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完. 23ㅣ오해가 불러일으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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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민아.”
“뭐하고 있냐고, 여기서.”
“아, 그게…”
아영은 번호를 받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려다 뭔가 오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란 걸 깨닫고는 급히 말을 멈추었다. 지민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고, 잠시 정적이 흐를 때 정국이 입을 열었다.
“누구셔? 아, 같이 왔다고 한 친구 분이신가.”
“친구 분이 되게… 귀여우시네.”
“… 허.”
“저, 정국아!”
“응?”
“제발… 그냥 조용히 있어.”
“뭐라고?”
“그냥 닥치고 있으라고… 눈치 없냐?”
“응, 내가 좀.”
“… 사람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인지.”
“아, 미안해.”
“됐고, 그쪽은 누구세요?”
“아, 저는…”
“아영이한테 작업 걸 생각은 하지 마세요.”
“지민아, 그런 거…!”
“윤아영, 너는 빠져.”
“…”
“아니다, 너랑 얘기를 해야겠네.”

지민은 화가 단단히 났는지 아영의 손목을 세게 잡고는 밖으로 끌고 나갔다. 정국은 느낌이 좋지 않아 그 둘을 따라갔고,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은 외진 곳에서 지민은 아영의 손목을 놓았다.
“왜 여기까지 온 건데?”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뭐가?”
“번호 주고 있었잖아, 아니야?”
“…”
“왜 번호를 주는데? 남자친구 여기 떡하니 있잖아.”
“너, 요즘 변한 거 알아?”
“뭐? 내가 어디가 변했는데?”
“전부 다, 그냥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변했어.”
“나는 너한테 매일 잘 해주려고 노력하고 네 생각만 하는데… 너는 아니잖아.”
“가만 보면 네 마음에 내가 없는 것 같아.”
“그게 무슨… 그런 거면 내가 너랑 왜 사귀겠어?”
“그래… 그게 의문이야, 나랑 왜 사귀어?”
“좋아하니까 사귀지.”
“그게 느껴졌으면,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게 느껴졌으면… 내가 이딴 질문을 안 하지.”

“…”
“왜 울어? 울고 싶은 건 나야.”
“지금 우리가 사귀고 있는 것도 의문이고, 네 마음에 내가 있는 건가도 의문이야.”
“모든 게 의문 투성이였는데 이제… 좀 답을 찾은 것 같다.”
“… 어?”
“네 마음 속에는, 내가 없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없다니…”
“너는 지금 나보다 중요한 게 마음 속을 차지하고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알아 듣게 얘기해.”
“너도… 내가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잖아.”
“그냥… 그만, 그만하자 아영아.”
“뭐라고?”
“나만 좋아하는, 나만 원하는 연애는 하기 싫어.”
“너만 원하는 연애 아니잖아, 나도 너 좋아한다고…”
“나… 더 이상 너 못 믿겠어. 아니, 믿고 싶지 않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뭐라고?”
“내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았잖아, 왜 너 혼자 판단하고 확신하고 끝내버리는데?”
“너야말로… 나 안 좋아하고 있는 거 아니야?”
“뭐?”
“나랑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 그만해.”
“뭘 그만해, 나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지민은 아영의 말을 듣지 않고 외진 골목에서 나가려고 했고, 아영은 지금 잡지 않으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바로 지민의 손목을 잡았다. 지민은 순간 아영이 다른 남자와 웃고 번호 교환까지 하려고 하며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욱했고, 뒤를 돌며 아영을 세게 밀쳤다.
아영은 그대로 지민의 힘에 못 이겨 뒤로 날아갔고, 하필 아영이 날아간 뒤 쪽에는 어떤 사람이 마음대로 버리고 간 책이 가득 들어있는 책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영은 그대로 책장 모서리에 머리를 박았고, 아영의 무게에 못 이겨 책장은 쓰러지고 말았다.
“…”
“윤아영!!”
“빨리 책장 안 들고 뭐해요? 아영이가 지금…!”
지민은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한 건가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벙쪄있었다.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던 정국은 책장이 쓰러지자마자 숨어있던 곳에서 달려 나와 아영을 살폈다. 책장과 책을 치우고 나니 머리와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아영이 보였다.
“… 아영, 아영아…”
정국이 119를 부른 덕에 아영은 신속하고 구급차에 실려갔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을 한 결과 식물인간 판정을 받게 되었고, 지민은 자신이 아영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우울감 등 온갖 부정적은 감정들이 다 섞여 극심한 우울증이 오게 되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시골 소년 박지민 FIN.
지금까지 시골 소년 박지민을 사랑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신작 정신병자:가짜 라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