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청춘 스물다섯

Ep. 견딜 수 있길 바라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수빈의 생각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애써 잠을 청해보아도 자꾸만 머리속에 수빈의 목소리와 얼굴이 맴돌아 결국 밤을 새버렸다.





" 네 ~ 안녕히가세요 "



손님이 간 후, 윤하는 녹초가 되어 의자에 털석 힘없이 앉았다. 피곤한듯 한숨을 쉬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진짜 힘들다.. 그 모습을 본 카페 직원이였던 범규가 윤하의 앞에 커피를 나두고 옆에 앉아 걱정하는 말투로 살며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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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씨 힘들면 쉬어가면서 해도 괜찮아요. "




" 그래도 일인데요 뭐 .. 어쩔 수 없죠 "




" 일도 일이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컨디션도 그렇고요. "




" 괜찮습니다아 ~ 걱정 고마워요, 범규씨. "




아 .. 뭐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리는 범규에 윤하는 웃음을 터뜨리며 기지개를 쭉 폈다. 아, 아메리카노도 고맙고요. 책상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쪽 빨면서 다시 카운터로 갔다. 윤하가 가고 난 후, 얼굴이 빨개진 범규의 얼굴은 모르겠지만.




딸랑 -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직원들도 각자 제자리로 돌아간 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코트를 입은 멀리서 봐도 이목구비가 뚜렸하게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요. 카드를 내밀며 말하는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같았지만, 손님의 얼굴을 못 본 채 계산을 했다.

여직원들은 그를 힐끗 힐끗 쳐다보면서 자기들끼리 잘생겼다고 속닥속닥 얘기를 했다.  뭐 .. 얼마나 잘생겼길래 저러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보이는건 최수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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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하 ..?  "





최수빈 ..? 쟤가 왜 여기에 .. 아, 여기 동네는 최수빈이 자주오기도 하는 동네였기에 오고가면서 한 번쯤은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 일 줄은 몰랐다.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



"  .. 윤하야 "



왜 또 내 이름을 부르는건지. 덕분에 직원들의 수상한 눈빛을 한번에 받을 수 있었다. 하 .. 굳이 왜 하필 이때 여기서 마주쳤냐.. 아까 걍 쉴껄. 아까 쉬지않은 내 자신을 후회하며 최대한 입고리를 올렸다.



" 손님, "



" 지금은 아니더라도 .. 끝나면, 끝나면 나랑 얘기하자 ..  조금이면 돼. "



" ..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거 같습니다, 손님. "




아뿔싸. 잘못걸려들었다. 속으로 백번이고 천번이고 울며 욕했다. 금방이라도 툭 치며 울것같은 수빈에 괜히 마음이 약해졌다. 아, 진짜 이러면 안돼는데 ..
울음에 약한 윤하는 속으로 내적갈등을 했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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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제발 .. 긴 말 안할게. 조금만, 조금이면 돼 .. "



아, 진짜 안돼는데 .. 입술을 짓이기며 고민을 했다.
아 잠시만, 근데 내가 얘를 왜 피해? 우린 사귄적도 없고 헤어진적도 없는데. 도데채 내가 왜 피하는건데?
갑자기 분해지는 감정이였다. 그래 그까짓거 별말 앗 하고 오면 되지 할 말이 더 있어? 자기 합리화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 .. 6시에 끝나. "



"  .. 고마워 "



하아 .. 결국 넘어가 버렸다. 최수빈 얼굴 쓰는건 반칙이지! 한숨을 쉬며 아까의 나를 좌책하며 머리를 헝클였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범규는 오늘 너무 힘들어 보인다며 들어가 쉬라고 윤하에게 말했고, 윤하는 웃으며 고맙다고 한 뒤 휴게실로 들어갔다.




" 범규씨,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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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에요, 힘드실텐데 들어가서 쉬세요. " 





범규는 윤하를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카운터 앞에 섰다. 그 시각, 휴게실 안으로 들어온 윤하는 의자에 힘을풀고 기대며 눈을 감았다. 하아 .. 드디어 살것같다
근데 언제봐도 범규씨는 착한 사람이란 말이지?눈을 살짝 뜨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자꾸만 최수빈이 생각났다. 최수빈과의 행복했던 추억들과 그 뒤의 아픈 추억들이 다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있지, 이런 말을 하면 네가 싫어할지는 모르겠지만 나 많이 좋아졌어. 매일 밤 쏟아지던 눈물은 나흘의 한번으로 줄었고, 새벽마다 찾아오는 우울감은 더이상 나를 집어삼킬만큼 커지진 않아.


견뎌내려 쥐어짜낼 힘조차 없어서 죽을거 같이 보내던 날들도 견딜만 해졌어. 해파리는 물살 따라 둥둥 떠다니며 살아간다고 하잖아. 나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해.


근데 자꾸 가라앉어 버리는게 문제야.행복해야 한다는 강박도 내려놓으려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을 정말 싫어했는데 맞긴 맞나봐. 그리고 매 순간마다 찾아오던 너를 향한 원망도 조금은 덜었어. 아마 내가 들었던 얘기 덕분이겠지.


가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무거운 발걸음이 들려오면 너이길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아 생기더라. 
가만히 저쪽 어딘가에 치워둘게. 그래도 아직은 행복한 날들보다 우울한 날들이 더 많고, 웃음이 나기보단 우울이 새어나오는 날이 많지만 견딜 수 있길 바라.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