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공항 안. 윤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물다섯, 벌써 7년이 지나있었다. 수빈이 떠나간 그 후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신경쓰지 않고 잘 해내온 그녀였다.
그동안 윤하는 외국에 살고있는 사귀면서 잘 지네었다. 가끔은 수빈이 생각나도, 그립기도 했지만 그냥 첫사랑의 그때의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조금 더 기다리자 멀리서 윤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한 사람. 윤하는 그 사람을 보며
똑같이 손을 흔들며 미소를 살며시 지었다.
" 윤하쓰 ~ 오랬만이다 잘 지넸야? "
" 나야 잘 잘 지넸지ㅋㅋ 너는? "
" 나도 마찬가지로 잘 지넸어ㅋㅋ "
참, 윤하의 친구의 이름은 민한서. 외국으로 유학같다가 온 고등학교 친구이자, 윤하가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다. 둘은 서로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그동안 잘 지넸냐는 안부를 묻기도 했고,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는 등 실컷 수다를 떨었다.
아,윤하야 나 지금 부모님께 가야되서 여기서 헤어져야 할 것 같아 .. 한서는 아쉬는 표정을 짓고는 윤하를
바라봤다. 괜찮아,다음에 만나면 되지. 잘가 조심하고
천천히 멀어져가는 한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윤하는 한서가 눈에 안 보일때 쯤 입가에
있던 미소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뒤를 돌았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하며 있을 때, 문뜩
최수빈 생각이 났다. 지금은 잘 지네고 있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고 있는지, 혹시 괴롭힌 당하는건 아니고, 잘 지네고 있는지. 궁금한게 산더미였다. 뭐 .. 잘 지네고 있겠지.이제는 원망과 미움보다는 한편의 겨울날의
사랑과, 추억으로 기억되었다.
안녕, 오늘 너가 문뜩 생각나네. 내 추억속의 넌 여전히
따뜻하고 좋은 사람인데. 난 사실 아직도 널 지난 시절
속에서 추억해야한다는게 안 믿겨. 넌 아직도 그렇게?다정한 사람이니?
" 보고싶다, 최수빈. 이럴꺼면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말지. "
지금쯤 너의 봄은 어떻니. 실은 묻고 싶은게 많아.
꼭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가야 했냐는 것부터 너가 나한테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은 아니였냐는 것까지. 많이
미워했어.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만큼 너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많이 감정이 북받혀왔어.
지금은 그냥 네가 다시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이루어지지 않을 작을 바람이지만 그래도 기도해볼께.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을테니 장난
어린 문자가 왔으면 좋겠고, 용건 없는 전화 한 통이라도 걸려왔으면 좋겠어.
보고싶어. 다 잊은거처럼 잘 지네다가도 못견디게 그리워지는 날들이 있어. 종종 써두던 편지가 누구에게도 읽히지 못하고 쌓여만 가고 있는것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서운하지 모르겠다.닿을 수 없겠지만, 오늘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려고 해. 너의 하루 끝에
닿기를. 너의 새벽을 흔들어놓을 수 있길 바라며.
" 오늘따라 네가 더욱 그립네. "
네가 나한테 했던건 뭐야 도데채 정이야 동정이야 사랑이야? 나 없이도 활짝 웃을거같은 네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려. 그래서, 자다가도 깰 때도 있어.깬 뒤엔
눈이 붓도록 미치도록 울고,네가 죽을 듯 미운데 또
생각나더라. 사랑이 어렵다는 말, 그리고 우리가 했던건 사랑이 아니라는 말. 겪기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서야 뼈저리게 와닿았어. 왜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어?
왜 예쁘다고 했어? 그저 다른 사람한테도 했던 친절이었어? 이제 와서 널 원망해봤자 뭘 하겠니. 많이 좋아했어. 그랬어 이게 내 전부야. 그냥 한번쯤은 말해주고
싶었어. 잘지네, 아프지 말고.
그래도 우리가 한 얘기가 모두 진실이기 바래.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난 여전히 너였어.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틀린적이 없었어. 좋아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오랬동안 널 미워했나봐. 너도 이제 네 새사랑 찾고 잘 살아라.
툭 -
투둑 -
투두두둑 -
창문 밖으로 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라, 일기예보엔 비온다고 안했는데?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한 비. 그칠 줄 모를 정도로 내리는 비에 우산없이 나왔던
자신을 원망했다. 하긴 .. 아침부터 우중충하긴 하더라.
한숨을 쉬며 문 밖으로 그냥 뛰어 가려고 하던 때, 탁-
누군가 윤하의 옷깃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 덕에 윤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품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 꼴이었고,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 놀라서 그 상태로 몸이 얼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품에서 나오려던 때, 중저음의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고, 낮간지러웠던 그 목소리.
지난 날 애타게 찾고, 원망하며, 그리워했던 그 목소리.
" 감기걸려. 비 오는날 그냥 나가면 "
" 최수빈 ..? "
그래, 최수빈. 내가 그리워하며 그토록 찾아해맸던 그 사람. 그때보다 조금더 큰 키에 연예인 뺨칠 정도로
잘생겨진 얼굴. 달달한 향수 냄새가 조금씩 났다.
왜 이제야 왔니. 도데채 왜 지금 내 앞에 나타난거야,
최수빈.
7년이 지난 지금 스물다섯.
예전보다 훨씬 더 성장해, 성숙해진 우리.
끝날 줄 알았었던 우리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