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ㅣ지각
ㅡ
“… 벌써 아침이네.”
“…”
“귀여워, 박지민.”
“으음…”
“일어났어?”
“… 일어나자마자 예쁜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얼른 학교 가게 일어나, 아 참… 교복은 있어?”
“아니…?”
“지금 7시 50분인데… 아, 너희 집 우리 집이랑 가깝다고 그랬지?”
“어? 아… 응, 그랬지.”
“그럼 빨리 집 가서 교복 입고 학교로 와, 학교에서 보자!”
“알겠어.”

“박지민 이 바보야… 왜 그런 거짓말을 해서.”
지민의 집은 아영의 집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이 걸리는 꽤 먼 곳에 있었고, 아영의 집과 가깝다고 한 건 아영과 학교를 매일 같이 가고 싶어 한 거짓말이었다.
“어떡하지… 버스도 방금 가서 2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하고, 왕복 40분…”
학교 등교 시간은 8시 20분까지, 버스를 놓쳐 기다린 후에 집을 들렀다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 지민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에 고민하던 지민은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택시를 타자 생각했지만 서울에 가서 돈을 다 쓴 탓인지 지갑에는 단 돈 2000원 밖에 남지 않았다.
“… 망했네.”
한편 학교에서는 아영이 안 오는 지민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민이 가깝다고 말 했던 탓에 아영은 오래 걸리지 않을 줄 알고 계속 기다렸지만 2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오지 않는 지민에 점점 불안해져갔다.
“아영,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연우야… 박지민이 좀 늦는 것 같아서.”
“뭐야, 그러고 보니 박지민이 없네?”
“왜 안 오지… 곧 선생님 오실 텐데.”
결국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지민은 오지 않았고, 수업을 시작하고 중반 쯤 뒷문을 조심스레 열며 지민이 들어왔다. 그런 지민을 선생님은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말 했다.
“왜 이제 오니?”
“… 죄송합니다.”
“됐으니까 나가, 늦은 사람은 수업 들을 자격 없어.”
“…”
지민은 복도에 나가 팔을 들고 서 있다가 수업 종이 치고, 선생님이 문을 열고 나오시며 지민에게 따라오라고 얘기했다. 지민은 저린 팔을 내리고 팔을 두드리며 선생님을 따라갔다.
“너, 오늘 왜 늦은 거야? 평소에 늦지도 않고 일찍 오던 애가.”
“…”
“대답 안 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말고 대답을 하라고, 대답을.”
“… 친구 집에서 잤는데 깜빡하고 교복을 안 가져가서 집 갔다가 오느라 늦었습니다.”
“누구 집 갔는데?”
“… 그건.”
“빨리 말 안 해? 뭐길래 자꾸 뜸을 들여?”
“설마… 선생님한테 거짓말 한 거니?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진짜 친구 집 가서 잤는데…”
“그니까 그 친구가 누구냐고 묻잖아.”
“… 아영이요.”
“뭐? 아영이? 윤아영?”
“… 네.”
“너… 여자 집에서 잔 거야?”
“네.”
“다 큰 여자랑 남자가 한 집에서 잤다고?”
“뭐… 문제 있나요?”
“미쳤어? 왜 아영이 집에서 잔 건데? 설마… 아영이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니지?”
“무슨 소리세요, 제가 아영이한테 무슨 짓을 해요?”
“뭐… 너희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거 있잖아.”

“그러니까 제가 그딴 짓을 왜 하냐고요, 아영이한테.”
“어제 아영이 부모님도 다 계셨고, 스킨십 하나 없었습니다.”
“이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할 말인가 싶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 쯧, 싸가지 없긴.”

“어디에 있는 거야, 박지민…”
아영이 학교를 돌아다니며 지민을 찾고 있을 무렵, 굳은 표정으로 교무실에서 나온 지민이 바닥을 보며 걷고 있었다. 아영이 지민을 발견하고 불렀지만, 지민은 바닥을 본 채 계속 걷기만 했다.
“박지민!!”
“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내가 부르는 걸 몰라?”
“미안…”
“오늘…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미안해, 아영아…”
“뭐가 미안한데?”
“우리 집… 너희 집에서 버스 타고 20분 정도 가야 나와.”
“너랑 같이 등교 하고 싶어서 거짓말 한 거야, 그래서 늦은 거고.”
“… 뭐야, 그게 뭐가 미안해?”
“어?”
“결국 나를 좋아해서 그랬던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 한 거잖아.”
“나는 오히려 감동인 걸?”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들어가자, 또 늦으면 어떤 벌을 받을지 모르니까.”
“그래.”
아영과 지민은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연우와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지민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했고, 다녀오라고 한 뒤 계속 떠들고 있는데 교실 문이 큰 소리로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에 아영과 연우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얘기를 하는데 누군가가 아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영이 어깨를 두드린 쪽을 바라보자 그 곳에는 예나가 살짝 웃은 채 서 있었다.
“윤아영, 잠깐 나와볼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