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아...
여기 엄청 비싼데 아니야..?”

“응? 아냐아냐
진짜 가격 부담스러워하지말고
맘껏 먹어!!! ”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정말 소문으로만 듣던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이런 고급진 곳을 데리고 온 그에게
아까 그 여자가 누구냐고 묻기조차 미안했다
“지민아 있잖아 아까 그...”
“여주 너가 신경 쓸 줄 알았어..
우리 회사 이사님인데
사실 얼마 전부터
나한테 치대시는게 너무 뻔히 보였어..”
“아....그렇구나”
“근데 걱정하지마! 나 애인 있다고 말도 했구
선도 제대로 그었다??”
“푸흐 변명 안해도 괜찮은데..”
“너가 혼자 속으로 걱정할까봐 그러지요”
나는 그렇게 지민이와 연애 초반기의 여느 커플들처럼
다정한 말들과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
그렇게 나는 잠시 태형이라는 존재를 잊은 듯 하루를 지민이와 함께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주야! 나 회사 다녀올게
너도 카페 알바 가지?”
“웅..”
“다치지 말고 이따 퇴근하면 집에서 보자”
그렇게 나는 준비를 마친 후 카페로 들어섰다
“매니저님 저 왔어ㅇ”

“....선여주..?”
“김태..형..?”
카페를 들어서니 보이는 것은
커피를 내리고 있는 김태형이었다“설마 너가 오늘 온다는 그 알바생...이야?”
“...맞는데 매니저님은 안계셔?”
“원래 매니저님은 잘 안나오시고 나만 있는데”
“…”
정말 카페 알바생이 김태형이었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 얼어있는 나에게 그는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들어가서 이 옷이랑 앞치마 두르고 와”
“응”
.
.
.
“김태형...그 이거 앞치마가 자꾸 풀리는데..”

“뒤 돌아봐 묶어줄테니까“
”...! 아냐 됐어 내가 할게“
”여지껏 못했으면서 어떻게 하겠다고
뒤 돌아봐 빨리
곧 손님들 오시니까“
나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말에 뒤를 돌았고
앞치마 끈으로 묶어주는 동안 내 몸은 경직되었고
작은 자극에도 움찔했다
”안 불편하지? 너무 쪼이는건 아니고?“
”...괜찮아“
아직까지 이렇게 다정하구나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겠지만
나에게만 다정하길 바라는 내가
혹여나 애인이 생겼을까
그동안 내 생각은 한 번도 안했을까..
정말 내 스스로조차 지민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내 자신이 한심했다
“음료나 커피 같은건 오늘은 일단
내가 만들테니까 너는 내가 지금 알려주는대로 주문 받고 설거지 해 알겠지?“
”응..!“
그렇게 그에게 주문 받은 방법을 익힌 후
손님들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가 알려준대로 차근차근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피크타임이 지나고 사람이 점차 줄어들었을 때
나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아...머리..”
나는 머리망을 써야했다는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터라
머리가 계속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스윽-)
”너 뭐하는...!“

”가만히 있어
오늘 내가 알려주는거 깜빡했는데
넌 머리 길어서 이렇게 머리망에 집어넣어야 해
내일부터는 머리 이렇게 하고 있어“
그는 능숙하게 나의 머리를 잡아 묶고 머리망에 넣었다
”아...고마워“
“잘...지냈어..?”
“응”
잘 지냈다는 그의 짧은 한마디에
왠지 모를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그가 못 지낼 이유가 더 이상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잊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내 스스로가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잊지 못했다고..
구질구질한 변명이겠지만
지금 내 애인인 지민이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자꾸 네가 생각난다고...
지민아 미안해
너를 좋아했던 세월이
이렇게 허무하게 져버릴 줄은 몰랐어
너에게 받은 상처를
내가 너에게 돌려줄 것 같아..
어쩌면 내가 너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할 수도 있지만
너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 같아 지민아
태형아
너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의 말들을 내뱉고
다시 너를 좋아한다는 나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거라는 걸 알아
네가 힘들었던 만큼 나도 겪을게
미안해 태형아 그리고 좋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