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날이라서 그런지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눈 깜빡하니 점심시간이었고
또 정신차려보니 하교시간이었다
3반으로 배정받은 친구와 함께 하교를 하기 위해
문 앞에서 기웃거리며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 반 담임선생님이 출석부를 덮자마자
학생들이 바쁘게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 야 미안 오래걸렸지, 빨리 노래방 가자
지금 바로 안 가면 사람 많아서 방 없음 ”
친구의 말에 괜히 발걸음이 바빠졌다
학교에서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노래방이 나오는데
이 시간대에는 학생들이 많아서 빨리 가야
원하는 방에 자리를 잡고 놀 수 있었다
“ 근데 넌 짝꿍 어떤 것 같아?
3년 내내 자리만 바뀌고 짝은 안 바뀐다던데 ”
“ 진짜 대차게 망했어.. 양아치야 그냥 ”
“ 왜? 문신있고 그래? ”
“ 아니 그런건 아닌데 일단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 ”
“ 와 에바네 어떡하냐 ㅋㅋㅋㅋ ”
수다를 떨며 다급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다
단단한 무언가에 퍽 부딪혀 중심을 잃었다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니
짝꿍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바닥에 넘어져 널부러진 나를 내려다보고는
인상을 팍 쓰는 황현진이었다
“ 아 씨.. 미쳤나 ”
어이가 없었다
보통 넘어진 사람을 보면
다친 곳은 없는지 괜찮은지부터 물어보는게 정상 아닌가?
넘어진 나를 보고도 일으켜주기는 커녕
한껏 얼굴을 찌푸린 채 나를 내려다보는 그 표정이
너무나도 짜증이 났다
“ 존나 싸가지 없네 “
날이 바짝 선 채로 중얼거리며
나를 일으켜주려는 친구를 디디고 일어나
잽싸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 날 마지막으로 본 황현진의 얼굴은
똥 씹은 듯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치는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