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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아니라고 했잖아요···.
━ 여주 친구 말로는 여주 되게 철벽이라고 하던데.
━ 아··· 하라가··· 그래요?
📱🎵📱🎵
‘이하라 진짜 못 하는 말이 없네···.’
━ 하라라고는 안 했는데?
━ 딱 봐도 하라인데요, 뭘···.
━ 이렇게 눈치도 빠른데 왜 나는 못 알아채지?
━ 네?
선배는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그윽하게 내려다봤다. 그런 선배에 또 한 번 무슨 말을 할지 떨렸다. 그러고는 마침 입을 열었다.

━ 여주야···.
━ 네?
━ ···아니다.
━ 뭔데요···?
━ 아니야. 집 어디야?
━ 저기 카페 옆이에요.
━ 뭐야, 벌써 거의 다 왔네.
선배는 다시 자연스럽게 내 어깨 한쪽을 살짝 잡고는 비를 맞을까 봐 밀착했다. 정말 적응이 안 됐다. 선배의 이러한 적극적인 면이. 지민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 이렇게 얼어있다.
━ 어, 잠시만 여주야.
━ 네, 제가 우산 들고 있을게요.
━ 그래 줄래?
나는 우산을 건네받았는데 우산을 건네받는 중에 지민 선배 손이 살짝 스쳤다. 또, 나 혼자 의식했다. 나는 전화 받는 지민 선배 쪽으로 조금 더 우산을 받쳐줬다. 그런데 선배도 그걸 알았는지 어깨동무 식으로 나를 팔로 감싸고 우산을 잡고 있는 내 손 그 위로 손을 얹고는 우산을 잡았다.
━ ㅅ, 손···.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이어갔다. 진짜 따지고 보면 지민 선배가 내 손을 잡고 있는 형태인데, 그게 끝이 아니라 팔로 나를 감싸니 어깨를 잡을 때마다 더욱 밀착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제일 떨려서 미칠 것 같고 얼굴마저 점점 붉어져 갔다.
━ 응, 알았어. 맞춰서 갈게. 그래, 이따 봐.
선배가 전화를 끊었다. 진짜 너무 떨려서 지민 선배에게 겨우겨우 말을 했다.
━ 저··· 선배.
━ 응?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선배를 보며 말을 했는데, 갑자기 선배가 내 쪽으로 얼굴을 틀었다. 너무 가까웠다. 나는 순간 놀라 다시 얼굴을 정면으로 한 뒤 말했다.
━ 이거··· 손···.
━ 아, 미안. 네가 내 쪽으로 우산을 받치길래.
━ 선배, 다 맞고 있어서요.
━ 그러니까 갈 때까지 이러고 있자.
━ 네···?
━ 얼굴이 너무 붉은데?
선배는 뭐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다 아는 것처럼 붉어진 내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 아···. 떨려서··· 아니, 좀 더워서요.
━ 떨려?
━ 아니요? 안 떨려요. 뭐가 떨린다고···. 더워서 그래요, 더워서.

━ 여주야, 난 떨리는데.
━ 그럼··· 손을 놓으면 되잖아요···.
━ 싫은데. 아, 맞다. 여주야, 시간 좀 있어?
━ 음··· 시간은 많아요···!
━ 정말? 잘 됐다. 나랑 이따가 저녁 같이 먹을래?
━ 저녁···이요?
━ 응.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갑자기 잡혔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내 여자친구 한 번만 해줄래?
━ 제가요?!
━ 놀랐지···. 미안. 전에 친구가 여자 소개해 준다고 하도 그래서 여자친구 있다고 거짓말했는데 한 번 데려와서 밥 먹자지 뭐야.
━ 어···.
알겠다고 말이 함부로 나오지 못했다. 속으로는 진짜 여자친구는 못하더라도 가짜 여자친구라도 이참에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말을 못 했다.
━ 아, 싫으면 어쩔 수 없고···.
━ 어··· 할게요···!

━ 정말? 고마워, 여주야.
━ 아니에요.
내 대답에 만족했는지 지민 선배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밀착인 상태라 선배 얼굴을 살짝 보고는 다시 정면을 봤다. 가까이에서 선배의 웃는 모습을 보는데 웃는 모습이 어찌나 잘생겼던지. 우리는 곧 카페 앞에 왔다.
━ 여기 카페에서 좀 시간 때울까? 모임 장소도 여기서 멀지 않고.
━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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