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호그와트 입학식이 끝나게 됐고, 또 지긋지긋한 학기가 시작됐다. 프레드와 조지가 또 장난을 치고 다녀 엉망진창이 될 교실을 생각하자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그나저나 이번에 걔네 동생도 입학했다고 하던데···이름이 전웅이었나? 그러고 보니 신입생들 이름은 또 언제 다 외우지? 나는 욱신거리는 머리를 큰 손으로 꽉 잡았고, 넘어질 것 같아 벽도 잡았다.
“우진아, 할 말이 있는데 잠시만 나 좀 볼 수 있겠나? 대휘 이야기인데 말이지···”
“대휘요? 덤블도어 교수님, 죄송하지만 자세히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진정하게, 진정해.”
나는 괜찮은 척, 아무런 일도 없는 척을 열심히 했지만 절대로 진정이 되지는 않았다. 이대휘 벌써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게 말이지, 맥고나걸 교수가 대휘를 그린핀도르 퀴디치 수색꾼으로 추천을 해서···”
“네? 하지만, 퀴디치 선수는 2학년부터 가능하지 않습니까.”
퀴디치는 빗자루를 이용하여 하는 마법 스포츠인데, 이게 위험한 것이 ‘쿼플’이라는 공이 날아다니면서 대휘를 공격하면 어떡해? 그리고 잘못해서 빗자루에서 떨어지면? 게다가 1학년이 퀴디치 선수를 하게 된다면 빗자루를 타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얼마나 위험한데.
나는 그러니까, 이대휘가 퀴디치 선수가 되는 것이 싫었다. 위험하다는 것은 둘째 치고, 이대휘를 이가을처럼 키우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퀴디치 선수? 나는 죽어도 싫었다.
그렇지만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내가 아무리 싫다고 난리를 쳐도 그냥 교수님 마음대로 나를 어떻게든 설득 시킬 것 같았다. 그러지 않는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이 아니지.
“네가 왜 그렇게 반대를 하는지 안다, 그렇지만···빗자루를 타는 것은 나중에 대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도대체 무슨 도움이요? 대휘 팔 부러트리는 거요? 아니라면, 이가을처럼 살도록 하는 거요?”
나는 흥분한 나머지 덤블도어 교수님께 소리쳤고 교수님께서는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진짜 대휘가 수색꾼이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살아남은 아이 이대휘의 특권이라며 뒤에서 속삭일 거예요.”
“무슨 말인지 잘 알지만 나는 대휘가 ‘그 사람’과 싸우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봐 하는 말이야.”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내가 싫다고 해도 대휘가 수색꾼이 될 확률이 안 될 확률보다 훨씬 높았기에 그냥 포기를 선택했다. 그러다가 진짜 다치면? 아니, 그러다가 그 자식처럼 거만해지면. 내가 그를 봄이의 아들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두 번째 줄 중간 즈음에 대휘가 앉아있었다. 나는 앞으로 가며 외쳤다.
“내 시간엔 지팡이를 휘두르고 바보 같이 주문을 외우는 것은 안 합니다. 첫 시간부터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얼마나 먀력적인 일인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안 해요. 그렇지만 여러분 중 일부 사람들은 이미 재능을 타고났죠. 그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고 나아가 감각까지 무디게 만드는 마법약의 힘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부와 명성을 얻고 죽음까지 막을 수 있는 약을 만들 겁니다.”
나는 다른 때와 동일하게 1학년들과 하는 첫 수업 공정 멘트를 하고 있었다. 대휘는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를 다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 반면 올해 우리 학교 신입생 중엔 자신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과시한 나머지 수업 시간인데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땃진을 하는 학생이 있군요.”
나는 대휘를 싫어한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내 말 하나하나를 적으며 잘만 듣고 있는 대휘를 콕 집어 다그쳤다. 대휘 옆에 앉아있던 동현이는 대휘의 팔을 자신의 팔로 툭 치며 앞을 보라는 눈치를 주었다.
