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향수들.zip

01 K-하이틴 향수

"남녀공학 브이로그 개 재밌다. 히히."


"네가 그딴거나 보고 있으니까 고등학교 대비를 못하는 거야. 고등학교 가면 더 어려워진다는데 너 어떡하려고 그래?"


"괜찮아, 학교 끝나고 남사친들랑 같이 스카 가서 애들이 가르쳐줄 생각 하니까 설렌다, 그지!" 

"너랑 같은 고등학교 원서를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걍 인문계 갈걸 왜 너의 그 피피티를 보고 공고를 가게 되었을까?" 

"솔직히 내 피피티가 좀 쩔긴 했어, 너를 강타할 정도였으면." 

"그 정신으로 공부를 해라." 

"응 아니야." 

내 나이 열일곱. 한결같은 봄방학을 기다리며 2월에 학교를 오고 있다. 남녀공학 브이로그를 보며 환상을 키워가고, 성적이 안 되어 공고에 지원 원서를 넣었지만, 남자들이 많다는 것에 좌절감을 극복하고 있다. 잘생긴 사람들이 많아아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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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봄방학이다. 어떡해?" 

"뭘 어떡하긴 어떡해. 걍 수긍해. 난 남정네들 빨리 볼 수 있어서 좋은데? 

"내가 여중 전학오기 전에 공학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알려줄까? 

"응응! 완전 판타스틱 앤드 뷰티풀 라이프 였을 것 같아." 

"걍 말뚝박기나 함." 

"헐···." 

"이제 환상이 조금이나마 버려졌으려나." 

"완전 재밌겠다!" 

"응, 그래···." 

나는 그저 다가올 환상적인 미래에 신나기만 했다. 공고인데 조금만 공부해도 상위권은 쌉가능 이겠지? 반에 여자애들도 몇명 없고 남녀무리가 생겨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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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여주야 나랑 사귈래?" 

학교 오자마자 이게 무슨 일이냐고? 오늘 한 번도 마주친 기억이 없는 모르는 남자애가 학교 온 첫 날에 나한테 고백해버림;; 근데 얘가 상처받을까봐 거절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받아주기에는 얘 이름도 몰라···. 받아주는 게 더 이상할 듯. 

"아···, 그게." 

"혹시 싫어? 싫으면 거절해도 돼." 

아니 이렇게 말하면 누가 거절을 할 수 있겠냐고!! 이게 무슨 코리아 하이틴이야!! 이것보다는 위올라이가 더 낫겠네, 하. 

photo"야, 박찬호. 너 뭐하냐?" 

와씨, 뭐냐 이 존잘남은. 

"아, 정국아···." 

"야, 너." 

"어···?" 

"너 얘 알아?" 

"아···, 아니?" 

"근데 왜 멀뚱멀뚱 서 있어. 얘 고백 받아주기라도 하게?" 

"그···, 거절하기도 뭐해서···." 

"박찬호,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여자애들이 눈치보잖아. 중학교 때도 밥먹듯이 처음 보는 예쁜애들한테 고백 하더니,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냐?" 

"아 그게···, 다른 애들도 얘한테 고백할 각 잡고 있길래 먼저 하려고 했지···." 

"너 같은 미친놈이 또 있다고?" 

"그게 아니라···." 

"걍 꺼져라. 상대하기도 귀찮다." 

"응···." 

존잘남이 나를 살려버림. 아 레알 개 잘생겼다. 개안되는 느낌, 뭔지 알지? 그냥 황홀하다. 세상 사는 이유가 생겨 버림. 

"야, 앞으로 쟤 같은 애들이 또 고백하면 그냥 내 이름 불러, 최대한 크게. 나 간다." 

"저기···!" 

"왜." 

"이름을 안 알려줬는데···." 

"전정국." 

아 미친. 이름부터 설레 도라방스임. 목소리도 겁나 좋고 키 크고 얼굴 작고 비율 좋으면 이건 걍 폴인럽 하라는 신의 계시가 맞는게 맞는거임. 하 미치겠다. 학교 6시에 등교하게 생겼네. 아, 이럴 때가 아니다. 김주연한테 빨리 이 썰을 풀고 설레발을 치러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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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뭐야, 무섭게. 그 은은히가 아니라 작정하고 미쳐있는 너의 광기넘치는 눈빛은 봐도봐도 적응 안된다. 왜, 존잘남이 너를 구해주기라도 했어?" 

"헐, 완전 맞아." 

"응, 그렇구나···. 잠시만, 뭐라고?" 

"우끼끼끼, 난 몰라. 이미 넌 기회를 놓쳤어." 

"아 빨리 풀어!!" 

"응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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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장편만 고집 해오다 중·단편이라니 감회가 새롭네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손팅 필수 X 감상만 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저는 힘이 나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