가서 소화제 잘 챙겨 먹고 나중에 또 봐요.
━ ···네.
지민 선배는 내 머리를 살짝 헝클고는 연습실로 들어갔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정말 너무 떨렸다. 그렇게 떨린 채로 멍하니 한국무용과로 내려왔다.

━ 박여주! 뭐래 선배가? 응? 박여주!!
━ 어?!
━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선배가 뭐라는데.
━ 몰라도 돼.
━ 아, 궁금해.
━ 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 뭘 했길래 그렇게 설렜데? 뽀뽀라도 했냐? ㅋㅋㅋ
━ 미쳤어?!
━ 미칠 거까지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 암튼··· 아니야.
나는 아니라며 머리가 헝클어진 것을 단정하게 정돈했다. 선배 생각이 계속 났다. 그렇게 수업이 끝이 났고, 우리는 내려왔다. 그런데 밖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 어? 오늘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 뭐래, 날씨 좀 똑바로 보고 다녀. 비온다고 그랬어. 우산 없지?
━ 같이 쓰자.
━ 우산 작아.
━ 야! 그럼 난 어쩌라고!
━ 뒤에 봐봐.
━ 뒤? 왜?
난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저 뒤에서 지민 선배가 점점 오고 있었다.
━ 야, 설마 선배랑 같이 쓰라는 건 아니지?
━ 그 설마 맞아. 선배랑 같이 써.
━ 야 제발 나랑 같이 쓰자, 제발···. 집도 같은 방향이잖아, 우리···.
━ 지민 선배도 같은 방향이야, 마침. 선배!!
━ 야···!
━ 어? 하라 있었네. 어? 여기서 또 만나네? 여주 후배님?
━ 선배, 여주가 우산이 없대요.
━ 응?
━ 아, 그냥 뛰어가면 돼. ㅁ, 먼저 갈게요.
나는 가방을 재빨리 머리에 올리고 뛰려고 했는데 뒤에서 누가 내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손이 크고 힘도 셌다. 지민 선배였다.

━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어떻게 뛰어가.
━ 선배, 그럼 여주 잘 부탁드립니다. 여주야, 낼 보자.
━ 야! 이하라!!
하라는 우산을 펼치고 가면서 나에게 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팍팍 밀어준다더니 생각보다 정말 팍팍 밀어주고 있다.
━ 갈까?
━ 같이··· 쓰자고요···?
━ 우산이 하나밖에 없네.
━ 아··· 그냥 뛰어가도 되는데···.
━ 왜 계속 뛰어갈 생각만 해, 가자.
선배는 한 손으로는 우산을 펼치고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잡아, 선배 쪽으로 붙이고는 걸었다. 진짜 떨려 죽을 뻔했다. 너무 밀착되어버려 혹여나 빨리 뛰는 심장 소리가 지민 선배에게 들리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 그런데 왜 계속 나 피하려고 해?
지민 선배는 어느 순간부터 말을 자연스럽게 놓고는 계속 피하려는 내 속셈도 단번에 알아차렸다.
━ 제가··· 언제요···.

━ 나 정말 좋아하기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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