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ㅣ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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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요…?”
“네, 치셨으면 사과를 해야죠.”
“제가… 쳤나요?”
“네, 방금 치셨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저 말고 제 옆에 있는 여자한테 해주실래요? 그쪽이 친 건 제가 아니라서요.”

“아, 네. 죄송해요.”
“… 저기, 잠시만요.”
“잠시만 저 좀 따라와 볼래요?”
“… 네.”
“얘들아, 너희 일단 먼저 찍고 있어. 나 다녀올 테니까.”
아영은 사과를 하고 가려던 그 여자를 불러 세웠다. 그 여자는 아무 의심 없이 아영을 따라갔고, 아영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 쪽으로 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할게요, 민다온… 알죠?”
“민다온… 이요?”
“음… 아는 사이죠, 근데 걔는 왜요?”
“민다온 왜 괴롭혔어요?”
“… 그쪽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제가 다온이 친구니까요.”
“걔가… 말 했어요?”
“그런 거 물어보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요.”
“그냥… 걔가 싫었어요.”
“이유가 고작 그냥? 그것 밖에 없어요?”
“걔는… 가만히 있어도 친구들이 다가왔어요.”
“예쁘다는 이유로 남자, 여자 상관 없이 다가와 인기도 많았어요.”
“나는… 그 시절 뚱뚱하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어요, 그래서 너무 질투가 나서…”
“물론 지금은 다이어트를 했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다른 이유가 뭔데요?”
“앞에 말 했던 이유들은… 제가 괴롭히는 이유에서 극히 일부 밖에 해당되지 않아요.”
“그러면…”
“저 괴롭히던 애들이 시켰어요, 민다온 괴롭히라고.”
“그러면… 저를 안 괴롭히겠다고 말이에요.”
“저도 다온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처음에는 질투 났지만… 나중에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근데… 제가 왕따니까 저 싫어할까 봐 다가가지 못 했어요.”
“그렇게 방학이 됐고, 저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이렇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거예요.”
“다이어트하고 학교에 가니까 저를 괴롭히던 애들이 저를 불렀어요, 저는 또 맞을 각오 하고 갔죠.”
“근데 이제 저 말고 민다온을 괴롭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인기 많아서 재수 없다고.”
“저는… 기회구나 했죠, 그래서 그런 거예요…”
“고마워요, 얘기해줘서.”
“그런데 제가 지금 바빠서 말을 다 못 하는데… 번호 좀 줘요.”
“네, 그럼요.”
아영은 다시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찍는 사진을 다 찍고는 아영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영이 오자마자 단체 사진 먼저 찍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밖은 어두워져 밤이 되었다. 아영과 연우는 방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워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수다를 떨었다.
“오늘 재미있었어, 그치?”
“응, 내일이면 다시 돌아가야하네…”
“가기 싫다, 완전.”
“그니까, 그래도 늦었으니까 얼른 자자.”
“아, 나 해야할 일 있어서 너 먼저 자.”
“알겠어, 불 끈다?”
“응, 잘 자.”


“저기…”
“아, 여기 계셨네요.”
“아까 하던 얘기 많이 하시죠, 언제부터… 다온이 괴롭혔어요?”
“음… 한 달 전부터?”
“아… 그러면 그 친구들은 왜 그렇게 다온이를 싫어하는 거예요?”
“질투겠죠, 아무래도 다온이는 예쁘고 공부도 잘 하고… 완벽하니까요.”
“하긴… 다온이가 그렇죠, 수업 시간에 핸드폰만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성적이 잘 나오는지.”
“그래서, 그쪽은 다온이 어때요?”
“부럽죠, 저도 사람인지라…”
“그래도 악감정은 없어요, 예전에는 질투나서 미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안한 마음 뿐이에요.”
“다온이랑 친해지고 싶으세요?”
“네.”
“그럼 그 친구들 말은 다 무시하고 다온이한테 사과하세요.”
“그 친구들이 저를 다시 괴롭히면… 어떡하죠?”
“걱정 마요, 또 괴롭히면 저한테 말해요.”
“나는 내 사람 건드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도와줄게요.”
“감사해요,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