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04







“마음대로 생각해”


연준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연준은 시무룩해하며 여자의 이름을 물었다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공주연이라고 말해주었다 연준은 그 이름을 듣고 그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공주처럼 누가 봐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넌 집에 언제 돌아 갈거야?”


주연의 물음에 웃고 있던 연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다시 집에 돌아갈 생각에 착잡한 연준이었다 그런 연준의 얼굴을 보고 주연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고 싶으면 계속 있어도 돼”


그 말에 연준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주연은 지금 연준에게 구원자였다 연준은 자신이 청소랑 요리 등 다 하겠다고 말한다 주연은 그 말에 웃기다는 듯 웃었고 연준은 당황해 어리둥절했다 주연은 연준에게 그냥 집인 거처럼 편하게 지내라고 했고 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시시 웃었다


연준은 주연을 마녀님이라고 불렀고 주연이 돌아다닌 때마다 마녀님~이라고 하며 졸졸 따라다녔다 둘은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떨어져본적이 없었다 연준의 귀여움에 주연도 흠뻑 빠져들었고 연준을 더 열심히 챙겨주었다


이쯤 되면 주연은 정말 마녀일지 궁금해질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마녀가 아니다 주연은 북쪽 나라의 공주였다 평생을 성 안에서 억압되며 살았고 백성들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한 최고의 여왕 후보였다 


딱히 지도자에 대하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도서관에 가 책을 읽으며 나라에 대해 알아가고 지식을 쌓고 예절을 갖췄다 그에 비해 그녀의 오라버니는 최고의 교육을 받고 차기 왕이라고 불렸지만 백성들보단 자신의 이익을 찾기 급급했다 백성들은 당연히 주연이 여왕이 되기를 원했고 왕위를 못 물려받을까 겁났던 그녀의 오라버니는 그녀를 독살시켰다


평생을 바르게 살아왔으나 한순간에 생을 마감하게 된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했던 신은 그녀에게 영원한 삶을 선물해 주었고 북쪽나라에선 절대 찾지 못할 서쪽나라 작은 마을의 숲에 있는 탑에서 살도록 했다


그녀는 영생을 얻었지만 평생을 외롭게 살게 되었다 너무 외로웠던 그때 연준이 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주연은 연준을 돌봐주며 삶의 이유를 찾은 듯했다 연준과 주연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연준과 주연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들의 끝은 행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