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청춘 스물다섯

Ep. 아름답지만 아름답지않은 화양연화

나도 지금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숨을 내쉬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쩌다 지금 이 상황까지 왔을까. 그렇다. 여긴 최수빈 차 안이다. 내가 혼자갈 수 있다고 몇번이고 말했는데 위험하다며 집까지 태워준다는 수빈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차를 탔다.

정적이 맴도는 차 안. 최수빈은 앞만 바라본 채 묵묵히 운전하고 있었고, 윤하는 비가 내리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있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 뭐라도 말해야할 것 같아서 천천히 조심스레 입을 먼저 열었다. 아니, 열리도 전에 최수빈이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 .. 그동안 어떻게 지넸어?  "






" .. 이것저것 하면서 그냥 지넸어 "




그 뒤로 아무 말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최수빈의 표정을 보니 좀 슬퍼보이는거 같기고 했고, 제일 신경쓰이는건 입술을 자꾸 깨물고 있었다. 저러다 살 뜯기면 아픈데 .. 나도 몸에 베인 습관이라서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 근데 최수빈 내 눈에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안해하고 있는거 같았다.

뭐 내 알빠는 아니겠지 ..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신경쓰이는건 어쩔 수 없으려나. 최수빈을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역시나 그건 한계였다. 그런 윤하를 조용히 바라보다 속삭이듯 말했다.






" .. 보고싶었어, 많이 "






" 뭐...? "






" 그때 쪽지 책에다 끼워놨거든. 혹시 봤어? "







" 봤어, 정말 그 내용 사실이었어?"







" 응, 말 그대로야. 지금도 그때도 변함없어  "






절때 잊지 못 할 추억. 추억이란 한번씩은 생각나는 옛 시절. 정말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게하는 괴로운 기억. 누군가에겐 눈물이 나오고, 누군가는 돌아갈 수 없는걸 알지만 추억 속에 갇혀있다. 자기에게
더 힘이 될텐데.돌아오면 눈물밖에 나오지 않을건데.
그 추억속에선 행복하기 때문에.

그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조그만한 행복을 얻기 위해. 하지만 현실을 깨닫게 된다면 다시 괴로움에 몸부림 친다. 만약 그게 사랑이라면,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 사랑이라면 그건 괴로움을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심장에 칼이 박히는 무언가가 목을 조이는 느낌.

돌아가고 싶지만 그 추억은 머리속에서만 재생될 뿐
현실에선 아무런 느낌도, 사랑 받는 감정도 그저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추억은 결국 괴로움과 그리움만을 선물하고 간다. 돌아갈 수 없는 무언가의 기억들.
잊고 싶은 추억에,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누군가에겐
추억이 자기에 모든것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
에겐 괴로움을 선물해 주는 추억이 될 수도 있다.






" 그럼 그때는 왜 그랬어? 창고에서 나 안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







" 어려서 그땐 사실대로 말 못했어. .. 너도 나 좋아했잖아 아니야? "






" 뭐 ..?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고 있었어? "







" 아니 .. 그게 아니라,  "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척한거야? 왜 희망고문하게 했어. 내가 매달리는게 같이있는게 그렇게 싫었으면 그냥 차라리 싫다고 하지 그랬어. "






" .. 이윤하 "






" 다 받아주고 설레게 해놓고 또 나중가서는 우리 사이 부정할거잖아. 근데 .. 너무 지긋지긋한데 그게 또 너무 좋아서 짜증났어. "








너를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너를 용서할 것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서 도피하고 싶었다. 네가 나를 망가뜨리고 홀로 떠나버렸다고 생각했
지만 너는 나를 좋아했었다. 그리고 언제나 내게 네 진심이 닿기만을 바랬다. 내가 바란것은 하나였다. 겁을
먹고 물러선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다. 

아니라고 몇번을 다짐하고 고개를 저어도 이래서는 안된다고 미워하며 눈물 흘려도 결코 부정할 수 없을 만큼이나 내 삶은 전부 너였다. 격해지는 감정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잘 참아온거라 생각했는데 최수빈의 얼굴을 마주보니 눈물이 나왔다.






" .. 나 너 안 좋,아했어. 시발 안,사랑했,다고 .. 너 진,짜
별로였,어 "






" 그걸로 자기 방어가 된다면 계속해 "






" 끝까,지 짜증난,다 .. "





" 난 너 사랑한거 부정 안 해. "





오묘한 교실의 겨울의 절정의 겨울.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내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그 기억은 첫번째 청춘이었고, 지금은 두번째 청춘. 두번째 우리가 만난 계절 겨울. 밖에 비가 내리는 비록 찝찝한 두번째 만남이지만 그래도 결말을 행복하길





" 나 너 안 좋,아할거,야. "






" .. 밖에 아직도 비 온다 "






" 안 좋아,할거라고 "






" 우산 꼭 챙겨 "





" 나 너 진짜,싫다,고 "





" .. 비 맞으면 감기 걸려 "








내가 먼저 꽃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가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았다. 끝끝내 추운 겨울이었다. 하지만 난 겨울이어도 괜찮다. 아무런 추억이 없는 봄보단 우리가 함께 머물러 있었던 겨울에서 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너무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운만큼 아팠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냥 마음 한켠에 소중히 간직해두고 싶었다. 화양연화. 그래 화양연화는 가장 아름답지만 때로는 가장 슬퍼보이기도 한다. 지금 이 이 순간이 화양연화가 아니더라도 화양연화를 향한 발걸음이기를

꽃잎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지만, 그 꽃잎들이 쌓여 또 디른 아름다운 화관을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아직은 많이 서툴지만
한겨울날의 해피엔딩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