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청춘 스물다섯

Ep. 어쩌면 아주 많이 그리운 너에게

창고에서 본 그 이후로 수빈은 학교에선 볼 수 없었다.
아무말도 없이 사라진 수빈에 학생들은 수근거리며 윤하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곤했다. 혹시 쟤가 수빈이에게 뭔 짓을 저지른건 아니냐며. 뒷담같은 앞담을 하기 일쑤였다. 그럴때마다 윤하는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도 입술을 깨물며 신경쓰려고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 최수빈, 수빈아 넌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일주일, 한 달 , 몇달을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지않는 수빈. 연락을 해 보아도 받지 않았고, 집까지 찾아가보았지만 들리 소식은 깜깜 무소식 그 자체였다. 지금 어디서, 뭐하는건지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그 정도라도 너의 소식은 들으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어째서 너는 아무리 불러봤자 대답이 없는거니.




" 도데채 어디있는거야, 최수빈 .. "




처음에는 그리움, 서러움. 그런 감정뿐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과 서러움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원망과 오해가 마음에 자리잡았다.

평소처럼 여전히 최수빈을 마음에 담아둔 채 공부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옆에 있던 여자애들이 윤하를 보고 수근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자리가 가까워서 그런걸까 말소리 하나하나까지 또렸다게 들렸다. 윤하와 수빈이의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자신과 수빈이의 얘기가 나오자 귀를 열고 얘기를 천천히 듣기 시작했다.



" 야, 너네 수빈이 얘기 들었어? "



" 최수빈? 걔 몇달 째 학교 안나오는 애 아니야? "



" 맞아, 나 오늘 선생님한테 걔 어딨는지 들었다? "



" 헐, 진짜? 어디있데? "



최수빈이 어디있는지 안다는 얘기가 나오자, 윤하는
뭔가를 열심히 쓰고있던 연필은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 .. 최수빈이 어디있는지 안다고? "



잔뜩 굳은 얼굴로 물어보는 윤하에 모여있던 학생들은
당황하는거 같더니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 우리가 그,그걸 왜 가르쳐 줘야 하는데? 그리고, 걔가
너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했대..!  "



" 뭐..? "



나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나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야되는거 아니였나.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쳤다.



" 나 교실에서 너네랑 싸우고 싶지 않거든? 빨리 말해줄래. "



처음보는 차가운 모습에 조용히 눈치를 보며 한숨을 쉬곤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 .. 걔 외국으로 유학갔데. "



뭐? 처음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억장이 와르르 무너지는거 같았다. 잡고있던 지푸라기마저 놓아버린거 같았다. 안그래도 이렇게 너를 원망하고 기다리고있는데.
어째서 너는 나한테 이럴 수 있는거야? 나한테 말해주는게 그렇게 너한텐 어려운 일이었던거야?

근데 있잖아, 제일 서러운게 뭔지 알아? 내가 왜 너의 소식을 네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듣고있다는게, 그게
제일 서럽고 아무말없이 떠나간 너를 원망해.

아무말없이 나를 남겨두고 홀로 떠나간 너를.



겨울이 끝나갈 때 쯤 내 기억에 선명했던 최수빈도 이젠 서서히 희미해져가고있었다. 벌써 방학이네, 너가
떠나간지도 벌써 1년이야. 시간 참 빨리간다. 파란하늘을 보며 살며시 웃고는 사물함에 던져두었던 그와 같이 읽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오랜시간 안꺼내서 그런 것인지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책의 먼지를 털어내고 책깔피가 꽂혀있는 페이지를 폈다.



" 쪽지 ..? "



그 페이지 안에는 작은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궁금증에 그 쪽지를 펴 그 안에 써져있는 낮익은 글씨들은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윤하야, 아직 말 못했지만 좋아해. 아주 많이 '


한 줄.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것마저 윤하의 손을 떨리게했다. 나한테 관심없다며.안좋아한다면서 왜 좋아한다고 말하는거야? 윤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손에 있던 쪽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었다. 끝까지 이기적이네, 최수빈. 



" 영영 못 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진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나랑 함께 해줘서 고마웠고, 미안했어. 잘 지네, 최수빈. "



너와 사계절을 함께 보낼 줄 알았어. 당연히 사계절이 지나도 영원히 함께일 줄 알았어. 근데, 그 사계절 중
너와 함께한 계절이 겨울밖에 없네. 겨울로 시작해, 
겨울로 끝나 버렸네. 만약 네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우리 아무런 마음도 갖지 말고, 그냥 서로 가고싶었던 겨울바다 보러가자. 정말 아무런 마음도 갖지말고.

수빈아,나 이제 너한테 사랑같은거 안 바래.
남들 다하는 흔한 안부 한 번 묻기 힘들거 알고있어.
근데 있잖아 나는 마지막으로 너 한번이라도 다시 보고싶어. 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스쳐지나가더라도 한번만이라도 널 보고싶어.

나중에 계절이 지나고 지나서 너한테도 꽃이 필 때 쯤 엔 그때 한번쯤은 너한테 내가 떠올랐으면 좋겠어.


너에게 꽃이 필 때쯤이면 난 너를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잘 지네, 안녕.




어쩌면 아주 많이 그리운 너에게 마지막 인사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