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02.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학교를 벗어나 노래방을 가던 길은 유난히도 쌀쌀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 신호등을 금방 초록불을 띄었고
친구와 몸을 한껏 움츠리며 급히 노래방으로 향했다


친구와 넋 놓고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었고
바깥 바람은 더더욱 쌀쌀해져 있었다


어두워진 길거리를 보니 문득 통금시간이 생각났다


저녁 9시 반


아직 나에게는 30분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큼직하게 걷던 보폭을 마음 놓고 줄였다


집까지 가는 시간을 줄여줄 지름길로 들어섰다



















‘..? ’


어디선가 들려오는 인기척에 귀에 꼽힌 이어폰을 뺐다



















기분탓이 아니었다


멀리서 들리는 듯한 소리였다


남자 여러 명의 신음소리와
둔탁한 퍽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두리번거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조그만 남자아이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좁은 골목을 급하게 빠져나왔다


중학생들끼리 싸움이 났나 큰일이라도 났다 싶은 마음에
남자아이가 빠져나온 골목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몸이 얼어붙었다


내 눈 앞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만신창이의 남자 4명과
그 앞에서 담배 연기를 가득 내뿜는 황현진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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