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온도

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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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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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헤어져요···.

━ ···뭐? 여주야, 나 지금 잘못 들은 거지?

━ 미안해요···.






눈물이 또르륵 볼을 타고 흘렀다. 헤어지기 싫은데,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내 심정을 말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해서 겨우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 거짓말. 너 나 좋아하잖아.

━ ···미안해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계속 흘리며 미안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은 너무 많다. 좋아한다고, 아니라고 이거 다 거짓말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잘못하다가 선배가 정말 다치기라도 하면 내가 너무 미안하다.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 나 봐봐, 여주야. 네가 뭐 때문에 갑자기 이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러지 마 진짜. 나 너무 속상해.

━ ···가요. 마음 접었어요.

━ 박여주. 왜 그래 진짜. 너 나 많이 좋아하잖아.

━ ···선배가 안 가면 내가 갈게요.






이게 사랑의 힘인가 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냉정해야 하고 헤어짐을 재촉해야만 했다. 나는 발걸음을 뗐다. 그런데 선배가 내 손목을 잡아 날 멈춰 세우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선배가 입을 맞추려고 하자 난 입을 피하려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자 선배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정말··· 이게 너의 진심인 거야?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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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그만하자.






지민 선배는 나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했을 거다. 나 때문에 너무 힘들고 슬프고 할 텐데 다치는 것만큼 아프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지민 선배는 그대로 내 앞에서 사라졌다.






━ 흑··· 흑··· 흐···.

━ 잘했는데 왜 울어. 박지민은 이제 안 건들게.






그렇게 여자 선배들도 숨어있다가 나와서 피식 웃고는 갔다.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내 삶의 전부를 잃은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지민 선배를 잃는 건 무엇보다 죽을 듯이 힘들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수업도 듣지 않고 주저앉아 있다가 학교 안이 아닌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하라한테 몇 번이고 전화가 왔지만, 전화 받을 힘조차도 없었다. 그렇게 집에 와 침대에 누워 펑펑 울다 지쳐 잠에 들었다. 유일했던 내 사랑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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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민 시점 ]






━ 야, 박지민! 준비 다 끝냈는데 여자친구는 어디 있어?

━ 치워.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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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우라고. 이제 여자친구 아니니까.






수업이 빨리 끝나 여주를 위해 깜짝 프러포즈하려고 소품실까지 가서 이벤트 준비를 다 마쳤건만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여주가 이걸 보고 좋아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정말 여주한테 실망이 컸다.






━ 야, 무슨 일인데. 싸웠어?

━ 헤어졌으니까 빨리 치우라고.

━ 야, 박지민!!






여주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쉬운지. 사귄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헤어지자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헤어짐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데 아니,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우리는 정말 사이가 좋았고 서로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 3년 후 ]






━ 박여주! 박여주!!

━ 뭐야, 왜 그렇게 시끄러워.

━ 너 소개팅 안 할래?






이하라랑은 아직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와서는 소개팅을 하지 않겠냐고 묻는 하라였다. 나에게 소개팅이라니···. 나에게는 지민 선배뿐인데.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지민 선배에게 이미 마음이 꽂혀서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다.






━ 안 해.

━ 아니 너 설마 지민 선배 아직도 못 잊은 거야?

━ 응. 어···? 아니.

━ 맞네, 뭘. 하긴 그렇게 헤어졌는데 나 같아도 못 잊지.

━ 하··· 갑자기 소개팅 얘기는 왜 해서 선배 생각나게 만드냐···. 잘 지내고 있겠지···.

━ 그런데 언제까지나 선배 생각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 그건 그렇지···.

━ 그러니까 소개팅 한 번 해봐. 내가 아는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추천해 준 사람이야. 

━ 얼굴도 모르는 사람하고 뭔 소개팅이야.

━ 그러니까 소개팅이지. 그냥 한 번 얘기라도 해봐. 좋을 수도 있잖아.

━ 됐어.

━ 그 선배가 추천해 준 사람은 진짜 다 좋다니까? 나도 그 선배가 소개해줘서 지금 잘 만나고 있잖아.

━ 몰라···.

━ 박여주.

━ 아, 알았어. 한 번만이다.

━ 진짜지?

━ 그래. 별로면 그냥 나올 거야.

━ 알았어, 알았어. 기다려 선배한테 말할게.






.






━ 박여주! 이따가 오후에 당장 괜찮냐는데?

━ 이따가? 그렇게 빨리?

━ 뭐 빨리 보나, 늦게 보나 뭐가 달라. 괜찮다고 한다?

━ 음··· 그래 뭐. 오늘 할 거 없긴 하니까.

━ 됐다. 빨리 집 가자. 준비해야지.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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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장 내 집으로 가서 나는 한껏 꾸몄다. 첫 소개팅이기도 하고 솔직히 안 떨린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직 머릿속에는 지민 선배가 자리 잡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정말 지민 선배 생각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준비하고 뭐하고 나니 어느새 밖은 저녁이었다.






‘띵-’






━ 어?

━ 왜?

━ 소개팅남이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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