사실 조금 미안했다. 그런데 이 짓을 대휘가 학교를 다니는 7년 동안 계속해야 한다고? 벌써부터 괴롭다.
“이대휘, 신입생 중 제일 유명하던데 말이야. 내 질문에 대답해 봐라, 쑥을 우려낸 물에 수선화 뿌리를 갈아 넣으면 뭐가 되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대휘 옆에 앉아있던 동현이는 손을 번쩍 들며 나를 쳐다 보았다. 그렇지만 대휘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동현이와 나를 번갈아 가며 보고는 내게 고개를 절래절래 돌렸다.
“그것도 모르나? 그렇다면, 해독제로 쓰이는 결석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지 되지?”
동현이는 또 손을 번쩍 들며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았다. 대휘는 또 동현이와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 보고는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뒤로도 질문을 두 개나 더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누가 이가을 아들 아니랄까 거만한 자세로 내 수업을 들으려는 것 같았다.
나는 대휘를 향해 비꼬듯이 유명하기만 유명하지, 실력이 없다고 깎아 내렸다. 머글들과 그 오랜 기간을 살아왔는데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지금부터 알아가도 충분하고.
나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덕분에 내가 대휘를 싫어한다는 이미지는 제대로 생긴 것 같았다.
나는 대휘 앞으로 의자를 끌고 가 앉아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해주었다. 대휘는 내 말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다음 시간까지 위석에 대해서 세 장 분량으로 글을 써와라, 안 써오면 각 기숙사 10점씩 감점한다.”
“네-”
위석,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염소의 위에서 꺼낸 돌이다. 거의 모든 독에 해독제 작용을 하며, 가장 독한 독약으로부터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사용하는 방법은 돌을 통째로 목구멍에 쑤셔 넣으면 된다.
애들이 제대로 써서 낼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감점이 있으니 열심히라도 써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 그나저나 대휘 눈은 진짜 예쁘다. 대휘가 대답을 못했다는 것을 핑계로 앞에 앉았을 때 보니 진짜 봄이의 눈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그녀의 눈, 그 눈만 보고 있으니 너무 행복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대휘를 종일 따라 다니며 그 예쁜 눈을 보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힘들게 수업을 했더니 시간이 벌써 밤 11시가 돼있었다. 나는 다른 날과 다름 없이 슬리데린 기숙사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밖에 나와있는 학생은 없는지 살폈다. 오늘은 학년 첫 날이라고 다들 조용히 있는 것 같았다.
기숙사 복도 끝 창문은 열려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려있었고 그 사이로 벚나무의 가지가 들어와 있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 그 벚나무는 흠뻑 젖은 상태였다. 나는 그 나무의 가지를 만졌다.
“···봄아, 잘 지내? 나는 너 보고 싶어서, 잘 못지내.”
봄이에 대한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봄’,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계절. 몇 년 전에만 해도 봄이 생각이 날 때마다 펑펑 울곤 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울어버린 걸까?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냥, 봄이가 그리울 뿐이지. 내가 아무리 봄이를 그리워한다고 해도, 봄이는 죽었다. 절대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산다고 해도 나한테 돌아오지는 않는다.
퉁-! 꽤나 가까운 곳에서 들린 소리였다. 죽음을 먹는 자들? 아니면 슬리데린 학생? 나는 혼잣말로 봄이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 소리의 범인이덤블도어 교수님이 아닌 이상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나는 서리가 나는 곳으로 급히 달려가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고 내 대답에 답을 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작은 텀블러가 떨어져 있었다. 나는 불안했다, 그 소라의 주인이 덤블도어 교수님이라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을 것이다. 말을 안 건다고 해도 도망가지는 않았을 거다. 도대체 누구지? 이 시간에 왜 나와있는 건데? 왜 이 텀블러를 들고 있었고, 왜 이것을 버리고 간 거고.
“시발, 도대체 누구야.”
나는 그날 밤, 그 텀블러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하다 잠을 자지 못했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나는 누구인지 감도 안 잡혔다.
